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나주를 바꿔라 ‘확’ 바꿔라⑨
나주원도심재생 전제조건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도시전문가·행정·시민사회 참여 ‘제대로 된 협의체’ 구성 관건
군산시…쇠락한 근대역사를 현대의 문화관광의 아이콘으로
창원시…옛 마산시 원도심재생사업 주민협의체 통해 실현
성형은 미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많은 도시들이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나주도 빛가람혁신도시가 완성되면 최첨단 신도시와 쇠락한 구도심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문화적인 괴리감 이상으로 심리적인 박탈감이 지역사회의 큰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구도심 간의 격차를 줄이고, 원도심 주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말잔치에서 머물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방안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8회에 걸쳐 나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맥락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에 대해 살펴보고 전문가와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도시재생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번호는 연재 마지막 순서로 현재 도심재생사업이 추진 중인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나주 도심재생의 방향을 찾아본다. / 편집자 주
원도심, 새로운 도시창조의 나침반
도시의 발전과 더불어 원래 도시의 삶의 중심지였던 원도심은 지역경제의 쇠퇴 및 기반의 상실, 원도심의 노후화로 도심의 경쟁력과 기능을 상살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더불어 원도심으로서의 사회문화적 응집력까지 상실하는 등 수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러한 원도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저밀도의 즉흥적 개발, 창조도시, 도시재생, 도심재생 등의 다양한 활성화 전략 등의 사업들이 추진되거나 현재 연구단계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원도심을 해석하고 새롭게 맥락화하기 보다는 낡은 흔적들을 없애는데 급급한 경향이 있어왔다. 나주시가 추진하는 원도심개발 역시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부활시켜 현대와 미래를 접목시켜 사람들이 살만한 도시공간을 만드는데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 도심재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전북 군산시와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경남 창원시의 옛 마산지역 재생사업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군산시, 원도심을 근대역사문화의 보고로
군산시의 경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테마가 있는 역사문화의 공간 조성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지역 관광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른바 ‘건물(공간)-역사-소설가’를 한데 묶어 지역을 특화시키는 한편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테마관광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분야는 군산항 일대의 건축물을 역사문화체험공간으로 복원하기 위한 군산근대역사문화벨트화사업.
군산시는 이를 위해 내항 일대 건축물을 문화벨트사업지구와 역사경관 사업지구로 나눠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여기에다 과거 군산선의 추억을 되살리고 새롭게 스토리텔링하기 위해 임피역(간이역) 관광자원화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군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체험공간 조성으로 차별화된 문화도시 조성과 원도심지역 근대 건축물 정비, 복원을 통한 도시경관 개선 및 지역재생을 도모하기 위해 사업을 적극 벌이고 있다.
월명동과 영화동 일원에 모두 1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13년까지 19세기와 20세기 동안 원도심지역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중화 권역인 월명동 성당 주변을 거점으로 하는 한편 박물관 주변에 쌀유통의 역사와 연계한 경관로 및 탐방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현존하는 원도심의 근대건축물 특성과 개별성을 강조한 근대역사체험공간에는 시대형 민박체험 및 찻집, 무형문화전수관 등이 들어선다는 것.
일본식 가옥과 기념물 등 주요 근대건축물의 경관을 접할 수 있는 구간도 설정, 이곳을 탐방할 수 있는 순환노선도 만들 계획이다.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지역재생을 도모하는 한편 새만금관광객을 원도심으로 유인해 관광부가가치를 창출할 방침이다.
예술창작벨트사업은 국비 50억원 등 모두 100억원을 들여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추진하는 연차사업이다.
이 지구는 장미동에 위치한 옛 조선은행과 옛 나가사키 18은행, 대한통운 창고부지 등 근대 문화의 상징건축물을 예술공간으로 증개축하고 있다.
특히 옛 조선은행 1층에는 당시의 항만, 철도, 물류 등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는 근대 박물관이, 2층에는 당시의 해양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근대기초과학체험시설이 각각 들어선다.
옛 나가사키은행은 군산관광정보를 제공하는 방문자 센터로, 미즈상사는 카페 등의 상업시설로 만들어진다. 또 대한통운창고부지는 옛 건물의 외형을 되살려 복합미니소극장으로 조성된다.
군산시는 간이역의 전통적인 건축형식과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임피역을 관광자원화 함은 물론 인근의 채만식선생의 생가지와 연계, 역사문화체험관광상품으로 개발 육성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달부터 오는 2012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모두 25억원의 예산을 확보, 임피역 정비 및 채만식문학기행 연계 관광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홍보영상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과 역사주변공원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인근의 채만식선생과 연관있는 문학쉼터와 집필터 등을 조성하고 있다.
창원시 원도심재생 “먹물 빼고 주민과 밀착"
창원시는 지난해 3월 ‘경상남도 창원시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의 마산, 창원, 진해시가 새로운 창원시로 통합, 6월 지방선거에서 초대시장을 선출했다.
이렇게 출범한 창원시가 옛 마산 원도심권 재생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창원시는 마산 원도심권의 쇠퇴원인을 분석하고 도시재생의 기본방향과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마산 원도심 재생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마산 원도심 재생사업은 통합 창원시 이후 균형발전 3대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마산 르네상스'와 관련한 핵심사업이다.
창원시가 추진하는 마산 원도심 재생사업이 날개를 단 데는 지난해 나주시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정부의 재생시범도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시범도시는 전면 철거 후 재정비하는 획일적 도시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대안적 도시재생 모델 개발과 지역의 힘으로 도시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자력 수복형 도시재생기법' 도출을 위해 국가 R&D사업으로 연구해온 다양한 기법과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것으로서, 지난 2006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창원시와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지역자산과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인력의 현장 상주 등으로 상세한 분석, 지역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재생계획 수립 등 재생과정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산이 시범도시로 선정된 이유는 지역 문화자산과 입지적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 사업을 제시했고, 자치단체와 주민의 높은 추진의지, 지역 거버넌스(협치)의 지속적인 참여와 협력이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즉 창원시 균형발전실에 전담부서인 도시재생과가 있으며, 전문가가 참여한 마산 르네상스 추진단과 주민이 참여한 마산 도시재생 민·관협의회, 마산 도시재생위원회, 창동·오동동상인회, 노산동 도시재생 주민협의회 등이 활동해 왔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던 것.
이런 가운데 지난달 1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에서 ‘창원도시재생 시범사업 주민협의체 발족식’이 열렸다.
이로써 오는 2014년 4월까지 추진될 마산 도시재생 시범사업은 주민추진위-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창원시 등 세 주체 사이에 협력틀이 짜였다.
이들은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매월 마산의 미래라는 뜻을 담은 도시재생신문 <마래>를 발간하고, 8월19일부터 10주간 매주 금요일에 마래시민대학도 운영한다.
나주 원도심재생을 위한 전제조건
나주 원도심 재생방안은 주거, 교육, 문화 등 정주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원도심을 되살리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과거 금성관을 중심으로 목사내아와 나주향교로 이어지는 천년목사고을의 전통과 나주군청을 중심으로 행정과 금융, 상업의 중심부였던 원도심이 송월동으로 시청이 옮겨가면서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 더 큰 문제가 빛가람도시 개발로 도시기능의 중심이 옮겨갈 경우 나주시내는 말 그대로 ‘불 꺼진 항구도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나주의 역사와 문화, 경제의 중심이었던 원도심을 시민들이 거주하고, 소비하며, 문화·교육·복지수요를 충족시키는 생활공간으로 복원하는 원도심의 부활이어야 하며, 그 계기는 바로 ‘역사문화중심도심재생’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특색있는 도시조경과 나주의 정체성을 살린 산업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요소요소에 다양한 도시기능을 부여하고 재정비해 시민들과 관광객이 도시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도시가 생활공간 이상의 역사·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벤치마킹해야 한다.
아울러 나주도심을 제대로 살리려고 한다면 더 이상 이 문제를 행정의 몇몇 공무원과 현지 주민들, 상인의 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도심재생방안을 만들어낼 시민위원회와 시민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접목시킬 전문연구팀, 집행과 평가가 수시로 이뤄지는 집행체제를 갖춤으로써 나주를 ‘확’ 바꿔나갈 시민사회의 지혜와 역량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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