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나의 그리운 교단일기④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 선생의 회한(悔恨)
김정음자(은퇴교사·나주시 대호동)
2월 9일 월요일 개학날이었습니다.
개학날 아침부터 나는 일기장 검사를 했습니다. 38일간의 방학에서 8일은 봐주고 30일분은 꼭 일기를 쓰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똑똑한 아이가 일기장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꼭 이다" 그렇게 목요일까지 왔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쓰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를 강요했지만. 썼는데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가 너무 얄미워서 “집에 가서 빨리 가져와” 큰소리를 치면서 아이를 교실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는 금방 후회가 되어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이가 없습니다. '돌아오겠지' 이렇게 기다리는데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했지요. 아이는 집에도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기다리는데 불안해서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어서 교실에 아이들을 놔두고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녀석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학교 뒷산에 꼭꼭 숨어 버리면 어쩌지?’
‘하나님! 오, 하나님!' 을 수없이 부르면서 나는 아이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10층까지 올라가서 찾은 방. 때로 얼룩진 이불과 어지럽혀진 방을 보고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책상하나 놓을 수 없는 7평짜리 아파트에서 아이는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3학년입니다. 1학년 때,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마는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빠와 칠순이 넘은 할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살고 있습니다.
아이는 똑똑하고 공부도 아주 잘 합니다.
그런 아이를 예쁘게 여기며 컴퓨터학원도 보내고 예쁜 옷도 입혔습니다. 이렇게 믿는 아이가 일기를 쓰지 않은 게 더 섭섭해서 미웠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사는 방을 보는 순간, 이런 환경에서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했다니.......
“아이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선생님이 잘못했어.” 울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만 아이는 없습니다.
집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를 선생님은 밖으로 내몰았으니 아이가 갈 곳은 어디일 것인가? 아주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숨어 버렸으면 어쩌지? 이 일을 어쩌지?
무겁고 답답한 마음으로 교실로 돌아왔는데 아이는 교실에 와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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