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진숙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번 주말 막둥이 아들 장가가는 날인데 그 모습을 못 보고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미리 친구들, 친지들 모시고 피로연까지 마치셨는데 그리 되셨습니다.
패혈증이라고 합니다.
패혈증, 얼마 전에 욘사마 배용준이가 패혈증으로 쓰러져 난리가 났다는 얘길 전해들었는데
그게 그 병이었습니다.
찾아봤습니다.
패혈증, 몸의 어딘가에 세균에 의한 병이 있다가 그 세균이 혈액 속에 들어가 번식하면서
그 생산한 독소에 의해 중독 증세를 일으키거나, 세균이 혈액의 순환에 의해 전신에 퍼져서
2차적으로 여러 장기에 감염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라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기도 하더군요.
중이염, 피부화농증, 욕창, 폐질환, 충치, 담낭염, 신우염, 골수염, 감염자궁...
이런 증세를 소홀히 할 경우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균, 녹농균, 진균 등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증세는 갑자기 오한 전율을 동반한 고열이 나고 관절통, 두통, 권태감 등도 볼 수 있으며
맥박은 빈수(頻數)가 미약하게 되고, 호흡이 빨라지며, 중증인 경우는 의식이 혼탁해지기도 합니다.
열형은 이장열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체온이 1℃ 이상 오르내리고,
최저 체온이 37℃ 이상인 신열이 나면서 백혈구가 증가하고, 지라가 부어오르고
심내막염을 일으키면 심장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간단한 화농이라도 항생물질이나 소독약으로 신속히 치료하고,
감염증에 걸렸을 때 몸이 떨리고 고열이 나면 즉시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합니다.
뜨악~
달포쯤 전에 남편이 귀가 아프면서 오한이 나고, 온 몸이 욱신욱신 아프다고 하길래
“술 좀 어지간히 먹으라는 육체의 반란이지 뭐...”
하고 말았는데 서방님 잡을 뻔 했지 뭡니까?
다음부터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자,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와서...
천붕(天崩)이라고 했던가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부모님을 보내는 자식들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친구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서울이며, 광주, 익산에 사는 친구들까지 속속 모였습니다.
상갓집 풍속에 따라 술(음료수)을 한 잔씩 돌리는데
서로 잔을 부딪치려고 하자 회장 김병완 친구가 서둘러 말립니다.
“상가에서 건배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하더라고. 그냥 조용히 마시자.”
그 말끝에 한 친구가, “고인의 명복을 위하여!!!”
“크하하하핫...”
어째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갑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이미 우리가 오기 전부터 깨져 있었습니다.
어제 부음을 듣고 사위들과 자식들이 달려오고
사위, 자식들 다니는 직장에서 화환이며 조의물품들을 보내오기 시작하는데
함평우체국에 다니는 사위네 직장에서,
‘삼가 弔意를 표합니다 -함평우체국 제비회-’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웃음보가 터졌다는군요.
제비회라는 말에... 뭘 연상한 것인지 모르지만,
우체국의 상징이 제비일 뿐인디...
그리고 이어지는 화환들, 저 멀리 강원도쪽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이 계셨던가 봅니다.
OO단란주점, □□노래방, △△△클럽...
조문객 가운데 한 분이 시침핀으로 하나하나 접어서
OO점, □□방, △△△ 대표 *** 로 바꾸느라 욕봤다는 얘길 하면서
또 한바탕 웃었습니다.
이제 우리 나이 마흔 중반을 향해 치닫다 보니
부모님 상을 당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올 봄에 남편을 잃은 순심이 같은 친구야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지만요.
그럴수록 어릴적 추억을 함께 나눴던 친구들의 위로와 다독거림이 큰 힘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번에 만나보니 다들 애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거나 대학생인 친구도 있던데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유치원생인 저는 환갑 될 때까지 애들 공부 뒷바라지 할 일이 깝깝하다 했더니
이제 작은 놈 돌 지난 병완이는 어쩔 것이냐는 말에 입 다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머잖아 친구 자식들 결혼식장에서 만나게 되겠지요.
그런 다음에는 배우자 장례식장...
또 그 다음에는...
나 배웅하러 찾아와 추억해 주는 친구들은 누구겠는가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나저나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박병길, 조재만, 조규백, 김희천이...
특히, 희천이 이 친구는 만화 잘 그리던 친구라서 늘 뭐할까, 뭐할까 궁금했었는데
아, 글쎄 이 친구가 나를 몰라보는 겁니다.
쩝~ 아무리 30년 세월이 흘렀다지만 서운섭섭...
아, 그리고 또 한 친구, 미란이가 있군요.
30년 만에 만난 그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왈가닥 미란'이라 기억하던 그녀가
기품이 좔좔 흐르는 귀부인이 돼서 나타난 것입니다.
살짝 김하늘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은행나무 침대에서 열연하던 은희경이를 닮은 듯도 하고...
그런데 그녀가 나를 딱 보더니 이러는 겁니다.
“너어~ 뭐하는지는 모르겠다마안~ 고위공직자 분위기가 난다야”
“오호호호호호홋”
발칙하게도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웃었습니다.
고위공직자형 호호라...
친구의 슬픔을 나누러갔다가 이 무슨 발칙한 행동이었던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위하여!!!
작업남 병완(?)
우리의 우정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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