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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무어별(無語別)’에 길을 묻다

by 호호^.^아줌마 2009. 10. 12.

 

 '무어별(無語別)’에 길을  묻다


“나야 네년을 첩으로 들이지 않아도 이리 기방에서 찾으면 될 일이지만 고집을 부려봐야 손해 보는 건 너란 말이다. 물론 네년을 내가 올 때마다 데려 앉히려면 전두를 몇 배나 더 줘야 한다지만 그 돈이야 너를 사가는 것에 비하면 내겐 외려 남는 장사니라.”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무어별(無語別)’의 한 대목이다. 돈으로 술과 여인을 사는 데 주저함이 없는 박영감이 오직 한 여인 설홍만은 손아귀에 넣지 못한 채 조바심을 내고 있는 장면이다.

 

여인은 한번 마음 준 남자를 위해 끝까지 지조와 절개를 지켜야 한다는 조선시대적 발상에  쓴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쩐지 박영감의 처세가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이다.

돈을 손에 넣기 위해 백년을 가약한 배우자 이름으로 보험을 들어놓고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 성욕에 눈이 멀어 어린이들을 제물로 삼는 조두순 같은 사람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거리, 정치적인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아니 자신의 정치야욕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매도하고 권모술수로 매장을 하는 사회.......

 

제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단의 사회에서 박영감의 욕심 챙기는 방식은 차라리 귀엽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연한 자리에서 직무정지 중인 신정훈 시장이 얼마 전 한 인터넷신문과 나눈 대담기사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나중에 그 기사를 찾아보니 ‘한 진보파 풀뿌리 정치인의 힘겨운 싸움, 시장직 박탈 위기에 처한 신정훈 나주시장’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였다.

 

신 시장이 직접 무밭을 일구는 모습이며, 기자에게 재배한 무를 건네는 모습이며, 농민운동가 출신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내심 짠하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묻는다.

기자 :(민주당의 공격이) 도의원 시절은 덜했다고 쳐도,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는 차원이 달랐을 텐데요.

“말도 못합니다. 의회에서 조례를 통과시켜 놓고, 예산 배정을 하지 않는 등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는 견제가 많았습니다.”

 

기자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까?

“재임 기간 동안 무려 서른 번이나 고소고발 당했습니다. 그 중에 재판까지 간 사건이 두 번 있는데, 하나는 드라마 주몽 세트장 설치와 관련된 건이고, 나머지 하나가 이번 사건입니다.”

 

기자 : 민주당 쪽에서 고발한 겁니까?

“불만을 갖고 있던 토호세력들이 크게 문제제기 한 거죠. 고발한 사람중에는 그 지역 면장도 있었는데, 제가 재임할 때 대기발령 받고, 몇몇 불미스러운 일로 도중에 명예퇴직 했습니다. 그런 데 대한 반발의식이 컸던 것 같습니다.”

 

기자 : 그걸 정치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이 사건에 민주당 의원, 당원, 그쪽과 친한 지역 언론들이 개입하면서 결국 지역 정치권력을 갖고 있던 주류 세력들이 정치전을 펼친 거죠.”

 

기자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구체적으로 말해주십시오.

“민주당 당원들이 시의원들에게 받은 주요 행정자료를 지역 언론에 토스해주고, 언론은 마치 정치적인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그런 삼각편대가 완벽하게 구성됐죠.”

 

어느 구석에도 행정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미흡함이나 책임을 인정하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적, 정적들에 의한 모함, 공격이었다는 설명이다.

 

그것을 유죄라고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조차 두지 않는 모습이다. 그 동안의 과정을 지켜봐온 기자조차 혼돈스러울 지경이다.

 

대법원 판결, 언제 나오려나. 하루빨리 나주사회가 이 허망한 논쟁에서 깨어나야 할 텐데.

박영감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뭐라 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