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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골리앗에 맞서는 사람들

by 호호^.^아줌마 2009. 5. 3.

골리앗에 맞서는 사람들


편집국장 김양순


평화로운 초원, 그곳에서 하프를 연주하며 양을 돌보던 소년 다윗, 그가 전장에 나갔다. 그곳에서 만난 적장 골리앗은 키가 3m가 넘는 거인이었다. 골리앗이 이스라엘 군 앞에 나타났을 때 병사들은 한결같이 생각했다. “저렇게 거대한 자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하지만 다윗은 생각했다. “저렇게 덩치가 크니 절대 빗맞을 일은 없겠군.”

 

옛 얘기가 아니다. 지금 골리앗과 한판승을 예고하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다시면 가동마을과 운암마을 사람들. 혁신도시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말에 주민들은 두말없이 동의했고, 마을 뒤로 미사일기지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국방에 저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일이 추진되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마을과 너무 가깝지 않은가? 마을을 빙 에둘러 골리앗 같은 송전탑이 20여기나 둘러싸고 있다면 어떻게 전원마을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주민들은 그때부터 한전을 상대로 송전탑 위치를 마을로부터 조금 더 떨어진 산악지대로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는 과정에 주민들은 한전이 자신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 금성산 미사일기지 때문에 5km 이상 이격거리를 두다보니 민가와 가까워졌다는 한전측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고, 결정적으로는 이 사업이 혁신도시용이 아니라 미래산단용이라는 사실 등이다.

 

주민들은 직접 국방부 감찰팀에 질의해 미사일기지로부터 1km만 떨어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측 관계자는 지난 1월 주민공청회에서 154KV에 달하는 송전탑의 전자파 피해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헤어드라이기 보다 적다는 명언(?)까지 남겼다.

 

주민들은 주장한다. 기왕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니 마을과 조금만 더 떨어지게 한다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돌아온 메아리는 “당초 계획대로 밀어 부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머리띠를 두르게 됐다.

그동안 미뤄왔던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고, 나주시의회를 통해 한전과 나주시의 기만적인 행위를 따지기로 했다. 또 한전의 윗선에 말단의 일처리방식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나주시는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과 언론까지 주민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 무관심하기만 하다. 혹, 혁신도시에 들어오려는 한전의 심기를 거슬려서는 안 되겠다는 계산 때문인지, 주민들의 이같은 절규가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술수로 보이는 것인지...

 

하지만 한 가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 있다.

광주시가 한전에 20년 전 각화동 도매시장 시유지에 설치한 송전탑에 대해 9천2백만원에 이르는 변상금을 요구한 것.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지난달 광주시가 최종 승소함으로써 한전은 꼼짝없이 변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그들은 말한다. 20~30년 전에 설치할 때는 아무 말 없더니 지금에 와서 변상금을 물라고 하냐고.

 

하지만 세상은 바뀌는 것이다.

설령 골리앗의 위용으로 송전탑이 세워진다 하더라도 그 후손, 그 후손의 후손들이 이를 문제삼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때 가서 발등을 찧느니 지금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