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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영산강 황금물결 억새바다

by 호호^.^아줌마 2009. 10. 2.

 

광주에서 추석을 쇠고  나주로 돌아오는 길,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제히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엄마, 진짜 한상(환상)적이다!"(조은산)

"엄마, 우리가 만화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애."(조은강)

"아따, 진짜 멋지구만잉~"(남편)

"차 세워, 언능 차 세워!"(나)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영산강 노을,

노을에 불타오르는 억새무리들

이렇게 멋진 자연이 지금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어찌 인간이 여기에 무엇을 더 할 수 있고 덜 할 수 있겠습니까?

 

 

 

내 조잡한 사진실력으로는 천만분의 일도 담아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아무리 찍고 또 찍어도 제가 그 자리에서 본 그 모습,

그 감동을 비슷하게도 담아낼 수 없습니다.

 

 

특히, 황금빛 저녁노을은 감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본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고자 애쓰던

소니 알파100이 아예 고개를 내젓고 맙니다.

그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요. 

 

 

광주천에서 서창대교 밑으로 빠져

강둑을 타고 극락강변을 지나올 때의 일입니다.

 

 

누군가 심어놓지 않아도 제 흥에 겨워 자라난 억새풀들,

이 풀들이 홍수를 일으킨다 해서 밀어낸다고 합니다?

4대강 살리고, 영산강 살리자면서요.

이 위에 콘크리트를 깔고 레포츠공원을 만든다고요?

그렇게 만들어 달리면 행복해질까요?

언감생심ㅡ.ㅡ;;  

 

 

이 모습을 보며 나주의 큰 시인 최규창 님의 시를 떠올립니다.

 

영산강 상류에 가 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 님...

 

 

 

      영산강 

                       최규창 시

                        

푸른바람에 부딪치는 물살을 보아라

보아라 백사장 세월에 무늬

사금파리 얼굴로  기웃거린다

토라지는 입술이 곱지 않느냐

 

영산강 상류에가서 우리엄니 빨래터에 앉아 보아라

물속에는 송사리때 몰려가고

그 사이사이 미소띈 우리엄니가 세상살이 그을은

귀신같은 내얼굴을 맞이하더라

 

영산강 상류에 가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님의 모습 가 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일몰에 영산강 강가에 서 보아라

천년에 한번 울먹이는 소리

들어 보아라 천년에 한번

울먹이는 역사 들어 보아라

 

아배의  말씀은 두만강에 서성이고

엄니 말씀은 영산강에 떠돌고

노기띤 아배의 말씀은 문밖에 서성이고

오늘도 아프게 영산강은 흐르더라

 

영산강 상류에 가 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님에 모습 가 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영산강 상류에 가 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님에 모습 가 보아라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님

 

 

마냥 도취돼 있을 수만 없어서 달리는 차 안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는 풍경이 더날나위 없는 가을날의 행복을 안겨줍니다.

영산강 억새풀밭,

그 풀밭에 깃들어 사는 찌르래기, 개똥지빠귀, 이름 모를 새들과 곤충들과 물고기들 위에

생태적 재앙이 닥치지 않기를 소원해봅니다.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자연적이라는 말

다른 말이 아닌 듯합니다.

 

2009년 10월 2일 영산강변을 지나며....

 

 

 

전북 옥구군 미면(지금의 군산시 미룡동)에서 태어난 고은 시인이

옥구 앞바다에서 뱃사람들이 멸치잡이를 할 때 부르는

흥겨운 앞소리 ‘세노야’를 소재로 삼아  지은 것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