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⑤
두꺼비에게도 배우는 진득한 삶의 지혜…진득찰(희첨)
학명 Sigesbeckia glabrescens Makino
속씨식물문 쌍떡잎식물강 국화과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진득찰을 말려서 환을 짓던 기억이 납니다. 인진쑥과 함께... 찰두꺼비 또는 두꺼비찰밥이라 불렀어요. 두꺼비와 무슨 상관이 있는 풀인지...”
필자가 운영하는 전남들꽃연구회(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 ‘진득찰’을 올려놓자 서울 정희 씨가 덧글을 올렸다.
“만지면 진득진득하여 ‘진득찰’인데 두꺼비의 등딱지가 옴딱지죠? 끈적거리는 점액질이 있어요. 그 기름을 부스럼에 이용하듯 이 약초로 피부병을 고칠 수 있어요.” 했더니 “아항~ 진득진득 찰지다는 뜻! 나는 진득찰(眞得察)을 생각했지요. 들에 피는 꽃치고는 꽤 이름이 거창하다 싶었어요. 재미있네요. 다음 들꽃이야기는 이걸로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나주뉴스 편집장의 선문답이다.
진득찰은 스치기 싫고 만지기 싫고 코를 대기 싫어하는 풀이다. 사람들이 길을 가다 바짓부리를 피하는 식물은, 도꼬마리나 도깨비바늘처럼 귀찮게 들러붙는 놈, 자리공이나 개구리자리들처럼 독 있는 놈, 소리쟁이나 식충식물처럼 끈적거리는 놈, 배풍등이나 계요등처럼 냄새가 역한 놈, 찔레가시나 청가시처럼 찌르고 할퀴는 놈들이다.
‘찌르는 것’만 빼면 이 못된 나머지를 다 가지고 있는 친구가 진득찰이다. 꽃도 그닥 이무럽지 못해 사진기가 씩씩거리며 몇 번을 들락거려야 겨우 알아본다.
그렇게 자세히 살펴보면 노란 꽃 아래 사방으로 뻗은 총포조각이 있는데 여기에 끈적끈적한 점액이 붙은 샘털(선모:털 모양의 분비구조)이 있다. 잎사귀와 함께 이 부분이 손에 닿으면 얼른 씻고 싶을 정도로 끈적거림이 오래간다.
진득찰의 생약명인 희첨(희렴)은 돼지를 뜻하는 희(豨:멧돼지)자와 냄새를 뜻하는 렴(薟:가위톱)이 합쳐진 이름으로 ‘돼지 냄새가 나는 풀’이다.
6월에 꽃이 피기 전이나 꽃이 핀 직후에 채취하여야 상품(上品)이 되며 완전히 개화하여 향기가 너무 강해지면 독성이 생길 수 있어 불량품에 속한다.
‘두꺼비찰밥’이라는 이름을 전라도 이쪽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정희 씨의 고향은 밀양이다) 하지만 진득찰 보다 어감이 얼마나 살갑고 친절한가.
법제는 진득찰에 탁주를 뿌려 찌거나 벌꿀을 섞어 시루에 찌기를 아홉 번을 반복하여 말려서 가루를 내고 환을 짓는데, 진득찰의 지린 냄새를 없애 향미를 좋게 하고 약효를 높이며 미독(微毒)을 없애기 위함이라.
◇ 진득찰(희첨)은 스치기 싫고 만지기 싫고 코를 대기 싫어하는 풀이다. 손에 닿으면 얼른 씻고 싶을 정도로 끈적거림이 오래간다.성미가 쓰고 조금 차며 간경 신경으로 들어가 구안와사, 반신불수, 안면신경마비, 관절염, 간염, 황달, 피부병, 종양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진득찰(희첨)의 효능은 간양상항(肝陽上亢)으로 인한 상기증과 고혈압성 제반 병을 다스린다. 어머니가 간담의 습열을 치료하는 인진호(사철쑥)와 함께 알뜰히 만들어 썼던 약재라는 점에서 엄마를 닮은 정희씨도 이 진득찰을 필요로 할 체질임을 짐작케 한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중풍이 오래 되어 온갖 치료를 다 해도 낫지 않는 것을 고친다”라고 되어 있다. 희첨은 성미가 쓰고 조금 차며 간경 신경으로 들어가 구안와사, 반신불수, 안면신경마비, 관절염, 간염, 황달, 피부병, 종양 등을 치료한다.
두꺼비기름처럼 진득찰이나 지실(덜 익은 탱자), 측백엽(측백나무 잎), 사상자(뱀도랏 씨), 소리쟁이(뿌리), 괴화(회화나무 꽃), 선퇴(매미 허물), 황백(황벽나무 껍질), 감초 등도 피부병에 효능이 좋다.
심한 아토피나 진물이 나는 (전신성)습진에 위의 서너 가지를 목욕제로 만들어 탕 속에 오래 담그고 있으면 항진균, 보습, 진정작용 등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심한 가려움증을 벗어나 그대로 수면도 취할 수 있으며 이차 감염에 의한 헌데를 씻어주어 전반적으로 빠른 회복을 거두어준다.(물론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과 걷기운동, 안정생활 등의 병합은 필수이다)
‘眞得察’. ‘본성을 살펴 진리처에 든다’거나 ‘스스로의 몸을 알아 만병을 다스린다’처럼 밖을 떠도느니 안으로 실천하고 성찰하는 삶의 지혜를 어른에게 배우고 또 지나는 옴딱지 두꺼비에게도 넙죽넙죽 절하면 하찮은 몸이라 할지라도 뇌졸중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고치는 진득찰처럼 가족과 이웃에게 어제보다는 훨씬 밝고 씩씩한 오늘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나주뉴스 기고글>
J.S. Bach
Prelude And Fugue No.1 In C BWV 846
(Well-Tempered Clavier, Book 1)
The Swingle Si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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