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순심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갸름한 얼굴
유난히 주근깨가 많아서
'주근깨 앤'이라 놀려먹었던 순심이...
영어단어장을 외며 길을 가다
전봇대, 하수구가 나와도 기가 막히게 피해가며
단어장에서 눈길을 떼지않던 소녀시절 내 친구 순심이
한창 감수성 예민하던
여고 1학년때 엄마를 여의고
채소장사 큰언니 따라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들어서야 했던 내 친구 순심이
정이 그리워서인지
일곱살이나 많은 삼촌 같은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시골로 농사지으러 들어간다던 순심이
부도의 아픔에도
선물로 얻은 한나, 하은이 두 딸을 바라보며
남편은 세지에서 소를 치고
아내는 광주에서 날품을 팔며 앞날을 기약하던 순심이
순심이 남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5월 10일 자정이 막 지날 무렵...
축사에서 일을 마치고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건너던 순심이 남편을
철부지 음주운전자가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어떻게 내 친구에게 그런 일이...
어떻게 순심이에게 그런 일이...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결국 손을 붙잡고 한참을 눈시울만 붉히다 돌아왔다.
순심이 가족의 마지막 사진 한 장만을 얻어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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