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사천 버드나무전설 ‘역사 속으로’
지난해 8월부터 고사(枯死) 진행, 행정 ‘나 몰라라’
대체수종 수양버들이냐, 왕버들이냐 의견 엇갈려
왕건과 장화왕후의 전설이 남아있는 완사천(전라남도 기념물 제93호)의 버드나무가 말라죽은 채 방치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완사천은 고대사회에서 중세사회로 전환되는 역사적 격동시기인 신라 말 고려 초에 나주 호족세력과 왕건이 고려를 개국하는 과정의 역사적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나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14일 한 시민의 제보로 찾아간 나주시 송월동 완사천은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아 주변이 온통 녹음이 우거진 가운데 유일하게 가지가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바로 완사천의 전설을 말해주는 수양버들로 지난 2001년 7월, 맞은편에 있던 버드나무가 말라죽은 지 8년 만에 마지막 한 그루 남아있던 버드나무마저 말라 죽어 주변나무들과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 이같은 징후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감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완사천의 전설을 따라 나주를 찾았던 나무전문가 이정웅 씨(대구 달구벌 얼 찾는 모임 대표)는 “완사천 주변에 버드나무가 한 그루 밖에 없는 것도 이상하지만 나무 한쪽이 말라죽고 있어 이 나무가 죽는다면 완사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나주시에서는 지난 15일 현재까지 버드나무가 말라죽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다시 심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죽은 버드나무를 대신해 어떤 버드나무를 심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민들과 나무 전문가들은 훗날 장화왕후가 된 버들낭자가 왕건에게 버드나무 이파리를 띄워 물을 건넸다는 전설로 볼 때 수양버들을 심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시 관계자는 장화왕후가 낳은 왕자가 훗날 왕이 됐으니 이를 상징하는 왕버들을 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드나무에는 가지가 늘어지는 계통의 수양버들, 용버들이 있는가 하면 가지가 하늘로 치솟는 왕버들, 키버들 등 수십 종이 있는데 왕후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버드나무는 수양버들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전해져 왔다.
이런 가운데 버드나무가 말라죽은 원인에 대해서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난 2005년 6월에 완공된 완사천근린공원 조성사업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나주시 관계자는 택지개발 당시 조경수로 심은 나무이기 때문에 말라죽을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 김양순 기자
<사진설명>
왕건과 장화왕후의 전설의 상징인 완사천 버드나무가 말라죽은 채 방치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