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꽃들에게...
아마도 진즉 피었을 꽃들이 이제야 빼꼼히 얼굴을 들이민 것은 순전히 모진 사람들 때문이리라.
그들이 뿌리내리고 살던 터전에 무시무시한 쇳덩이를 몰고 쳐들어 와 땅을 파고 그들의 허리를 분질러놓고 줄기며,
이파리들을 짓뭉개놓고는 시멘트 콘크리트 블록으로 하늘마저 막아버렸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안간힘을 내 빈틈을 비집고 그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사이를 뚫고 나와 지금 이 꽃을 피웠겠다.
징한 놈들이다, 모진 놈들이다, 그렇게라도 그들은 살아내야 했다.
무섭도록 투쟁적인 이 작은 자연의 친구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제 머잖아 무서리 내리고 낙엽도 지고나면 단말마 외마디 울음소리도 없이 조용히 그들의 몸을 거두겠지요?
하지만 이 친구들의 얼굴을 꼭꼭 기억해두었다가 한겨울 지나고 내년 봄 다시 그곳을 찾아가보려 합니다.
그곳에서 푸릇푸릇 싹을 틔운 이 녀석들을 만날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안녕을 고합니다.
◇ 나주시 왕곡면 장산리 국도13호선 옆 나주궁삼면항일농민운동기념공원에서 역사캠프 참가자들...
J.S. Bach
Prelude And Fugue No.1 In C BWV 846
(Well-Tempered Clavier, Book 1)
The Swingle Singers
*음악 출처(이동활의 음악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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