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배 타고 비행기 타고
다들 가고 계시겠죠?
어쩌다 일년에 한 두번 선심쓰듯이 찾아나서는 고향길,
하지만 고향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당신을 그립니다
너무나 가까운 고향,
아예 고향에 묶여사는 사람도 하냥 고향을 그리는 계절,
대한민국 나주의 가을하늘에 오늘밤 둥근 한가윗달이 떠오르겠습니다.
나주뉴스 만평작가 김진호 '한가위보름달'
시 월
윤희상
너를 버리면
무엇을 버리지 않을 수 있을는지 나는
걸어가다가 몇번이나
주저 앉아버리고 싶었다
우리들 곁으로 겨울이 오기 전에
갑자기 비가 내리지
아마 사람들은 거리에서 젖어 있을거야
이제 편지하지 말아다오
누가 지친 생활을 세 번 깨우기 전에는
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이기철
시월의 맑고 쓸쓸한 아침들이 풀밭 위에 내려와 있다
풀들은 어디에도 아침에 밟힌 흔적이 없다
지난 밤이 넓은 옷을 벗어 어디에 걸어놓았는지
가볍고 경쾌한 햇빛만이 새의 부리처럼 쏟아진다
언제나 단풍은 예감을 앞질러 온다
누가 푸름이 저 단풍에게 자리를 사양했다고 하겠는가
뜨거운 것들은 본래 붉은 것이다
여윈 줄기들이 다 못 다독거린 제 삶을 안고
낙엽 위에 눕는다
낙엽만큼 쓸쓸한 생을 가슴으로 들으려는 것이다
욕망을 버린 나뭇잎들이 몸을 포개는 기슭은 슬프고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흘러가버릴 것들, 부서질 것들만 그리워해야 한다
이제 나무들이 푸른 이파리들을 내려놓고 휴식에 들 때이다
새들과 들쥐들이야 몇 개의 곡식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망각만큼 편안한 것은 없다
기억은 밀폐된 곳일수록 조밀해진다
이제 가을바람이 남겨놓은 것들만이
내 것이다
시월은 또 작년의 그 자리에서
오래 참으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
♬ 김동규 & 조수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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