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똥~'
한참 신종플루 문제로 교육청 관계자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들어옵니다.
'나중에 보자' 하고 넘겨버렸는데
한참 뒤에 보니 딸이었습니다.
"엄마 나 괜이 반장 선거 했어" <--괜이 아니죠 괜히 맞습니다
쯧쯧 떨어졌구나. 당연한 결과지 뭐...
위로라도 해줄 요량으로 전화를 했는데 안 받습니다.
전후 사정은 이렇습니다.
# 1학년 때
딸 : 엄마, 나 반장할까?
나 : 안돼. 엄마 바빠서... 청소도 못 해주고, 자모회도 못가.
# 2학년 때
나 : (어린이날 파자마를 들고온 딸에게) 어? 이거 어디서 난거냐?
딸 : 엄마들이 돈 모아서 사줬지.
나 : 엄마한테는 돈 내라는 말 안 하던데?
딸 : 반장 엄마들이 한거지. 2학기 때도 뽑아주라고...
# 3학년 1학기 때
나 : 엄마, 이제 나주에서 일하니까 너도 반장 나가봐라?
딸 : 그저께 다 뽑았으~
나 : ㅡ.ㅡ;;
# 3학년 2학기 때(오늘 아침)
나 : 반장 선거 언제하냐? 엄마가 도와줄께.
딸 : 오늘 하는데... 어젯밤에 엄마 일찍 오면 인사말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나 : 은강 아빠, 얼른 연설문 써주고 연습좀 시키쇼.
나 오늘 일찍 나가봐야 하거든? 은강아, 떨지 말고 잘해!
이렇게 됐던 겁니다.
한참 후에 통화가 돼서 물었습니다.
"몇 표 나왔어?"
"세 표"
"그래? 너 성공한거야. 선거운동도 안 했는데 너를 찍어준 두 친구가 있었다는 건, 진정한 친구가 너희 반에 있다는 거지."
"..."
나중에 애 아빠한테 전화를 해봤습니다.
"어떻게 연설문을 써줬길래 딸이 세 표 밖에 못 얻어?"
"어떻게 써주긴,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 잘하는 반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썼지.
그랬더니 은강이 지가 자기는 공부 못하니까 그런말 못한다고 알아서 한다고 그냥 가드만."
반장은 아무나 하나.
딸에게 공연한 상처만 준 것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은강아, 미안해.
다시는 선거직 출마 강요 안 할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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