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가 역사적 인물선양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성현기념사업이 삐걱거리고 있어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사진은 2009년 봄 남평읍 지석강유원지에 세워진 엄마야 누나야 노래비>
나주시 월북음악가 안성현기념사업 원점회귀하나?
용역보고서 만들어놓고 배포 못한 채 올해 사업비 불용
추진위원회 부적격 지적 속 “인물선양사업 취지 살려야”
나주시가 역사적 인물선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월북음악가 고(故) 안성현(1920~2006)선생 기념사업을 두고 홍역을 앓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천만 원의 예산이 세워졌지만 아무런 사업도 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불용처리 될 처지에 놓여있어 기념사업 자체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나주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해 7월 구성된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박종주, 이하 안성현위원회)에 5천5백만원의 예산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또 4천만원의 예산을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안성현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남평초등학교와 나주고, 영산고 등 세 곳에서 안성현음악회를 개최했을 뿐, 안성현 선생에 대한 구술채록과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회를 열기로 한 계획은 감감무소식이 됐다. 아울러 당시 제작된 용역보고서는 배포도 하지 못하고 위원회 사무실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업비로 구입한 카메라 장비 등은 사업비 지원취지에 어긋난다 하여 나주시가 뒤늦게 구입비용을 환수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지원하기로 한 예산 4천만 원도 불용처리키로 했다. 연말이 다 돼도록 이렇다 할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은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는 나주시가 첫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남평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추진돼왔던 안성현기념사업을 나주시가 특정단체에 위임하는 형식으로 추진하면서 시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데다 전문성마저 부족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나주시의회 안전행정위원회 홍철식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문화체육관광과에 대한 2013년도 업무결산 및 2014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안성현기념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내년사업비는 없다”며 일찌감치 쐐기를 박았다.
김관영 문화체육관광과장은 지난 3일 지역신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구성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원점에서 다시 사업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안성현 선생은 일제감정기인 1920년 나주시 남평면 동사리에서 태어나 1936년 부친인 가야금산조 명인 안기옥(安基玉,1894~1974)을 따라 함경남도 함흥으로 이주해서 살다가 일본에 유학, 도쿄의 도호음악대학 성악부를 졸업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안 선생은 전남여중, 목포항도여중, 광주사범학교, 조선대 등에서 음악을 가르쳤으며, 공연을 위해 동료 음악가들과 평양에 갔다가 삼팔선이 가로 막히면서 월남을 하지 못한 채 북한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성현위원회는 안성현 선생이 북한무용가 최승희의 남편인 안막의 조카라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미망인 성동월 여사 등의 증언을 토대로 “안막은 죽산안씨이고 안성현 선생은 순흥안씨이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키백과> 등 국내외 자료에서는 안성현 선생이 한국전쟁 중 월북했고, 북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안막이 숙부라는 가족관계를 밝히고 있어 이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과정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정보공개 요청한 사업정산내역 뒤죽박죽 앞뒤 안 맞아
용역업체 사업시작도 전 인건비·작가섭외비 1500만원 지출
본지 기자가 나주시에 요청한 안성현기념사업 관련 행정정보공개요청 자료에서 향후계획에 대해 “지역여론을 수렴해 사업을 재정립하기 위해 현재 사업을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다.
나주시의회도 지난 13일 2014년도 나주시 세입·세출예산안 심사에서 ‘찾아가는 안성현음악제’ 지원사업비 2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나주시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추진한 사업정산을 놓고는 여전히 끙끙 앓고 있는 분위기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구성된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사회단체 또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자 개인명의의 통장으로 사업비를 지급한 것이 불씨가 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나주시가 9월 18일 사업비 4천5백만원을 지원하자마자 9월 21일 용역업체인 D업체에 인건비 및 작가섭외비로 1천5백만원이 지출돼 사업도 시작하기 전에 사업비부터 지급한 것도 의문이다.
또 이 사업에서 12월 13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편곡집제작비 250만원이 지출됐는데, 편곡된 음악으로 음악회가 열린 것은 11월이었으며, 작곡가들에게 편곡비가 지출된 것은 12월 27일로 나타나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별도 사업비로 안성현음악제 사업비 1천만원이 추가로 지원된 가운데, 편곡집 제작을 했던 ‘출판물디자인’ 업체에 대해 ‘음향렌탈비(165만원)’를 지출한 것도 의아스런 대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3천만원을 들여 제작한 안성현 선생 자료조사 용역보고서가 저작권과 일부 내용상의 문제로 인해 폐기처분될 처지에 놓였다.
나주시는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해서라도 올 연말 안에 정식납품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나주시는 추진위원회가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놓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추진된 사업에 대해서는 마무리를 하고 새로 재정비를 해서 기념사업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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