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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기자수첩-홍어에 약한 것이 의원이던가?

by 호호^.^아줌마 2008. 7. 2.
 홍어에 약한 것이 의원이던가?


나주시의원들이 ‘홍어’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홍어맛에 취해 시민들의 눈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구제불능’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영산포홍어젓갈축제가 끝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주시가 이미 끝난 축제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시의회에 승인을 요구했고, 시의회는 이렇다 저렇다 군말 한마디 없이 그대로 통과시켜 주고 말았다.

물론 이 과정에 몇몇 의원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져 묻기도 했지만 그건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4월 사흘 동안 치러진 영산포홍어축제는 홍어상인연합회가 2천만원을 내고 나주시가 본예산 5천만원과 영산강문화축제 예산에서 3천만원을 빼내 총 8천만원을 지원했으니 적다고도 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런데도 5천만원이라는 적자가 발생, 결국 축제추진위원회가 나주시에 손을 벌리게 되고, 나주시는 올해 첫 추경예산에 이를 반영, 시의회에 떠넘긴 것이다.

결국 나주시나 시의회가 자신들의 주머닛돈인양 파장한 축제의 외상값을 스스럼없이 통과시켜준 것이다. 가난한 시민들이 허리띠 졸라매가며 한 푼 두 푼 낸 피같은 세금을 말이다.

추경안 예비심사를 한 의원은 “영산포홍어젓갈축제와 관련된 추가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예결위로 넘어간 데는 예산이 추가 편성된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수박 겉핥기식’ 심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예산결산위원으로 참여한 한 의원은 “상임위 예비심사 삭감조서를 중심으로 예산심사를 하다 보니 예결위 심사에서 관련 예산이 편성됐는지 모르고 승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또한 의원들 스스로 의회본연의 활동인 예산심사에 대해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최종 본회의를 통과하는 자리에서 정광연 의원이 긴급 발언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그때서야 시의회가 2천만원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했다. 그나마 의회의 한가닥 체면을 살린 셈이다.

축제를 치르기 위해서 축제추진위원회가 애를 쓰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자고 추진했던 축제의 적자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메우겠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떤 이는 이번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

‘홍어에 약한 것이 의원이던가, 아니면 나주에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언론사 관계자께서 관여된 일이다 보니 의원들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인가...’

정작 홍어 보다는 언론에 약한 것이 의원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원들이 무슨 자리 욕심은 그리 많아서 이미 임기 후반기가 시작됐는데도 원구성조차 못한 채 저리 구수회의만 하고 있는 것인지, 서로 ‘협력’과 ‘견제’보다는 ‘독주’와 ‘발목잡기’로 점철됐던 의회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라면 에구~ 의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내심 크게 고민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