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오뉴월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장미를 보며
무심히 '피었네'하며 지나쳤는데,
그 장미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오늘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설령 어떤 이의 가시 돋친 말에 상처를 받아도
다시 가시 돋친 말로 되갚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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