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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깊어가는 가을, 엄니랑 내 마음에도 가을은 깊어...

by 호호^.^아줌마 2009. 9. 21.

"워따, 나락이 벌써 저렇게 익었는갑다잉!"

 

오랜 병원생활 중에 며칠 동안 집에 와 계시던 엄니,

하루종일 빈 집 지키시느라 무료하셨던지

다시 병원으로 가실란단다.

 

"글믄, 토요일이 엄니 팔순 생신인께 모시러갈께라우!"

"생일은 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 시간이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 "언능 오니라~" 성화를 부리시던 엄니.

어찌된 일인지 요며칠은 통 전화를 안하신다.

뭔 일 있으면 전화하시라고 일부러 큰 종이에 전화번호를 적어 전화기 옆에 두고 나오는데...

 

"요놈의 가시내들이 전화번호 늦게 눌렀다고 끊어불고, 끊어불고..."

 

그래서 그냥 병원으로 가실란다 해서

모시고 가는데 산포에서 남평으로 넘어가는 논둣길에

누렇게 익은 벼랑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오셨는갑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콩도 거둬들이고,

금성산 오두재 밑 산밭에 고구마도 캐고,

그 먼 길을 땀 뻘뻘 흘리며 가을걷이 한다고 다니시더니...

 

하늘 향해 코스모스...2009년 9월 21일 오전 남평미래병원에 엄니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이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문정희(文貞姬, 1947년 5월 25일 ~ )는 보성에서 난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에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궁금하다 이 녀석의 정체!!!<나주읍성 서성문 복원터에서...> 

 

손의 십계명

 

(하나)

치고 때리는데 사용하지 않고

두드리며 격려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둘)

상처 주는데 사용하지 않고

치료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셋)

차갑게 거절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따뜻하게 꼬옥 잡아주는데 사용하겠습니다.


(넷)

오락이나 도박에 사용하지 않고

봉사하고 구제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다섯)

받기만 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나누어 주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여섯)

비방하는 손가락으로 사용하지 않고

위해서 기도하고, 찬양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일곱)

투기와 착취에 사용하지 않고

성실히 땀 흘리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여덟)

뇌물을 주고받는데 사용하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로 정직하게 행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아홉)

인터넷으로 음란물을 클릭하거나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는데 사용하지 않고

설교를 듣고, 성경책을 잡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열)

놀고먹으며 게으르지 않고

공부하고 일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