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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봄이 흐르는 강...김황흠

by 호호^.^아줌마 2015. 4. 18.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봄이 흐르는 강

 

                                                                             김황흠

*수막을 끄러 방죽 길을 걸어가는 동안

산등성이를 물들이며 넘어선 해는 붉은 흔적을 지우고 떠오른다

밤새 꽃샘바람이 우우우 소리치던

소요는 가라앉고 따뜻한 볕이 넓어진다

낚시꾼들이 몰려왔다 떠난 강변,

자전거 도로 옆으로 흙이 진창이 되어 버무려져 있다

꼿꼿이 선 마른 억새들이 아침 햇살에 더욱 붉으스럼하다

지난해 푸르던 이파리가 벼리듯 돋아

한여름 독기를 품은 듯 울창하더니

이제는 삭아져 마른 것이 주저앉지 못한 것은

버리지 못하고 남겨 둔 것이 있어서일까

가슴에 얹어둔 돌 같은 묵직한 것이 무겁기만 한데

돌아보지만 텅 빈 하늘과 여념 없이 흐르는 강물 소리뿐이고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청둥오리들 소리만 가득하다

하늘에 새털구름은 바람이 달고 날갯짓을 한다

어느 영화에서 본듯한 큰 군무가 먼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혹독한 추위도 지나가고

다시 맞는 봄은 장엄하다

 

*수막: 겨울동안 하우스 작물의 보온을 위해서 설치한 지하수를 이용한 난방장치

김황흠 시인

 

- 2008년 <작가>지 신인상 수상

- 2010년 제6회 농촌문학상 시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