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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이야기

4·13총선이 나주정치권에 주는 교훈

by 호호^.^아줌마 2016. 5. 28.

*이 글은 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지역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5월 24일 나주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4.13총선 나주지역위원회 핵심당직자 대상 외부인사 평가회'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후보측 입장에서 바라 본 선거평가이기 때문에 다소 주관적 입장임을 밝힙니다.    

 

4·13총선이 나주정치권에 주는 교훈

-정치는 수완 보다 관용이다-

 

신정훈 의원은 한 때 ‘큰물’로 나가지 못하고 지역에서 기자일을 하는 나에게 상당히 희망적인 인물이었다. 서울의 K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어쩌자고 농촌에서 농민들과 막걸리나 마시고 맨날 투쟁만 할까 하는 의구심에 그는 두 번의 도의원, 두 번의 시장, 그리고 완전한 임기는 아니지만 국회의원 재선거 당선으로 당당히 자신의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과 ‘신정훈 나주시장 당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내 인생의 잭팟이 터진 해로 기억될 정도다.

정치인생에 시련은 있었지만 실패는 없었던 그에게 이번 선거의 패배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전반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실패, 국민의당 바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나주에서만큼은 전적으로 신정훈 후보 개인의 과실과 오랜 세월 지역사회를 이끌어 온 ‘신정훈사단’에 대한 경고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자신감이 지나치면 탈난다

 

이번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친 날(요인)이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상당수 사람들이 5월 2일 MBC방송토론과 5월 9일 나주장날 유세격돌이었다고 말한다.

이 날은 20여년 동안 선거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정치베테랑 신정훈 후보와 2개월 정치초보 손금주 후보의 본격적인 인물평가전이 열렸던 날이다.

오랜 세월 신정훈 후보를 지켜봤던 기자의 입장에서 이날 신정훈 후보는 왠지 초조하고 공격적이었고, 준비된 후보로서의 아량과 여유 보다는 하룻강아지 앞에서 한껏 위세를 부리는 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문에 지상중계를 하기 위해 토론회 내용을 초등학교 6학년 딸에게 워드작업을 부탁했는데, 한참 듣고 있던 딸이 “2번 아저씨 짜증나. 아무리 주도권토론이라고 해도 자기가 질문을 해놓고 자기가 말을 다 가로채서 하잖아. 상대한테도 말 할 기회를 줘야지.”

5월 9일 나주장에서도 그렇다.

신 후보는 이번 선거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전과문제를 해명하는데 너무 격앙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전과전력이 민주화운동과 농민운동과정에 발생한 일이며, 주몽세트장과 공산면 화훼단지사건 역시 행정절차상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건이었다면서 자신이 무릎을 꿇을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은, 차라리 본인 보다는 제3자를 통해서 주장하는 편이 나았다.

특히, 손금주 후보측 유세차량이 현장에 도착해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손 후보를 직접 겨냥해 “안철수 바람을 타고 와서 바람처럼 사라질 후보”, “차라리 내가 보기 싫으면 새누리당을 찍으라”고 목소리를 높인 건 상대후보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 대놓고 망발을 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유세장에서 격돌하는 모습이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SNS를 통해 동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신 후보측의 도덕성에 상당히 큰 상처를 입혔다.

반면, 상대후보인 손금주 후보는 연단에서 “우리 운동원들도 힘들지만 상대후보 운동원들도 지금 많이 힘든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자”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아울러 손 후보측은 선거를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서 상대후보에 비해 공약이 많이 뒤지는 부분에 대해서 변명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경험이 부족해서 정책과 공약이 부족한 부분은 차차 대화를 통해 채워나가겠다, 자신의 학벌과 경력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주민화합을 강조하며 “제가 좀 착합니다!” 하는 말을 필살기로 삼았다.

물론 의도된 겸손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신정훈 후보의 과도한 자신감에 비해 부족한 후보에게 지역유권자들은 선거기간 내내 ‘포커페이스’로 숨겨두었던 표심을 투표 한방으로 표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한 배를 탔지만 생각이 다른 선거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선거운동은 기획과 운동, 조직력에 있어서 감탄할 정도로 짜임새 있고 적극적이었으며 절박한 선거를 치렀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신정훈사람’ 중심으로 기획되고 꾸려지다 보니 기존의 골수당원과 당직자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열심히 뛰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절박감을 심어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어쩌면 이들은 이번 선거를 “너희들끼리 잘 해 봐라” 하는 심정이지는 않았을까 싶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지극히 기술적이고 도식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메시지가 반복된 규정에 의한 프레임 만들기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아닌 기존의 운동원들이 똑같은 내용의 정치메시지를 페이스북과 밴드에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행위는 홍보와 설득의 효과 보다는 강요, 공해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특히, 선거운동원과 선거조직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지 않은 채 선거 때마다 움직이던 사람이 또 그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직업운동원’ 또는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선거’라는 인식이 강해서 진실성이 많이 떨어졌다.

더구나 신정훈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몇몇 사람들의 딱딱하고 뻣뻣한 모습들은 자칫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친밀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손 후보측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왜 저 사람들은 우왕좌왕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냐?” 하는 역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그들이 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전문가들은 언더독(Underdog)효과라고 부른다.

 

 

권토중래(捲土重來) : 때를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결론적으로 이번 더불어민주당 선거는 당원과 당직자, 지지자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철저하게 신정훈 후보 개인기에 좌우된 선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 준비한 정책과 공약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지 못하고 ‘공염불’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쟁점과 이슈를 지역정치로 풀어나가야 한다. 총선 패배가 지역정치권의 패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국회의원은 없을 지라도 같은 당 소속인 나주시장과 나주시의회를 중심으로 총선공약을 이뤄나간다면 2년 뒤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제는 한 사람의 강력한 리더십이 지역을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다. 직업 정치인이 아닌, 깨어있는 시민, 양식 있는 시민들의 협치로써 정치가 이뤄지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대한민국의 젊고 패기 넘치는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신정훈 의원의 이번 총선 패배는 영원한 패배가 아닌 도움닫기를 하기 위한 ‘잠깐 멈춤’으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신정훈 의원의 운신의 폭은 크게 좁아지겠지만 4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정치지도자가 아닌 생활인, 봉사자, 농민의 아들에서 스스로 농삿꾼이 되어서 일하는 시간을 갖고 권토중래 할 수 있기를 감히 권유한다.

그 때는 나나 그나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져 있거나 어쩌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