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이웃
직업의 특성상 다문화 가족인 외국인 여성을 꽤 많이 접촉하는 편이다. 하나나 두 자녀를 고집하는 한국여성과 달리 다문화 가족여성들은 혈혈단신 외로운 만리타국에서 믿을 것은 자신의 혈육뿐이라는 본능 때문인지 두 자녀는 기본이고 대개의 경우 서너 명 이상의 자녀를 갖는다. 이런 추세로 보면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머잖아 다민족 국가로 변화해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외국인과의 국제결혼은 이제 너무나도 흔하고 자연스런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다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이들 외국인 여성들이 하루빨리 우리문화에 적응하고 정을 붙이고 살게끔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엔 남편과도 한마디 말도 통하지 않고 너무나 답답하고 너무나도 서럽고 외로워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우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 둘이 아니다. 시집 온지 몇 년 동안 변변한 외출한번 못 해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다정한 위로의 말 한마디 들어본 적 없고 용돈 한번 타 써보지 못했다며 울던 여인도 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들과 손짓 발짓으로 나누던 안타깝던 대화에 마음이 무겁다.
많은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부자남편에 대한 환상으로 결혼을 하게 되는데, 농촌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독립적인 가정은 꿈도 꾸지 못하고 시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는 농촌생활은 어린신부인 그들의 꿈을 무참히 깨버리는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여성들도 농촌생활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문화, 서툴러 더욱 고된 농사일에 보이지 않는 농촌생활로 절망하는 그들의 아픔이 오죽하겠는가?
외국인 주부들의 언어 소통을 돕는 사회적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그들이 따뜻한 정을 느끼며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믿음을 심어주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주여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축하는 한편, 남편 되는 이들에게도 외국인 아내를 맞이한 남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 아내 들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아내에 대한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시부모와 온 마을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남편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지원하는 가정들은 자녀들의 언어습득도 한국아이들 못지않았고, 모든 면에 다복하고 행복해 보였다. 남편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아내들의 반만이라도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보다 빨리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주여성 대부분은 그 나름으로 자기네 나라에서는 대단히 교육수준도 높고 진취적이며 열정적인 여성들로 구별되는 이들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상담을 요청했던 한 필리핀 여성이 떠오른다.
그 여인은 어엿이 대학까지 나온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초등학교 학력에 도무지 생활방편이 없는 남편은 어떤 일에도 아내의 편이 되어 주지를 않았다. 오히려 말이 안 통한다고 쥐어박기 일쑤였고, 모든 일에 의심이요, 자신의 어머니와 한 패가 되어서 아내를 아프게 했다.
조금이라도 아내를 이해하거나, 아내 편에 서주는 법이 없었던 남편으로 인해 그녀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고,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는데 정작 그녀를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처럼 절망스럽게 했던 것은 주변 아저씨들의 성적 희롱이었고(문화적 차이가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든든한 방패가 돼주지 못한 남편에 대한 절망과 한스러움이 가슴에 켜켜이 쌓여있었다.
“원장님 너무 슬퍼...너무 슬퍼...”하면서 내 품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 그녀를 추켜세우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싫다는 의사를 단호히 하면서 그녀가 남편과 가족이 아닌 다른 한국사람과도 친분이 있음을 알리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너 이러면 ‘어디 사는 누가 우리 한국 엄마인데 그 엄마가 네가 이러면 곧바로 이르라고 했다...’ 라고 하라.”는 그 말을 몇 번이고 일러 주면서 그녀에게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했는지 모른다. 참 추하고 비겁한 남성들이었지만 서툰 그녀의 손짓 발짓에 핸드폰을 들어서 한국엄마에게 이른다는 그녀의 절규가 주효했는지 다행히 그 후로는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그녀의 꿈은 남편이 단 돈 50~60 만원만이라도 벌어서 농촌의 헌집으로라도 분가하는 일이다. 꿈 많은 20대에 꿈꿀 수 있는, 아니 그 또래의 한국인 여성 모두가 꿈꾸는 그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생각해 본다. 남편하나만 믿고 제 살붙이들을 뒤로하고 바다 건너 이곳까지 온 그들은 결코 남이 아니다.
너무나도 귀한 우리의 딸들이요, 이 나라의 피폐한 농촌을 이끌어 갈 이쁜 복덩어리들이며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그들의 자녀 문제 또한 참으로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족과 이웃의 관심과 지속적인 사랑이 있을 때는 그들이 어엿이 우리 곁에 설 수 있다. 또한 사회적인 관심과 사랑의 보호, 또 그들 남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 그리고 이주여성들이 한국 농촌 생활에 어서 빨리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농업 교육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질 때 그들은 진정한 한국인이요, 우리들의 다정한 이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나주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인규 의장에게 듣는다 (0) | 2008.08.06 |
---|---|
김노금 세상보기-독도를 지킨 여성들 (0) | 2008.07.23 |
김노금 세상보기-나주, 문화가 경쟁력이다 (0) | 2008.07.11 |
김노금 세상보기-나대용 장군 (0) | 2008.07.02 |
[스크랩] 김노금친구 시낭송(2) (0) | 200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