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날다...다시면 복암리 들에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하는 봄’을 읽은 적이 있는가?
아니, 침묵하는 봄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봄이 왔는데 종달새도 우짖지 않고, 제비도 강남에서 돌아오지 않고...
겨우내 얼었던 얼음 사이로 새봄을 맞이하며 힘차게 흘러가는 물줄기 소리도,
움츠렸던 날개를 펼치며 따듯한 햇살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도,
겨우내 잠들었던 모든 생명들이 새 삶을 시작하는 소리도 모두 사라진 봄...
1차생산자를 2차생산자가 잡아먹고 그것을 다시 3차생산자가 잡아먹어
결국엔 다시 분해자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먹이사슬을 말하지 않더라도
자연은 1차, 2차, 3차 생명들에 대해 고른 혜택을 주며 순환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곰은 곰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사람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세상,
사람의 손길,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느것 하나 남아나는 게 없는
저주받은 마이다스의손...
바로 그런 인간세상이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들을 보았다.
사람을 좇아 먹이를 구하는 낯선 광경을 보고 말았다.
2009년 6월 23일 오전 10시 30분...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을 막 지난 들녘에서
새들이 그랬다.
경작하는 트랙터 주변을 맴도는 새들,
그 주변으로 날아들어 파헤쳐진 논에서 잽싸게 개구리를 잡아먹는 새들,
새들아 고맙다.
아직도 인간을 믿어 주어서...
아직도 인간 곁에 남아주어서...
청산은 나를 보고...
나옹선사(고려) 작시
변규태 작곡
홍순지 노래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愛而無惜兮
료무애이무석혜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푸르른 산처럼 살고 싶어
집을 풀고 하늘빛으로 살고 싶어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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