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제의 계절, 죽 쒀서 우리가 먹자
김양순 기자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지난 13일 오후, 모처럼 퇴근시간을 앞당겨 딸내미들과 함께 자전거 테마도로를 찾았다.
자전거를 위한 도로이기는 하지만 마음먹고 마사이족 걷기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교통사고 걱정 없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으니 시간만 나면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며칠 동안은 저녁시간에 시끌벅적할 뿐만 아니라 조명이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바로 옛 영산포역(영산포 체육공원)에서 펼쳐졌던 제89회 전국체전 선수단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예술 어울마당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내 곳곳마다 현수막이 나부껴 모처럼 볼만한 공연이 준비되고 있나보나 기대를 하고 있던 터에 아이들을 앞세워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웬걸? 이미 공연이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관중석에는 앞좌석을 차지한 대 여섯 명의 관중만이 어색한 박수로 장단을 맞추고 있을 뿐 썰렁한 모습 그대로였다.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나주를 찾은 선수단과 시민들의 어울마당이라는 구호가 참으로 무색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바쁘다보니 축제에 관심이 없나보다 하며 자리를 뜨는데 한 포장마차집 아주머니가 하는 말 “축제라는 말을 말던가, 오히려 오던 손님도 안 온다니까...”하며 푸념이다.
구경꾼 없는 축제,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축제의 의도도 좋았고 주최측 나름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획을 했겠지만 구경꾼이 모이지 않으니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들 혀를 끌끌 차는 안타까운 축제 뒤끝에 한 네티즌은 나주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불 꺼진 영산포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비록 몇 집에 불과하지만 음식점과 구멍가게에 활기가 넘쳐서 좋았다”며 “시장님 감사합니다” 하는 감사글을 오려 놓은 걸 보고 쓴웃음이 나왔다.
불꺼진 도시에 단 며칠이나마 꿍짝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 대가로 시민의 혈세 7천여만원이 쓰였다면 시장에게 감사할 일일까?
언제부턴가 지역축제가 구경꾼인 시민들 보다는 축제를 준비하는 기획사나 주최측에 ‘떡고물’ 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한창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2008 영산강문화축제’는 또 어떤 여운을 남길 것인가? 나주시에서는 공식적으로 4억9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쓰여지는 예산은 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치르는 축제를 ‘남 좋은 일’로 끝낼 것인가? 아니다. 당연히 축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구경꾼, 바로 시민들이 되어야 한다.
모처럼 무대에 올려지는 창작오페라 ‘장화왕후’며, 천염염색 패션쇼, 다문화가정 ‘월드 쇼’, 나주삼현육각 특별기획공연 등 천년 목사고을 나주의 문화적 전통과 역사성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축제만큼은 죽 쒀서 남 좋은 일시키기 말고, 시민들이 모여서 대동세상 만드는 ‘지역축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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