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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들꽃이나 나나

by 호호^.^아줌마 2009. 6. 18.

 

들꽃이나 나나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있는 그 자체로 살다가 운명 다하는 날

바람결에 물결에 실려 가는 게지요

 

다만 작은 들꽃 한 송이에도 눈길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 잃지 않고 살면 되는 게지요

 

그러지 않겠습니까?

 

◇ 완도 수목원에서

 

 

◇ 남평 지석강 솔숲에서 

 

 

◇ 공산면 신곡리 다야뜰에서 

 

 

◇ 다시면 회진리 임제기념관 뒤에 사는 김현임 선생 집앞에서 

 

 

◇ 이 녀석은... 미안! 네가 살던 곳을 잊어버렸다.

 

 

◇ 다도 불회사 들어가는 길 할머니 석장승 옆에서 

 

 

◇ 문화관광부 메일링 자료에서

 

 

작은 들꽃 


                                       조병화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불며 갖는 고민스러운 소유를 갖지 말아라


번민스러운 애착을 갖지 말아라

고통스러운 고민을 갖지 말아라


하늘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대지가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구름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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