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나의 그리운 교단일기③
돌이의 소원
김정음자(은퇴교사·나주시 대호동)
바른생활 공부시간입니다.
“나의 소원은 무얼까?”
이렇게 묻자마자 돌이가 손을 번쩍 들고 큰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저는 우리엄마와 아빠를 보는 것이 소원이어요.”
돌이의 대답을 듣고 나는 그만 가슴이 찡했습니다.
돌이와 철이는 우리 반 쌍둥이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안계시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돌이가 세살 때에 엄마는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답니다. 그리고 아빠도 객지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부모님 없이 자라지만 여느 아이와 같이 언제나 활발하고 씩씩하게 생활하기에 아이의 뜻밖의 소원에 그만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금은 어려서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그리움을 안으로 감추면서 부모님을 원망하며 삐뚤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 조짐은 지금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요. 지난 토요 휴업일에는 할머니 주머니 속에서 큰돈을 훔쳐 진도읍내를 돌며 군것질을 하고 다녔습니다.
어제는 옆 반 아이가 우리 반에 와서 돌이가 자전거를 가지고 갔다고 울상입니다. 나는 자전거를 가져오라고 일렀습니다. 그리고 돌이와 철이와 함께 피자집에 가서 피자를 사먹었습니다.
피자 한판이 삐뚤어 가는 돌이의 마음을 얼마나 바로 세울 수 있을까마는 이 몸짓이 선생의 도리라는 생각으로 저녁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얼마나 자전거가 가지고 싶을까? 그래서 큰맘을 먹고 자전거 한대를 주문했습니다. 지금은 몰라도 돌이가 자라서 힘든 일이 생길 때 자전거를 보면서 자기를 사랑하는 선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어느날 하루는 돌이가 이가 아파서 볼이 퉁퉁 부었습니다. 공부시간에는 이가 아려서 견디기 힘이 드나 봅니다.
이 정도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엄살을 부리면서 우는데.......
“돌이야, 집에 일찍 가서 할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가보렴.”
하고 일러도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가겠다고 참아내는 돌이를 보면서 아픈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엄마가 기다려주지 않는 집보다는 학교가 더 좋은가 봅니다.
그 어떤 사랑이 엄마의 사랑을 감히 흉내 낼 수 있겠습니까마는 돌이의 선생인 내가 엄마를 흉내 내며 살기로 다짐하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훌쩍 커있을 돌이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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