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나 나나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있는 그 자체로 살다가 운명 다하는 날
바람결에 물결에 실려 가는 게지요
다만 작은 들꽃 한 송이에도 눈길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 잃지 않고 살면 되는 게지요
그러지 않겠습니까?
◇ 완도 수목원에서
◇ 남평 지석강 솔숲에서
◇ 공산면 신곡리 다야뜰에서
◇ 다시면 회진리 임제기념관 뒤에 사는 김현임 선생 집앞에서
◇ 이 녀석은... 미안! 네가 살던 곳을 잊어버렸다.
◇ 다도 불회사 들어가는 길 할머니 석장승 옆에서
◇ 문화관광부 메일링 자료에서
작은 들꽃
조병화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불며 갖는 고민스러운 소유를 갖지 말아라
번민스러운 애착을 갖지 말아라
고통스러운 고민을 갖지 말아라
하늘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대지가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구름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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