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이야기

우리가 지도자 옭아매는 시민인가?

by 호호^.^아줌마 2009. 4. 27.

우리가 지도자 옭아매는 시민인가?


예전에 5·18기념재단 박석무 이사장을 인터뷰한 인연으로 그가 보내주는 ‘풀어쓴 다산이야기’를 메일로 받아보고 있다.

그가 보내준 얘기 가운데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지도자는 백성들의 신뢰를 받은 뒤에야 백성들에게 일하도록 할 수 있으니, 믿음을 받지 못하면 자기들만 괴롭힌다고 여긴다(君子 信而後 勞其民 未信則以爲厲己也)”는 논어의 한 대목에 대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풀이를 전하고 있다.

 

다산은 사람이 하는 일을 남이 믿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하는 덕행과 높은 의리, 지조와 절개가 높아야 하며, 재능과 학문이 훌륭해야 하고, 충신(忠信)으로 남이 믿어주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광주에서 발행하는 한 주간신문에 신정훈 시장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주민을 위한 정치 피눈물 나는 과정”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신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나주시장으로 재임하면서 30~40회의 고발을 당했다. 이 때문에 마치 나주가 부패정치의 온상인 것처럼 인식됐다. 의정활동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중앙정치의 입김과 당리당략에 따라 발목잡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역정치권이 공천권을 쥐락펴락하는 당과 국회의원에게 예속되다 보니 주민을 위한 자치가 실종됐다”는 등의 내용이다.

 

무소속 단체장이 이 드센 정치판에서 일을 하려니 얼마나 피눈물이 났겠는가? 동정심이 불끈 치솟는 기사였다.

 

그런데 신 시장은 크게 오판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자신을 고소·고발하면 다 정치적인 행위인 것인가? 시민들이 위법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이를 바로 잡아달라며 사법기관에 호소하는 것이 행정에 대한 발목잡기요, 자신에 대한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보는 것이야말로 편협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의 동지(?)들로 인해서 말아먹은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그의 잘못된 판단과 공무원들의 직무상 실책으로 인해 나주시민들에게 끼친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진정 그는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체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더구나 신 시장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 아닌가? 선거 때마다 공천이라는 형태를 빌리지는 않았지만 그와 정치적인 연대를 하는 민노당의 지원과 또 ‘적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정치논리에 가장 큰 수혜자가 신 시장 자신이다.

 

더구나 나주에서는 기성 정치조직을 능가하는 시민회니, 농민회니, 자친연대니 하는 여러 단체들로 막강한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들 단체는 시민참여행정이라는 명분으로 나주시 행정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부디 신 시장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하지 말라. 선량한 시민들을 단체장 발목 잡는 파렴치범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것이다.

지도자가 시민들을 그렇게 몰아간다면 어찌 시민들이 그를 지도자로 믿고 따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