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그림은 나무와 달과 하얀새/이중섭
절기상 백로였던 어젯밤,
창문 가득 달빛이 하도 밝길래
보름인가 하고 내다봤더니
이미 한쪽이 기울어가고 있더이다.
달빛을 조명 삼아
월광이나 들어볼까 하고 누웠더니
쓰르쓰르 쓰르라미,
귀뚤귀뚤 귀뚜라미
온갖 벌레들이 떼로 몰려와
아카펠라 세레나데를 연주하더이다.
그렇게 깊어가는 가을밤에
가만히 내 인생을 생각해보니
원지 모를 허무함과
또 뭔지 모를 충일함이 느껴지더이다.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별은 끈 끊어진 구슬이 된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싯귀가 있어
더듬어보니 그것은 추구(推句)의 한 구절이더이다.
올 가을은 추구집과 놀아볼까...
天高日月明(천고일월명) : 하늘이 높으니 해와 달이 밝고
地厚草木生(지후초목생) :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자란다.
月出天開眼(월출천개안) : 달이 나오니 하늘이 눈을 뜬 것이요
山高地擧頭(산고지거두) :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든 것이다.
東西幾萬里(동서기만리) : 동서는 몇 만리인지 알 수 없고
南北不能尺(남북부능척) : 남북은 자로 잴 수도 없다.
天傾西北邊(천경서북변) : 하늘은 서북쪽 가로 기울어져 있고
地卑東南界(지비동남계) : 땅은 동남쪽 경계가 낮다.
春來梨花白(춘래이화백) : 봄이 오니 배꽃은 희고
夏至樹葉靑(하지수엽청) : 여름이 다가오니 나뭇잎이 푸르다.
秋凉黃菊發(추양황국발) : 가을이 서늘하니 노오란 국화가 피어나고
冬寒白雪來(동한백설래) : 겨울이 차가우니 흰 눈이 내린다.
日月千年鏡(일월천년경) : 해와 달은 천년의 거울이요
江山萬古屛(강산만고병) : 강산은 만고의 병풍이다.
東西日月門(동서일월문) : 동과 서는 해와 달의 문이요
南北鴻雁路(남북홍안로) : 남과 북은 기러기들의 길이다.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 봄 물은 사방의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峯(하운다기봉) :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에 많다.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 겨울 산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다.
日月籠中鳥(일월롱중조) :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요
乾坤水上萍(건곤수상평) :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라.
白雲山上蓋(백운산상개) : 흰 구름은 산 위의 양산이요
明月水中珠(명월수중주) : 밝은 달은 물 속의 구슬이다.
月爲宇宙燭(월위우주촉) : 달은 우주의 촛불이 되고
風作山河鼓(풍작산하고) : 바람은 산과 강의 북이 된다..
月爲無柄扇(월위무병선) :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星作絶纓珠(성작절영주) : 별은 끈 끊어져 흩어진 구슬이 된다.
雲作千層峰(운작천층봉) : 구름은 천 층의 봉우리가 되고
虹爲百尺橋(홍위백척교) :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된다.
秋葉霜前落(추엽상전락) : 가을 잎은 서리 내리기 전에 떨어지고
春花雨後紅(춘화우후홍) : 봄 꽃은 비 내린 뒤에 붉어진다.
春作四時首(춘작사시수) : 봄은 사계절의 처음이 되고
人爲萬物靈(인위만물영) :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된다.
水火木金土(수화목금토) : 수·화·목·금·토는 오행(五行)이요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 : 인·의·예·지·신은 오상(五常)이라.
天地人三才(천지인삼재) : 하늘·땅·사람은 삼재요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 :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과 같다.
天地爲父母(천지위부모) : 하늘과 땅은 부모가 되고
日月似兄弟(일월사형제) : 해와 달은 마치 형제와 같다.
夫婦二姓合(부부이성합) : 부부는 두 성이 합한 것이요
兄弟一氣連(형제일기연) : 형제는 하나의 기운이 이어진 것이다.
父慈子當孝(부자자당효) : 부모는 사랑하고 자식은 마땅히 효도해야 하며
兄友弟亦恭(형우제역공) : 형은 우애하고 아우 또한 공손해야 한다.
父母千年壽(부모천년수) : 부모는 천년의 장수를 누리시기를 기원하고
子孫萬世榮(자손만세영) : 자손은 만 대의 영화를 누리기를 바란다.
愛君希道泰(애군희도태) : 임금을 사랑하여 도가 태평할 것을 바라고
憂國願年豊(우국원년풍) : 나라를 걱정하여 해마다 풍년들길 원한다.
妻賢夫禍少(처현부화소) :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재앙이 적고
子孝父心寬(자효부심관) :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은 너그러워진다.
子孝雙親樂(자효쌍친락) : 자식이 효도하면 두 분 어버이가 기뻐하시고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 :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
思家淸宵立(사가청소립) : 집 그리워 맑은 밤에 서 있고
憶弟白日眠(억제백일면) : 아우 생각에 대낮에도 졸고 있다.
家貧思賢妻(가빈사현처) :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國亂思良相(국난사량상) :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
綠竹君子節(록죽군자절) :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靑松丈夫心(청송장부심) : 푸른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이다.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 :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 : 산 빛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다.
江山萬古主(강산만고주) :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人物百年賓(인물백년빈) : 사람은 백년의 손님이다.
世事琴三尺(세사금삼척) : 세상일은 석 자 거문고에 실어 보내고
生涯酒一盃(생애주일배) : 생애는 한 잔 술로 달랜다.
山靜似太古(산정사태고) :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日長如少年(일장여소년) :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다.
靜裏乾坤大(정리건곤대) : 고요함 속에서 하늘과 땅의 큼을 알겠고
閒中日月長(한중일월장) : 한가로운 가운데 세월의 긺을 느낀다.
耕田埋春色(경전매춘색) : 밭을 갈며 봄빛을 묻고
汲水斗月光(급수두월광) : 물을 길으며 달빛을 함께 뜬다.
西亭江上月(서정강상월) : 서쪽 정자에는 강 위로 달이 뜨고
東閣雪中梅(동각설중매) : 동쪽 누각엔 눈 속에 매화가 피었다.
飮酒人顔赤(음주인안적) : 술을 마시니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고
食草馬口靑(식초마구청) : 풀을 뜯으니 말의 입이 푸르다.
白酒紅人面(백주홍인면) : 고량주는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黃金黑吏心(황김흑리심) : 황금은 벼슬아치의 마음을 검게 만든다.
老人扶杖去(로인부장거) : 노인은 지팡이를 짚으며 가고
小兒騎竹來(소아기죽래) : 어린아이는 죽마를 타고 온다.
男奴負薪去(남노부신거) : 사내 종은 땔나무를 지고 가고
女婢汲水來(여비급수래) : 여자 종은 물을 길어 온다.
洗硯魚呑墨(세연어탄묵) :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물을 삼키는 듯 하고
煮茶鶴避煙(자다학피연) : 차를 끓이니 학이 연기를 피해 날아가는 듯 하다.
松作延客蓋(송작연객개) : 소나무는 손님 맞는 일산이 되고
月爲讀書燈(월위독서등) : 달은 글 읽는 등불이 된다.
花落憐不掃(화락련부소) : 꽃이 떨어져도 사랑스러워 쓸어내지 못하고
月明愛無眠(월명애무면) :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룬다.
月作雲間鏡(월작운간경) : 달은 구름 사이의 거울이 되고
風爲竹裡琴(풍위죽리금) : 바람은 대나무 숲 속의 거문고가 된다.
?水月在手(국수월재수) : 물을 움켜쥐니 달은 손 안에 있고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五夜燈前晝(오야등전주) : 깊은 밤도 등불 앞은 대낮과 같고
六月亭下秋(육월정하추) : 유월에도 정자 아래는 가을과 같다.
歲去人頭白(세거인두백) : 세월이 가니 사람의 머리는 희어지고
秋來樹葉黃(추래수엽황) : 가을이 오니 나뭇잎은 누렇게 물든다.
雨後山如沐(우후산여목) : 비 온 뒤의 산은 목욕을 한 듯 산뜻하고
風前草似醉(풍전초사취) : 바람 앞의 풀은 술 취한 듯 날린다.
人分千里外(인분천리외) : 사람은 천리 밖에 떨어져 있고
興在一杯中(흥재일배중) : 흥은 한 잔 술 속에 있다.
春意無分別(춘의무분별) : 봄 뜻은 분별이 없지만
人情有淺深(인정유천심) : 인간의 정은 깊고 얕음이 있다.
花落以前春(화락이전춘) : 꽃이 떨어지기 이전이 봄이요
山深然後寺(산심연후사) : 산이 깊어진 뒤에야 절이 있다.
山外山不盡(산외산불진) : 산 밖에 산이 있어 다함이 없고
路中路無窮(로중로무궁) : 길 가운데 길이 있어 끝이 없다.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 : 해가 저무니 푸른 산은 멀어 보이고
天寒白屋貧(천한백옥빈) : 날씨가 차가우니 초가집이 쓸쓸하다.
小園鶯歌歇(소원앵가헐) : 작은 동산엔 꾀꼬리 노래 그쳤는데
長門蝶舞多(장문접무다) : 커다란 문엔 나비들의 춤만 많다.
風窓燈易滅(풍창등이멸) : 바람 부는 창의 등불은 꺼지기 쉽고
月屋夢難成(월옥몽난성) : 달빛 드는 집은 꿈 이루기가 어렵다.
日暮鷄登?(일모계등시) : 해 저무니 닭은 홰 위로 오르고
天寒鳥入?(천한조입첨) : 날씨 차가우니 새가 처마로 든다.
野曠天低樹(야광천저수) : 들이 넓으니 하늘이 나무 위로 낮게 드리우고
江淸月近人(강청월근인) : 강물이 맑으니 달이 사람을 가까이 한다.
風驅群飛雁(풍구군비안) : 바람은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月送獨去舟(월송독거주) :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한다.
細雨池中看(세우지중간) : 가랑비는 연못 가운데서 볼 수가 있고
微風木末知(미풍목말지) : 산들바람은 나뭇가지 끝에서 알 수 있다.
花笑聲未聽(화소성미청) : 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淚難看(조제루난간) : 새는 울어도 눈물은 보기 어렵다.
白鷺千點雪(백로천점설) : 백로는 천 점의 눈과 같고
黃鶯一片金(황앵일편김) : 누런 꾀꼬리는 한 조각의 금이다.
桃李千機錦(도리천기금) : 복숭아꽃 오얏꽃은 일 천 베틀의 비단이요
江山一畵屛(강산일화병) : 강산은 한 폭의 그림 병풍이다.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잠자고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 스님은 달빛 아래 문 두드린다.
棹穿波底月(도천파저월) :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선압수중천) : 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른다.
高山白雲起(고산백운기) : 높은 산에는 흰 구름 피어나고
平原芳草綠(평원방초록) : 넓은 들에는 고운 풀이 푸르다.
水連天共碧(수연천공벽) : 물은 하늘과 이어져 함께 푸르고
風與月雙淸(풍여월쌍청) : 바람은 달과 함께 모두 맑다
山影推不出(산영추부출) :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月光掃還生(월광소환생) : 달빛은 쓸어도 다시 생긴다.
水鳥浮還沒(수조부환몰) :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山雲斷復連(산운단복연) : 산 구름은 끊겼다 다시 이어져있다
月移山影改(월이산영개) : 달이 옮겨가니 산 그림자가 바뀌고
日下樓痕消(일하루흔소) : 해 저무니 누각의 흔적 사라진다.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 : 하늘은 높아서 올라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화로접부래) : 꽃이 시드니 나비조차 오지를 않는다.
初月將軍弓(초월장군궁) : 초승달은 장군의 활이요
流星壯士矢(유성장사시) : 유성은 장사의 화살이다.
掃地黃金出(소지황김출) :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開門萬福來(개문만복래) : 문을 여니 만복이 온다.
鳥逐花間蝶(조축화간접) :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고
鷄爭草中蟲(계쟁초중충) :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툰다.
鳥喧蛇登樹(조훤사등수) : 새가 지저귀니 뱀이 나무에 오르고
犬吠客到門(견폐객도문) : 개가 짖어대니 길손이 문에 이르렀나 보다.
高峯撑天立(고봉탱천립) :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버티고 서 있고
長江割地去(장강할지거) : 긴 강은 땅을 가르며 흘러간다.
碧海黃龍宅(벽해황룡택) :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요
靑松白鶴樓(청송백학루) :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의 누각이다.
月到梧桐上(월도오동상) : 달은 오동나무 위에 이르고
風來楊柳邊(풍래양류변) : 바람은 버드나무 가로 불어온다.
群星陣碧天(군성진벽천) : 뭇 별들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친 듯 하고
落葉戰秋山(락엽전추산) : 지는 잎은 가을 산에서 싸움을 한다.
潛魚躍淸波(잠어약청파) : 물 속에 잠긴 물고기는 맑은 물결에서 뛰놀고
好鳥鳴高枝(호조명고지) : 예쁜 새는 높은 가지에서 울고 있다.
雨後澗生瑟(우후간생슬) : 비 온 뒤 시냇물은 비파소리를 내고
風前松奏琴(풍전송주금) : 바람 앞의 소나무는 거문고를 연주한다.
馬行千里路(마행천리로) : 말은 천리의 길을 가고
牛耕百畝田(우경백무전) :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간다.
馬行駒隨後(마행구수후) : 말이 길을 가니 망아지가 뒤따르고
牛耕犢臥原(우경독와원) :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는 들판에 누워있다.
狗走梅花落(구주매화락) : 강아지 달려가니 매화꽃이 떨어진 것 같고
鷄行竹葉成(계행죽엽성) : 닭이 걸어가니 대나무 잎이 이루어진 것 같다.
竹筍黃犢角(죽순황독각) : 죽순은 누런 송아지 뿔이요
蕨芽小兒拳(궐아소아권) : 고사리순은 어린아이 주먹이다.
天淸一雁遠(천청일안원) : 하늘 맑은데 한 마리 기러기 멀리 날아가고
海闊孤帆遲(해활고범지) : 바다가 넓으니 외로운 돛단배 더디 간다.
花發文章樹(화발문장수) : 꽃은 문장 나무에서 피어나고
月出壯元峰(월출장원봉) : 달은 장원봉에서 나온다.
柳色黃金嫩(류색황김눈) : 버드나무 빛깔은 황금 같이 곱고
梨花白雪香(이화백설향) : 배꽃은 흰 눈처럼 향기로워라.
綠水鷗前鏡(록수구전경) : 푸른 물은 갈매기 앞의 거울이요
靑松鶴後屛(청송학후병) : 푸른 솔은 학 뒤의 병풍이라.
雨磨菖蒲刀(우마창포도) : 비는 창포의 잎을 갈게 하고
風梳楊柳髮(풍소양류발) : 바람은 버드나무 머리잎을 빗질한다.
鳧耕蒼海去(부경창해거) : 물오리는 푸른 바다를 갈며 떠나가고
鷺割靑山來(로할청산래) : 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온다.
花紅黃蜂鬧(화홍황봉료) : 꽃이 붉으니 누런 벌들이 시끄럽고
草錄白馬嘶(초록백마시) : 풀이 푸르니 백마가 울고 있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 산 비는 밤에 대나무를 울리고
草蟲秋入牀(초충추입상) : 풀벌레는 가을에 침상으로 들어온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 아득한 물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 서리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고 있다.
露凝千片玉(로응천편옥) : 이슬이 맺히니 천 조각의 구슬이요
菊散一叢金(국산일총김) : 국화가 흩어지니 한 떨기 황금이다.
白蝶紛紛雪(백접분분설) : 흰나비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이요
黃鶯片片金(황앵편편김) : 누런 꾀꼬리는 조각조각들이 금이다.
洞深花意懶(동심화의라) : 골짜기가 깊으니 꽃 피려는 뜻이 게으르고
山疊水聲幽(산첩수성유) : 산이 깊으니 물소리도 그윽하다.
氷解魚初躍(빙해어초약) : 얼음이 녹으니 물고기가 처음으로 뛰어오르고
風和雁欲歸(풍화안욕귀) : 바람이 온화하니 기러기 돌아가려 한다.
林風凉不絶(임풍양불절) : 숲 사이에 부는 바람 시원함이 끊이지 않고
山月曉仍明(산월효잉명) : 산 위에 떠있는 달은 새벽에도 여전히 밝다.
竹筍尖如筆(죽순첨여필) : 죽순은 뾰족하기가 붓끝과 같고
松葉細似針(송엽세사침) : 솔잎은 가늘어 바늘 같다.
魚戱新荷動(어희신하동) : 물고기 희롱에 새로 난 잎 살랑대고
鳥散餘花落(조산여화락) : 새 흩어지니 남은 꽃 떨어진다.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 거문고는 젖었어도 줄은 여전히 소리를 울리고
爐寒火尙存(노한화상존) : 화로는 차가워도 불은 그대로 남아 있다.
春北秋南雁(춘북추남안) : 봄에는 북쪽, 가을엔 남쪽에 있는 것은 기러기요
朝西暮東虹(조서모동홍) : 아침에는 서쪽, 저녁엔 동쪽인 것은 무지개라.
柳幕鶯爲客(류막앵위객) : 버들 장막엔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花房蝶作郞(화방접작랑) : 꽃방엔 나비가 신랑이 된다.
日華川上動(일화천상동) : 햇빛은 시냇물 위에서 일렁이고
風光草際浮(풍광초제부) : 바람 빛은 풀 사이에 떠 있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 맑은 샘물은 돌 위를 흐른다.
靑松夾路生(청송협로생) : 푸른 소나무는 길을 끼고 자라고
白雲宿?端(백운숙첨단) :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고 있다.
荷風送香氣(하풍송향기) : 연꽃 바람은 향기를 보내오고
竹露滴淸響(죽로적청향) : 대나무 이슬은 맑은 소리로 떨어진다.
谷直風來急(곡직풍래급) : 골짜기가 곧으니 바람이 급하게 불어오고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 산이 높으니 달도 더디게 떠오른다.
??鳴洞房(실솔명동방) : 귀뚜라미는 골방에서 울고 있고
梧桐落金井(오동락김정) : 오동잎은 가을 우물로 떨어진다.
山高松下立(산고송하립) : 산은 높아도 소나무 아래 서 있고
江深沙上流(강심사상류) : 강이 깊어도 모래 위로 흐른다.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진다.
大旱得甘雨(대한득감우) : 큰 가뭄에 단비를 얻고
他鄕逢故人(타향봉고인) :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난다.
畵虎難畵骨(화호난화골) : 호랑이를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知人未知心(지인미지심) : 사람을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
水去不復回(수거부복회) : 물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言出難更收(언출난갱수) :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 거두기 어렵다.
學文千載寶(학문천재보) : 글을 배우면 천년의 보배요
貪物一朝塵(탐물일조진) : 물건을 탐하면 하루 아침의 티끌이라.
文章李太白(문장이태백) : 문장은 이태백이 으뜸이요
筆法王羲之(필법왕희지) : 필법은 왕희지라.
一日不讀書(일일부독서) :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口中生荊棘(구중생형극) :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花有重開日(화유중개일) :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지만
人無更少年(인무갱소년) :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다.
白日莫虛送(백일막허송) : 젊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靑春不再來(청춘부재래) : 청춘은 다시 오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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