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네살바기 우리 딸과 작은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침대 위에서 하도 위험스럽게 뛰고 놀길래 호통을 쳤더니
뾰루퉁하게 있다가 제게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반말로...
"너는 아빠 오면 일러부러야."
"뭐라고야. 아빠는 엄마 편인디야."
"안 그래야. 은강이 편이여야."
아빠가 엄마 편이네, 은강이 편이네 한참 주거나 받거니 하다가,
"그럼 아빠 한테 물어볼까?" 하면서
야근하고 있는 즈그 아빠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주었더니,
"여보세요? 저 은강인데요, 우리 아빠 좀 바꿔주세요.
네? 우리 아빠는 조성환 이예요.
아빠야? 아빠는 엄마 편이야, 은강이 편이야?"
여기까지 말하던 아이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울먹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빠가 뭐라고 하디?
"아빠가 엄마편이라잖아. 그럼 은강이는 어찌라고!!!!"
그러면서 대성통곡을 하는데, 어찌나 서러웠던지 쉬까지 ㅋ~~
저도 무안했던지 "난 몰라. 쉬 싸버렸어~~~"하면서 변기로 달려가길래
일단 수화기를 놓고 달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곧바로 은강이 아빠한테 전화가 와서
다시 은강이 편이라고 했나봅니다.
기분이 풀어진 은강 "아빠 차 조심해서 운전하고 오세요..어쩌고.."
하면서 전화를 끊길래 제가 또 저처럼 우는 척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알써. 그냥 아빤테 엄마 편 하라고 할께, 뚝해..."
그러면서 제 등을 계속 토닥이는 것이었습니다.
편이라는 게 뭔지,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편짜기를 좋아하는 것인가 봅니다.
암튼 이 일로 우리 식구들은 모두 은강이 편이라는 맹세 아닌 맹세를 하게 됐답니다.
몇 년 전에 개설해 놓고
통 들러보지 않던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입니다.
우리 은강이 네 살 때니까
벌써 6년전 일이네요.
그냥 묻히는 게 아까워 옮겨왔습니다.
우리딸 이제 10대에 진입하는데
앞으로도 번번히 부딪힐 일 있겠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연애도, 결혼도, 세상살이도...
다 제 맘대로 한다고 할까봐 은근 걱정입니다.
그래도 즈그들이 내 인생의 전부인데
한가닥 참견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저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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