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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내 친구 순심이

by 호호^.^아줌마 2009. 5. 12.

내 친구 순심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갸름한 얼굴

유난히 주근깨가 많아서

'주근깨 앤'이라 놀려먹었던 순심이...

 

영어단어장을 외며 길을 가다

전봇대, 하수구가 나와도 기가 막히게 피해가며

단어장에서 눈길을 떼지않던 소녀시절 내 친구 순심이

 

한창 감수성 예민하던

여고 1학년때 엄마를 여의고

채소장사 큰언니 따라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들어서야 했던 내 친구 순심이

 

정이 그리워서인지

일곱살이나 많은 삼촌 같은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시골로 농사지으러 들어간다던 순심이

 

부도의 아픔에도

선물로 얻은 한나, 하은이 두 딸을 바라보며

남편은 세지에서 소를 치고

아내는 광주에서 날품을 팔며 앞날을 기약하던 순심이

 

순심이 남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5월 10일 자정이 막 지날 무렵...

축사에서 일을 마치고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건너던 순심이 남편을

철부지 음주운전자가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어떻게 내 친구에게 그런 일이...

어떻게 순심이에게 그런 일이...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결국 손을 붙잡고 한참을 눈시울만 붉히다 돌아왔다.

순심이 가족의 마지막 사진 한 장만을 얻어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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