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왜가리에게 오래참음의 덕을 배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정부의 마스터플랜이 발표됐습니다.
들어가는 사업비가 16조9천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에서 급박하게 계획을 짜다보니 미처 포함하지 못했거나
또 드러내놓고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이 있기 때문에
전체 사업비가 30조원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영산강 살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10개 분야 2조6천5백억원에 이른다고 하는군요.
이는 지난해 12월 최초 사업계획 발표 때보다 약 1조 9백억원이 증가된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이 사업이 한반도대운하 전초전이냐, 아니냐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영산강이 그 사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영산강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영산강에 대한 얘기는 뒤에 차분히 정리하기로 하고,
먼저, 제가 영산강 왜가리에게 당한 굴욕사건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때 : 2009년 6월 10일 오후 4시 무렵
곳 : 나주와 광주의 경계선인 노안면 학산리 학산교
종목 : 왜가리와 사진사의 한판승
-침묵하며 오래 참으며 상대방 약올리기-
다리 위에서 주변 풍경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희무끄레가 형상이 보입니다.
줌으로 당겨보니 왜가립니다.
오우~ 왜가리,
한번 날아보시지.
그런데 꿈쩍도 않는 겁니다.
야, 한번 날아봐.
멋지게 날갯짓을 해봐.
여전히 꼼짝 안 합니다.
더 가까이 가봅니다.
오냐,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지?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버티고 있는지
두고 보자.
너 눈 부릅뜨고 있는데
그러다 안질 생길라. 눈 깔아라.
그래도 꿈쩍 안하고 있는 저 왜가리...
네가 왜 왜가린지 알겠다.
지친다 지쳐.
카메라를 들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발에 쥐가 나려고 하는 바람에 잠깐 한눈을 팔았습니다.
얼레? 그런데 그 사이에 날아가버렸네요?
1패.
한참 있는데 또 한마리 나타났습니다.
그 넘인지, 딴 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앗, 그런데 이 녀석은 어디 특수부대
물좀 먹은넘인가 봅니다.
위장술이 대단합니다.
물풀사이로 고개를 쑥 빼올리고 서 있으면
눈치 못챌 줄 알았나 봅니다.
저대로 가만히 있습니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이빨도 안 보이고,
그대로 얼음땡 놀이모드입니다.
야, 한번 날아봐라.
멋지게 찍어줄께.
어랏!
얘가 완전히 날 무시하네.
지쳐서 한눈 파는 사이 사라졌습니다.
2패
이 때 훼방꾼이 나타났습니다.
아줌마 뭐 허요?
아, 예....저기...영산강 살리기 취재좀 하느라고...
뭔, 영산강 취재를 왜가리새끼하고 한다요?
아니, 뭐...영산강 살리기 하면 이 자연경관은 어떻게 되나...연구좀 하느라고...
영산강 살리기가 운하니, 뭐니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한테나 좀 전하쇼.
물이 썩어빠졌는디, 어떻게 여기서 뭘 먹고 사냐고...배부른 소리 작작좀 하라고 전해주쇼.
그럼, 선생님께서는 영산강 살리기가 좋은 일이라고 보시는 갑죠?
그걸 말이라고 허요. 국가에서 2조6천억원이나 줘서 잘살게 해준다는데 당장 하자고 해야지...
예.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잘 하고 가쇼~
그러는 사이 한 녀석 또 발견.
이번엔 딱 좋은 자리에 자세 좋고~
자, 당겨서 한번,
밀어서 한번,
그 다음엔... 날아봐.
한번 날아봐.
어라?
저 녀석도 마른 명태국을 먹었나?
왜 저러고 부동자세여?
한번 날아보라고야~
네가 그러고 있는 사이
나에게도 다 방법이 있다.
노래를 부르자.
그래, 기다림...
김규환 곡이다.
꽃밭엔 잡초만이 우거져 있네
그 후론 날마다 아니 피는 꽃이여
행여나 오늘은 맺어지려나
창문엔 달빛조차 오지를 않네
그 후론 날마다 아니 여는 창이여
행여나 오늘은 열려지려나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도다.
드디어 난다.
날갯짓을 하며 날기 시작한다.
따라잡자
따라잡자...
어두운 바닷가 홀로 나는새야(새야)
갈곳을 잃었나 하얀 바다새야(우~~)
힘없는 소리로 홀로 우는새야(새야)
네 짝을 잃었나 하얀 바다새야(우우우)
모두가 가고없는데
바다도 잠이 드는데
새는 왜 날개짓하며 저렇게 날아만 다닐까
새야 해지고 어두운데
새야 어디로 떠나갈까
새야 달마저 기우는데
새야 아픈맘 어이하나
어두운 바닷가 홀로 나는새야(새야)
갈곳을 잃었나 하얀 바다새야(우~~)
힘없는 소리로 홀로 우는새야(새야)
네 짝을 잃었나 하얀 바다새야(우우우)
모두가 가고없는데
바다도 잠이 드는데
새는 왜 날개짓하며 저렇게 날아만 다닐까
새야 해지고 어두운데
새야 어디로 떠나갈까
새야 달마저 기우는데
새야 아픈맘 어이하나
우우우우 새야 우우우우 새야
아아아아 새야 아아아아 새야~~
새야~아아
“운하 절대 안 한다!”
정부의 굳은 맹세를 믿는다 하더라도 4대강을 정말 살릴 수 있는 정책인지 철저히 살펴야 합니다.
홍수조절 - 지류에 물이 넘쳐 곳곳의 마을과 논밭을 휩쓰는데 본류 4개만 깊게 파면 홍수를 막을 수 있을까나?
‘혈관 곳곳이 막혔는데 장세척하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본류의 수질개선 - 보를 설치해 강의 유속이 떨어지고 물이 고여 수질오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고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정부가 나중에 수질대책 5천억 원을 더 집어넣었다고 하는군요.
손 댈 때마다 사업비가 왜 늘어나는지를 알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4대강 살리기 한다면서
수중보를 만들어 수질이 나빠지니 그걸 틀어막느라 수질대책비가 들어가는 셈 아닌가요?
영산강의 경우 운하계획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뱃길복원운동이 일었습니다.
뱃길을 복원하려면 수심을 깊게 파서 물을 확보하고 강폭도 넓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아름다운 동섬들, 나무들은 어찌하란 말입니까?
영산강의 진짜 보물은 이것들 아닙니까?
영산강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 많은 새들과 곤충, 참붕어, 누치, 쏘가리가 갈 곳은 어디란 말입니까?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솔개(새)가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강에서 뛰듯이,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순리일 것입니다.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지 강이 살지 않겠습니까?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말입니다.
학산교 끝에서 바라본 천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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