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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에세이⑧ 얼레지

by 호호^.^아줌마 2012. 4. 7.

김진수의 들꽃에세이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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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사랑을 맺어주는 전설의 꽃…얼레지

학명: 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이 예쁘면 누구나 ‘질투’가 나는 것일까? 세상에 매혹적인 꽃이라 하여 ‘바람난 여인’이라 하면 꽃인들 듣고 좋아할까?

 

아무래도 전자는 ‘공주병’ 여자가, 후자는 바람둥이 남자가 지어낸 꽃말이리라. 봄에 산중 깊숙이 들어가면 문득 세속을 벗어난 별천지를 만나곤 한다.

 

들꽃이 성받이 덤받이 시앗각시 조강지처 샛서방 얼자 되모시 할 것 없이 무리지은 꽃마을의 축제를 만났을 때이다.

 

얼레지도 잠을 깨면 한판 연보랏빛 장관을 펼치며 4월의 봄 숲을 와짝 깨운다. 그러면 오가던 산길의 선남선녀는 재잘거리던 무릎을 꺾고 그녀에 엎드려 마냥 절을 한다. 얼레지를 ‘들꽃의 여왕’ 이라 하더니 과연...!

 

꽃술이 동물의 그것처럼 바야흐로 수정을 앞둔 ‘성기’라 한다면, 이 ‘올백머리’ 얼레지의 발랑 까진 모양은 상상하기 나름으로 야할 수 있다. 그래서 ‘바람난 여인’이다. 꽃가루받이 기간의 잎은 또 얼룩덜룩한데(어루러기 피부병처럼 얼룩이 져 ‘얼레지’라 한다)

 

이는 우리의 ‘개구리복’처럼 위장의 목적이라기보다는 벌 나비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봐야 옳다. 수정이 끝나면 잎의 얼룩무늬는 사라지고 잎 전체가 녹색이 되어 (열매를 키우기 위한)탄소동화작용을 돕는걸 보면!

 

『얼레지』 꽃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발아한 후 5 내지 7년, 잎이 돋은 후론 20여일, 옴친 꽃이 피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2개월 정도 열매를 키우다 시들면 이듬해 봄까지 깊은 땅속 잠을 잔다.(그녀의 또 다른 별명은 ‘숲속의 잠자는 미녀’다)

 

씨앗에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는 방향체를 달아 종자를 옮겨갈 개미를 불러들이는데, 흰개미의 머리통 같이 생긴 이 부분을 터트리면 기름이 나와 미끄럽다. 젤리 상태의 단백질이 풍부한 물질이다.

 

또 이 꽃 안쪽에는 꽤 현대적인 미감의 줄무늬(W자형)가 그려져 있는데 마치 으르렁거리는 개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워서 ‘Dog-tooth Violet’라는 영명을 얻었을 것이다.

 

한편 수선화나 꽃무릇처럼 보통의 인경(鱗莖: 덩이줄기)이 지하 약 10cm 정도라 한다면, 얼레지는 약 20~40cm 정도로 꽤 깊게 들어간다.

 

경기도 가평에는 ‘연인산(戀人山)’이 있다. 설화의 내용을 따라 1999년 군으로부터 얻은 새 이름이다.

 

옛날 이곳에는 화전을 일구어 숯을 팔던 길수라는 청년이 살았는데, 이 생업의 인연으로 김참판댁에서 종처럼 사는 소정이라는 어여쁜 처녀를 알게 된다.

 

길수가 소정과 혼인하고 싶다고 말하자 참판은 조 백가마니를 내놓는 약속을 하라 한다. 어느 날 길수는 연인산 정상분지에 조를 심을 수 있는 넓은 땅을 알게 되어 아홉 마지기를 수확한다. 하지만 김참판의 계략에 빠져 쫓기는 신세가 되자 길수는 자신의 희망이었던 조와 함께 불타기 시작한다.

 

그런데 죽었다던 소정이 홀연 그 아홉 마지기 땅을 향해 올라가고 불길 속에서 두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의 신발이 놓였던 주변은 불에 타지 않았으며 지금도 이곳 ‘아홉마지기’에 봄이 오면 얼레지와 철쭉이 눈부시게 피어난다.

 

연인산에 올라가 사랑을 기원해보라 그러면 모두 이루어질 것이니! 이는 길수-소정의 영혼이 ‘아홉마지기’에 서려있어 이곳을 찾는 연인들의 가슴에 사랑의 입김을 후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전남타임스 기고글>

 

 

 

씨앗이 땅에 떨어져 발아한 뒤 5~7년, 싹이 돋고 꽃을 피워

2개월 정도 열매를 키우다 시들면 이듬해 봄까지 깊은 땅속 잠을 자는 얼레지는

능히 '들꽃의 여왕' ‘숲속의 잠자는 미녀’라 할만한 우리 들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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