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붕(天崩)
아, 그렇게 가시다니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렇게 떠나시다니
무엇이 그토록 그분을 절망케 했을지
현대사에 두 번 다시 없을 우리의 대통령!
주말 아침에 들려온 비보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게 사실이냐?”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뭔 말씀이요? 봉화마을에서 아침 드시고 계실 시간인데......” 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서거하셨다”는 확인전화를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한다던가? 한동안 눈앞이 캄캄해지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덕성을 가장 최우선시 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내가 노무현을 처음 만났던 때가 2002년 초, 나주문화예술회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16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경선을 앞두고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바람을 잡아가던 시기에 민주당 나주지구당행사가 문화예술회관에서 있었다.
이때 취재차 들렀다가 행사 중에 두 후보가 엇갈리어 출마의 변을 토했던 연설을 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두 후보에 대한 인상은 이인제 후보가 귀족적이었다면 노무현 후보는 상당히 서민적이었다. 말 그대로 촌사람 그 자체였다.
두 후보의 연설을 들은 후 처음 본 노무현 후보에게 호감이 갈 정도였다. 이같은 노무현 후보의 분위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16대 대선에서 ‘노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 뒤 2002년 9월 4일 태풍 ‘루사’ 피해로 비통해 하는 농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주를 다시 찾은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시절 태풍 ‘매기’와 폭설피해 당시에도 기대 이상의 복구대책으로 자신을 지지해준 나주인들의 민심에 보답했다.
임기 내내 도덕성과 또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와 원칙을 중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몇 달 동안 언론 등을 통해 가족과 측근들의 비리연루 보도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심적 부담이 어떠했을지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짤막한 유서에서 저간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어떻게든 국민의 곁에 가까이 있고자 했던 대통령 아닌가. 퇴임 후에 고향으로 발길을 옮겨 주민들과 몸과 마음을 함께 부대꼈던 우리의 대통령, 그러면서도 원칙과 소신을 갖고 그의 방법까지도 순수했던 우리의 대통령.......
우리의 정치인들이 자신을 포장하는데 익숙해 질 때, 똑같은 겉과 속을 내보이며 편법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논리로 국민을 설득시켰던 그는 진정 우리의 대통령이었다.
한 지인(知人)의 기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대신 빈다.
참으로 역경을 견디며
열심히 살았던 역사의 대통령
이제는 하늘로 떠나신 당신은
미움도 지우라 하셨죠
이제는 평온한 영면을
지상의 더러움 지우고
하늘의 평안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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