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46>
한겨울에도 잎이 푸른 참나무…가시나무
학명: Quercus myrsinaefolia BL
쌍떡잎식물강 참나무목 참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
가시가 없으면서 이름이 『가시나무』인 나무가 있다. 찔레나무나 탱자나무를 보통 가시나무라 부르기도 하지만 정작 가시나무의 몸에는 가시의 낌새조차 없다.
꽃이나 여자를 이르는 옛말 ‘가시’와의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이‘가시’는 열매를 가리키는 것이라 한다. 그럭저럭 모자 쓴 도토리의 귀여운 모양이 ‘가시나’ 같은 여성성에 부합한다.
한자로 떡갈나무 견(樫)이 아라까시(アラカシ: 종가시나무), 시라까시(シラカシ: 가시나무)처럼 ‘가시’라 하는 일본식 발음도 흥미롭다. 같은 참나무속으로는 북반구의 온대, 난대, 아열대에 약 200종,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경상남도 전라남도의 해안과 도서지방을 배경으로 19종이 자란다.
『가시나무』는 참나무과(너도밤나무과)의 식물로 꽃차례를 보나 열매를 보나 모두 굴참나무나 떡갈나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짜리들인데 사철 푸른 모습으로 남녘의 겨울바다를 지킨다. 11~15m까지 자라는 훤칠한 키에다 많은 가지를 쳐서 그 잔가지 끝마다 미끈한 광택의 잎사귀를 가득 달고 원정형(圓頂形)의 커다란 수형을 이룬다.
이 나무들은 서로 비슷비슷하여 이름 따라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다. 간단히 살피면, 「참가시나무」와 「개가시나무」의 잎은 버드나무잎처럼 좁고 긴 편이라면, 「종가시나무」는 보다 둥근 편이고, 모두 잎 가장자리에 결각이 나있지만 「붉가시나무」만은 밋밋하다.
열매는 가시나무의 ‘도토리’가 가장 작으며. 도토리를 덮고 있는 뚜껑처럼 생긴 각두(깍정이)에 나이테 같은 동그란 윤층(輪層)의 줄이 여럿 나 있는 것은 일반 참나무들과 다른 가시나무들만의 특징이다. 제주도에 서식하고 있는 「개가시나무」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있다.
생울타리나 방풍림은 물론 남쪽에서는 정원수나 마을나무로도 이를 데 없고, 목질이 단단하여 건축, 세공, 기계, 선박, 공구들의 다양한 재료로도 가치가 높은 수종이다.
임경빈의 <나무백과>에서는 "유럽에서는 사자는 백수(百獸)의 왕이고, 독수리는 백금(百禽)의 왕이며, 가시나무는 숲의 왕이라는 말이 있고, 가장 신령스러운 영혼이 가시나무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 믿었던 풍습이 많았다."고 기록하였다.
한대(漢代)에 완성된 경전 낱말풀이 사전인 《이아(爾雅)》의 곽박주(郭璞注)에는‘저자(櫧子: 가시나무의 열매)는 작자(柞子: 도토리)와 비슷하고 먹을 수 있는데 겨울에 채취한다.’고 하였다.
「저자(㶆子: 약명)」의 성미는 쓰고 떫고 평(平)하다. 세간에서 약용식물로 인기가 꽤 높다. 전통한의학에서는 약으로 쓰는 일이 거의 없지만(약재시장에는 결석치료식물로 긴병꽃풀(금전초)이 대표적이다.) 민간은 가지, 잎, 껍질을 달여 결석을 녹이고 어혈을 푸는 비뇨기와 순환기질환 개선능력을 믿는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질을 그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결석을 녹이는 약으로 써왔다 한다. 결석을 녹이거나 억제하는 성분은 카테콜을 비롯한 탄닌질로 추측되는바 담석과 신장 결석을 녹여 없애는데 기이한 효과가 있다.(모든 참나무속 식물은 결석을 녹이는 효과가 있다.)
안덕균의 <한국본초도감>에는‘삽(澁)한 성질은 이질을 그치게 하고 갈증을 없애주며, 다리에 힘이 생기게 하고, 어혈을 풀어준다.’하였다. 그러므로 변비에는 적절치 않겠고, 신(腎)의 정(情)을 기르는 효과에 대해선 기대할만하겠다.
가시를 품에 돋우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엔 날 때부터 가시가 없는 민가슴도 많다. 남을 찌르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오목하게 안아주는 태생적 착함! 본성은 노력에 우선하며 이름에 앞선다.
오늘도 가시나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서서 가시가 없고 순탄하며 푸르고 당찬 모습으로 서서 내면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 김진수<전남들꽃연구회장, 전남타임스 기고글>
◇ 가시나무 겨울눈
◇ 종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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