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0일 남도투데이 - 남도문화읽기 -
(오후 3:10~3:58, 90.5MHz)
남도의 맛, 남도의 먹을거리
Ann> 다른 지방에서 오신 분들과 식사를 하다보면 ‘남도는 참 복 받은 고장이다’... 말씀 하시는 분들 많아요? 어디서 어떤 음식을 선택해도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적다고 하더라고요?
Ann> 그래서 음식을 아는 분들은 ‘남도가 깊고도 넓은 맛의 바다와도 같다’는 얘기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남도의 전통 먹을거리를 통해서 살펴본 남도의 멋과 맛에 대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남도문화관광해설가,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Ann> 남도 음식 하면 맛이 좋다, 푸짐하다... 이런 얘기 말고도 꼭 하나씩 따라다니는 얘깃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전어... 하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얘기처럼요?
김> 맞습니다. 혹시 이런 얘기 아십니까? 남편에게는 안 주고 꼭꼭 숨겨두었다가 샛서방한테만 내놓는다는 고기가 있는데... 여수에서 많이 나오는 딱돔이라고도 하고, 금풍생이라고도 하는 물고긴데요, 여수 아낙들이 그랬다는데 저도 예전에 여수로 바다낚시 따라갔다가 먹어본 기억이 납니다.
또 이런 음식도 있죠? 곱게 키운 딸 데려다 고생시키는 ‘미운 사위’에게, 남도의 장모들이 밥상에 이 국을 내놓는답니다. 바로 매생이국인데요, 매생이 국은 펄펄 끓여도 김이 나지 않죠? 그런 것도 모르고 후루룩 마시던 미운 사위가 입천장을 데어 쩔쩔매는 꼴을 보고 장모와 딸이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얘기죠.
남도의 음식들에는 이렇듯 남도인들이 살아가면서 엮어내는 애환이 음식마다 담겨져 있습니다. 삼복더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탕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무더위에 양반은 민어탕을 먹고, 서민들과 없는 사람들은 보신탕을 먹었다는 얘기데 지금이여 어디 그렇습니까? 민어탕이건, 보신탕이건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거죠.
Ann> 남도음식에는 이렇듯 저마다 맛과 함께 멋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는 얘깃거리가 풍성한데요, 다른 지방에서는 좀처럼 먹지 않던 것들도 남도인들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요리가 되는 먹을거리들이 있죠?
김> 그렇습니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곡성장의 명물 돼지똥국과 나주장에서 시작된 공탕이 아닐까 싶은데요.
혹시 돼지똥국이라고 드셔보셨습니까? 아마, 이름만 듣고 고개를 돌리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는 3년 전에 먹어봤습니다.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가마솥 시레기 돼지곱창국’이 맞을 것 같은데, 곡성에서는 돼지똥국이라고 부르더군요. 똥국이란 말은 원래 돼지 ‘돈’자를 써서 ‘돈국’이었는데 ‘구린내가 살짝나는 곱창국’이라는 뜻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든 똥국은 막 잡은 돼지에서 대창을 걷어내 소금물로 깨끗이 씻고 그 안에 선지를 가득 채워 순대를 만들고, 하루 종일 돼지머리를 곤 국물에 머릿고기와 순대를 넣어 말아주는데요, 3일, 5일자로 열리는 곡성오일장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
Ann> 순대 얘기를 하니까 담양의 명물 암뽕순대가 생각나는데요, 특히, 담양 창평국밥이 유명하죠?
김> 최근 슬로시티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담양군 창평면인데요, 천천히 걸어서 마을을 구경하고 창평장을 찾아가서 먹는 국밥과 순대가 일품입니다.
사실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지만 국밥은 가장 빠르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말하자면 창평의 유일한 ‘패스트푸드’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국밥이 가장 느린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사골국물을 내기 위해서 거의 하루 종일 불을 때고 있다고 하니까 이 곳 국밥 맛이 각별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여기에 암퇘지 내장으로 만든 암뽕순대까지 곁들인다면 더 없이 든든한 요기가 되겠죠?
Ann> 그러고 보면 곰탕도 옛날 장터에서 시작된 음식 아닌가요?
김> 1910년대 나주 5일장에서 <육문식당>을 운영하던 한 할머니가 장터에서 잡은 소에서 나온 내장과 고기를 끓여 내놓은 국밥이 나주곰탕의 시작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요, 지금도 금성관 주변 곰탕거리에는 점심나절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까지도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습니다.
광주에서 일부러 곰탕을 드시러 나주까지 왔다는 분께 여쭤봤어요.
“광주에도 곰탕집 많은데 왜 굳이 나주까지 오느냐...” 그 분 대답이 “다른 데서 먹는 곰탕은 그냥 곰탕이지 ‘나주곰탕’이 아니지 않느냐”고 하시더군요.
‘중국에 자장면이 없고, 인도에 카레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전국에 퍼져있는 나주곰탕은 그저 곰탕일 뿐이요, 나주에 와야만 나주곰탕의 참맛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 듯합니다.
두산세계대백과사전에도 곰탕과는 별개로 나주곰탕이라는 항목이 나와 있더군요.
Ann 그런데 전라도의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홍어 아닙니까? 특히, 푹 삭힌 숙성홍어를 두고 ‘가장 전라도다운 맛’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김> 홍어의 본고장 하면 목포와 신안군 흑산도를 꼽을 수 있는데요, 나주에서는 이 홍어를 삭혀 먹는 것으로 유명하죠. 숙성홍어는 고려 말인 1360년대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6백여년 전 나무 조각배를 타고 영산포에서 흑산도 앞바다까지 나가 고기를 잡고 다시 영산포까지 돌아오는 물일을 해온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영산포 홍어가 존재하게 된 것인데요, 당시 홍어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썩어서 먹지도 못할 것을 팔러 다닌다”며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등짐으로 또는 머리에 이고 다른 지방에까지 가서 그 맛을 전파시킨 선조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홍어가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마디로 ‘에스키모인들에게 냉장고를 파는 것’ 이상의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거죠.
Ann> 오늘부터 나주에서 홍어축제가 열린다는 하는데, 좀 더 자세한 소식은 잠시 후에 현지를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처럼 남도의 음식이 그 독특한 맛과 멋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김> 아무래도 남도음식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남도의 자연환경이이 아닐까 싶습니다. 풍부한 곡물과 그리고 청정해역과 갯벌에서 길러 올린 싱싱한 해산물, 산악지대에서 거둬들이는 나물들.
바로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남도에서는 다양하면서도 맛깔스런 음식이 나왔다고 하겠고요, 남도의 따뜻한 기후에서 비롯된 젓갈문화, 종가음식에서 비롯된 푸짐한 상차림, 그리고 무엇보다 남도사람들은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맛과 멋의 조화를 중시한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Ann> 그런데 남도는 또 산천에서 자라난 봄나물뿐만 아니라 푸성귀가 풍성한 곳 아닙니까? 그러다보니까 요즘 채소와 과일만으로도 든든한 밥상이 차려진다고 하던데요?
김> 지난주부터 광주 도심 속 사찰인 무각사에서 사찰요리 강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3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강좌를 듣기 위해서 광주지역 주부들뿐만 아니라, 해남, 강진 등지에서 수강생들이 쇄도해 다음 강좌를 대기하고 있는 중이라더군요.
이 강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분이 바로 남도음식 명장 천수봉 씨라는 분인데요, 이 분이 말하는 사찰음식은 고려왕조 이후 사찰에서 전해지는 음식을 바탕으로 남도의 들과 산에서 자라난 건강한 채소와 과일로 건강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톳두부무침, 인삼겉저리, 잣취나물무침, 청포묵, 더덕냉국, 달래오이무침, 취나물장아찌, 산초장아찌, 버섯탕수 같은 20여 가지의 토속밑반찬에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과일과 견과류 등을 이용해 감칠맛을 살린 것이 사찰요리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Ann> 오늘 남도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에서 찾아본 남도의 멋과 맛, 날씨가 더워지다보니까 나른해지기 쉬운데요, 맛있는 봄 음식으로 건강도 챙기고 남도의 풍요로움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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