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동안
한국언론재단에서 주최하는 탐사보도에 대한 세미나가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시청역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가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이게 서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한낮 땡볕에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전경들과
도로 한편을 아예 점령하다시피 진치고 서 있는 전경차...
무슨 영문인지 몰랐습니다만.
건물 12층에 있는 세미나 장소에서 밖을 내다보니
모든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건물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덕수궁 대한문에 분향소가 차려져 있는데
조문행렬이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고 있고,
전경들은 혹시 모를 그들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잠깐 분향을 하고
머뭇거릴 틈도 없이 등떠밀려 나와야 하는 광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소란이 입니다.
분향을 마친 사람들이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경찰이 공간을 남기지 않고 버스와 인해전술로 주변을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비가 붙고 저녁시간이 되면서 추모인파가 불어나
소란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요,
프레스센터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이 택시기사가 바로 근처에 있는 호텔을 모른다는 겁니다.
약도를 보여주고, 연락처를 알려주고
네비게이션까지 켜놓고 있으면서 그 일대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호텔을 모른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 느낌에는 경찰이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행하던 사람들의 의견도 그렇더군요.
불안하긴 불안한가 봅니다.
미필적고의에 의한 자살이든, 정치적인 타살이든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너무나 확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이게 국민장으로 치르는 전직 대통령 분향소인가,
동네 장례식장도 이러지는 않는다...
서울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자고 하는데
서울시가 한사코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서울광장은 서울시민들의 문화광장인데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서요.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봉기라도 할까봐 불안하지 않고서야 그럴 이유가 없는 것 아닙니까?
불안은 때로 엉뚱한 고집과 만용을 부리게도 한다죠.
그게 걱정이 됩니다.
오늘은 경황이 없어 못했습니다만,
내일은 저도 분향을 하려고 합니다.
나주에도 분향소가 두 군데 마련이 됐더군요.
중앙로 일성빌딩 3층 민주당 나주지역사무소와
옛 소방서 건물입니다.
한곳에 마련해도 될 것을 꼭 그렇게 패를 나눠야 하는 것인지
나주사람들 심리도 참 딱합니다.
5.18 분향소가 차려졌던 시민공원 망화루나
금성관, 목사내아도 있는데 왜 굳이 자신들의 아지트에
분향소를 차리려고 한 것인지...
그것마저도 아전인수를 하려는 것 같아 씁슬하기만 합니다.,
시간 허락하시는 분들은 꼭 분향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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