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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려한다

by 호호^.^아줌마 2011. 9. 6.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려한다

 

될 놈은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고, 안 될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져서 울고 싶던 차에 마침 비가 내린다.

 

세상사가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돼야 할 텐데 왜 안 될 듯하던 일은 되고, 될 듯하던 일은 안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걸까.

 

중국속담에 ‘천요하우 낭요가인(天要下雨 娘要嫁人)’이라는 말이 있다. 뜻을 풀이하면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려 하고 어머니는 시집가고 싶어한다는 내용이다.

 

옛날 중국에 주요종(朱耀宗)이라는 서생이 장원급제를 한 뒤 홀어머니 진수영(陳秀英)에게 열녀문을 지어드리기 위해 황제의 허락까지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스승 장문거(張文擧)에게 개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요종이 “어머니가 개가하면 황제를 속인 죄로 이 아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탄식하자 어머니는 비단치마를 풀며 “이 치마를 빨아 널어서 내일까지 마르면 개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주요종은 마른하늘에 비가 오겠느냐고 생각하며 동의했지만 갑자기 짙은 구름이 끼더니 폭우가 하루 종일 쏟아져 결국 어머니가 개가했다는 내용이다.

 

그 어머니도 참 무정한 어머니지, 자식이 죽을 수도 있다는데 시집을 가야했던 것일까.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살기가 팍팍해서인지 추석 명절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자식들의 얇은 지갑사정과 귀성전쟁의 고됨을 헤아린 부모들이 자식들의 고향방문을 만류하자 때는 이때다 싶게 콘도로, 관광지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행렬이 장사진이라 하니 명절이 예전만 못하다 한탄하는 것이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나주역에서 팔순은 되어 보이는 노부부가 추석 쇠러 큰아들이 사는 수원에 간다며 표를 예매하는 걸 도와드린 적이 있다.

 

혹시라도 자식들이 탓을 들을까봐 “벌초는 큰아들이 동네사람 시켜서 했고, 자식들이 착착 용돈 통장에 넣어주고 있어서 우리 부부 사는 데 아무 문제없다”는 말씀을 되풀이 하시는 걸 듣고 있자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이 분네 자식들처럼 시골 부모에게 다달이 용돈 챙겨드리는 자식이라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동안 받아오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이 부양할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딱 끊기자 동사무소 직원들에게 사정사정하다 안 되자 팔뚝으로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던 한 촌로의 뒷모습이 서러운 까닭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노모가 치매와 노환으로 병원생활을 하는데 그동안 병원비 걱정은 없이 다달이 간병비를 보태던 자식들도 당장 수급이 중단되자 앞으로 감당하게 될 병원비 걱정에 한숨을 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시대는 변한다. 사람들의 인심도 변한다. 세상사는 것이 좀처럼 예전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명절 때 부모형제 계시는 고향을 등지는 인심까지 변해서야 할 것인가. 부양능력도 없는 자식들을 핑계로 노인들에게 빈곤과 질병 속에 소외감마저 안겨주는 정부가 옳은 정부인가.

 

차라리 공들여 키운 자식이 장성해서 장원급제까지 했으니 나는 이제 시집을 갈란다고 당당히 집을 나서는 중국의 저 어머니가 부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