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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서울에서 둘째밤

by 호호^.^아줌마 2009. 5. 27.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대한문 광장으로 갔습니다.

 

먼길 떠나시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국화 한송이와

추모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명색이 전문기자 교육과정이라면서

하루종일 가둬놓고 교육을 시킵니다.

 

어제는CAR을 이용한 탐사보도 기법,

오늘은 GIS와 SNA기법을 이용한 탐사보도에 대해서...

 

그게 뭔지 궁금해 하지도, 알려고 하지도 마십쇼.

오후에 접어드니까 왼쪽 눈밑에 살이 바르르 떨리고

뒷골이 당기면서 등허리로 진땀이 좌악~ 나는데...

"좀 쉬었다 합시닷!"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어제는 저녁 9시까지 이어졌는데

오늘은 6시 30분에 끝내줬습니다.

 

한국언론재단  본부장이 주재하는 만찬 일정때문이라는데,

건물 밖에서는 조문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마당에

무슨 흥이 나서 부어라, 마셔라 하겠습니까?

 

그냥 일찍 빠져나와 시청앞에서 을지로4가까지 지하철로,

을지로4가에서 충무로까지 걷다가 대한극장이 보이길래 들어가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표 하나 달라해서

'김씨표류기'를 봤습니다. 

 

 

 

김씨표류기...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죽는 것도 쉽지 않자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합니다.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고 무인도 야생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인 여자.
홈피 관리, 하루 만보 달리기… 그녀만의 생활리듬도 있습니다.
유일한 취미인 달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어느 날.
저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댓글을 달아주기로 하는 그녀.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그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들이 주고 받는 유치한 영어 대화,

하지만 그 남자는 자장라면에서 희망을 찾고,

그 여자는  WHO ARE YOU?라는 물음에서 그동안 잃었던 정체성을 찾게되고 

결국 희망을 찾아 세상 속으로 달려나갑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던질지 모를 Are you O.K? 를

읊조리며 긴 밤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

극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가 있는 법,

한쪽 문을 닫히면 다른 쪽 문을 슬그머니 열어주시는

그 분의 특유의 섭리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는 밤입니다.

 

룸메이트는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더없이 좋은 밤입니다.

 

대학 졸업을 전후해서 취직시험을 보러 서울에 올라와

적막한 밤을 보냈던 적이 몇 밤 되는데

그 이후로 혼자 서울에서 밤을 지새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특히, 결혼 이후로는 몇 달전 대전 연수 때에 이어 두번쨉니다.

 

우리 아이들,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어서 대견합니다.

 

점심때 서울에 계시는 나주분 몇 분과 연락이 닿아 식사를 같이했는데

그 분 말씀으로는 29일 경복궁 국민장 비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얻어주겠노라  하는데 어찌할 지 결심이 안섭니다.

카메라를 안갖고 와서 취재도 어렵고...

 

내일 하루 더 곰곰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서울에서의 둘째밤을 지내려고 합니다.

김광석... 참 노래 잘하는 친구였는데...

태어나기는 저보다 먼저 태어났어도

마흔도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는 영원히 연하남인 셈인 거죠.

그가 불러준 '서른즈음에'를 들으며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싶었는데... 서른이라는 나이가 아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군요.

 

가끔은 노랫말 속에 인생이 담겨있습니다.

그의 인생이기도 하지만 바로 나의 인생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김광석이 부르는 노래중에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은 꼭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는 그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이미 떠났다고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없이 누웠다가
   나이미 큰강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저 깊은 곳에 영혼의 외침
   저 험한 곳에 민중의 뼈아픈 고통
   내작은 이한몸 역사에 바쳐
   싸우리라 사랑하리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이미 떠났다고
   흙먼지 재를쓰고 머리풀고 땅을치며
   신새벽 안개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저 깊은 곳에 영혼의 외침
   저 험한 곳에 민중의 뼈아픈 고통
   내작은 이한몸 역사에 바쳐
   싸우리라 사랑하리
   (싸우리라 사랑하리) 

 

 윤도현이가 먼저, 그리고 김광석 노래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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