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44>
무병장수를 꿈꾸게 하는 조선의 회화나무…다릅나무(朝鮮槐)
학명: Maackia amurensis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 다릅나무속의 갈잎큰키나무
『다릅나무』는 「회화나무」와 겉과 속이 비슷한 식물이다. 둘 다 콩과로서, 분류학상 회화나무는 도둑놈의지팡이속이고 다릅나무는 다릅나무속 정도로 조금 다를 뿐이다.
회화나무가 중국원산의 도입종이라면 다릅나무는 한국원산의 토종이다. 약명에서도 보듯 다릅나무에 회화나무‘槐’자를 써서 조선괴(朝鮮槐) 또는 고려괴(高麗槐)라 칭하였으니 이 나무가 자못 예사롭지 않다.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를 학자수(學者樹)라 부르는데, 영명 또한 ‘Chinese scholar tree’이다. 미루어보아 이 나무가 서양에 전래될 때 그 뜻도 함께 따라간 듯. 또 다른 영어이름으로 ‘Japanese pagoda tree’가 있다. ‘파고다(pagoda)’는 동양에서는 불탑이나 사원, 신의 거처, 경전이나 불상을 넣어두는 곳 등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잡귀를 쫓는 나무’라는 괴목(槐木)’의 이름값과 나란히 상서로운 자리를 잡았다.
회화나무가 동서양에서 두루 ‘학자수’로 불리게 된 것은 주례(周禮)의 ‘면삼삼괴삼공위언(面三三槐三公位焉)’이란 말에서 비롯된다. 조선시대 유교경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중국 주나라 왕실의 관직제도와 전국시대 각국의 제도를 기록한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관직제도의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해석하면 ‘삼공의 자리에 회화나무를 심어 그 표지로 삼는다.’ 이다. ‘외조(外朝)’는 왕이 삼공과 고경대부 및 여러 관료와 귀족들을 만나는 장소로서 이 중 삼공의 자리에는 회화나무를 심어 삼공위(三公位) 좌석의 표지로 삼았다는 것. 이러하니 회화나무가 출세의 상징목이 되지 않고 배기겠는가.
최근 필자와 함께 화순에 ‘마을’을 닦은 친구들은 어디서 알아왔는지 집도 짓기 전에 벌써 회화나무부터 심었다. 집 안에 큰 학자가 나오고 그렇게 출세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필자라고 없을까.
수 삼년 전부터 어렵사리 분에 길러오던 다릅나무를 진즉에 갖다 심어놓았다. 봄이면 솜처럼 뽀송뽀송한 새순에 취하고, 여름 오면 솟아오르는 하얀 꽃방망이에 홀리고, 지난 가을엔 콩꼬투리 열매를 거두면서 내년 봄 실생묘(實生苗)를 심어볼 심사로 한 움큼 설레었으니!
일설에 따르면 목재의 횡단면에 나타난 변재와 심재의 색상차가 뚜렷하게 ‘달라’ 이름을 ‘다름나무’라 하였다 한다. 즉 변재는 황백색으로 아주 밝은데 비해 심재는 암황갈색으로 매우 어둡다. 그러나 『다릅나무』의 유래는 확실치 않다.
다릅나무는 15m의 높이까지 자라며, 어린 나무의 수피는 녹갈색이고 성목은 암회색, 잔가지는 회갈색이다. 잎은 아까시나무처럼 기수우상복엽(奇數羽狀複葉: 잎줄기 좌우에 몇 쌍의 작은 잎이 붙어나고, 끄트머리에 한 개의 잎이 난 모양)이며, 난형(卵形) 또는 도란상 난형이다. 꽃 또한 아래로 축 늘어진 아까시나무의 꽃을 위로 탱탱히 곧추세운 모양이라 할까...
『다릅나무』는 느티나무처럼 장대한 수형에 장수하는 나무이므로 벽사의 상징이 강하다. 약효도 뛰어나 민간에서는 각종 암을 비롯해 항알레르기, 소염, 지혈, 진정, 진통 등에 공효가 있는 것으로 목소리가 높다.
다릅나무(朝鮮槐: 생약명)는 맛이 쓰고 성질은 서늘하다. 안덕균은 <한국본초도감>에 거풍제습(祛風除濕)의 효능이 있어 풍습성관절염에 통증을 가라앉히고 굴신을 자유롭게 한다고 적었고,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는 ‘주요 성분으로 시티진과 루피닌,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시티진은 호흡중추흥분작용을 나타내므로 호흡흥분제로 쓰며, 민간에서 껍질을 관절염 치료제로도 쓴다.’고 기록하였다.
마을의 중앙 쯤 되는 곳에 심어 둔 다릅나무가 장차 멋진 정자나무로 자라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도둑놈의 지팡이 같지도 않고 겉과 속이 다르지도 않은 참 착하고 믿음직스런 조선의 회화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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