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문화가 경쟁력이다
요즘 각 지자체마다 각기 자기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을 본다.
역사의 숨결을 찾아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나아가 지역민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며칠 전 <김노금의 세상보기>를 즐겨 읽고 있다는 독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주지역의 흩어져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스토리를 짤막짤막하게 엮어본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글 쓰는 사람에게 특별할 것은 없는 말씀이었지만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별다른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는 분으로만 알았는데 그 분의 한 말씀 한 말씀 속에는 나주인으로서의 대단한 자긍심과 지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스며있었다. 잘 아는 지인을 통해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과 왕건을 도와 고려의 건국을 도운<왕건과 장화왕후>라는 글도 흥미롭게 끝까지 잘 읽었다고 하셨다.
이런저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으신 그 분의 음성이 가슴에 깊게 자리하는 이유는 나 역시 그 분과 같은 고향사랑과 천년고도 목사골 나주인 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한 천년의 세월 속에 우뚝 선 인물들과 사건들이 서 말의 구슬보다 더 많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는 그 어떤 인물 한사람, 그 어떤 사건 하나도 역사 속에 우뚝 세워 놓지 못한 후손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 여행을 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몰랐던 나라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며 우리의 삶을 살찌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 앞서서 그 지역과 나라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이해의 폭을 한 층 높여가기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경우 미국의 여행에서는 그랜드 캐년의 광대함보다는 어느 강변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콜로라도의 강가를 호젓이 걷던 그 추억이 가슴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또 길게 줄을 서서도 느긋이 상대를 최대한 배려해 주는 공중 화장실 문화, 그리고 뒷사람을 위해 물 한 방울까지 훔치고 다시 뒤돌아보고 나온다는 욕실문화에서 너무나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생활화된 일본에서는 음식문화의 합리성에 무릎을 쳤고, 여유와 느긋함, 어떤 경우에도 서두르지 않음으로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중국 사람들의 만만디 정신과 결국에는 세계최고, 최대의 것을 축척해 온 대륙문화, 그리고 외형을 꾸미는 일보다는 내 적인 실속에 가치를 두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느낀 두려움과 전율은 사뭇 큰 것이었다. 그리고 유럽 쪽 에서는 그 찬란한 역사와 문화유산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여행에서의 기억들이 이토록 또렷하고 어제 일인양 뚜렷이 기억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곳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배웠고 누군가에 의해 자주 전해 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사람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멋진 풍광의 경관도 중요하지 않은 것 아니겠지만, 그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내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좀 더 구성지고 아름다운 스토리로 많은 사람에게 회자 되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나 또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이야기들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 한 기억은 훗날 참 아름답게 추억될 수 있는 자기만의 귀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전라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나주의 경우 고대 문화유적인 반남 고분군부터 시작하여 영산강을 두고 자웅을 겨루던 왕건과 견훤, 그리고 궁예의 장쾌한 역사적 사실을 극대화 한 이야기며 거기에 왕건과의 물 한 바가지로 시작된 무지갯빛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 장화왕후의 이야기 등은 평생을 들어도 물리지 않는 로맨스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스토리라 생각한다.
어른용으로 다듬어 내 놓으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 보다도 더 극적이고 가슴 절절한 이야기요, 일세를 풍미한 시대극을 만들어 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랑 이야기가 될 것 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지도 끝 북유럽 코스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하려니와 고려 건국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전선에 나서는 왕건의 무사귀환을 비는 장화왕후의 동상을 우리라고 영산강변에 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간절하고 애절한 천 년 전의 사랑이야기를 갈고 다듬지 못한 우리들의 무능과 소견 없음을 통탄할 시점이다.
역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각 지자체 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에 그나마 다행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천년의 세월을 안고도 오롯이 그 자리에 자리한 돌담과 옹달샘, 성터, 정자 등에 우리는 너무 무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감추어진 것을 추정하고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역사적 사실을 안고 묵묵히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많은 문화유적들에게 혼과 의미와 역사적 숨결을 불어 넣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이 자기가 아는 역사적 사실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고 그 사실을 오늘에 재조명 해보고 우뚝 세우는 일, 또 그것을 자원화 시키는 일에 우리 모두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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