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족사랑 나주학생 글짓기 대회 ‘대상’ 수상작
사랑으로
나주중학교 3학년 김애린
이슬비에 속살까지 젖는다는 가을비가 왔다. 아빠가 왔다. 화가이신 우리 아빠는 강화도에 작업실을 지으셔서 한 달에 한 번 매월 24일이면 어김없이 이곳, 우리 집에 오신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로 나와 내 남동생. 그리고 엄마를 맨 마지막으로 한 줄로 세워놓고, 한 명씩 꼬옥 안아주신다.
그리고선 살이 뒤룩뒤룩 오른 나와 동생을 번갈아 보며 “핼쑥해졌네. 먼 살이 이렇게 빠져 가지고 체력은 국력인데”한다. 엄마는 기가 막힌 표정이다.
엄마는 실없이 농담을 즐겨 하는 아빠를 너무나 잘 아는지라 “당신이 돈을 많이 벌어야 아이들 고기라도 사줄 것인데”라고 핀잔 아닌 투정을 놓으며 아빠가 좋아하시는 찐 계란을 넣은 쇠고기 장조림과 된장찌개로 저녁상을 차려주신다.
가을비 적당히 오고. 아빠 표현을 빌리자면 척척하게 물든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비가 소리 없이 눈처럼 쌓인다. 우리 가족의 사랑이 두 배가 되어 찾아온 날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사랑은 우리 가족의 사랑이다. 아빠는 집에 오시면 우리를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더라도 꼭 영화 한 편을 같이 봐주시고, 늦은 시간에도 맛있는 야식을 직접 만들어 주신다.
책 선물을 받을 때도 있고, 아빠의 따가운 수염 비비기를 당할 때도 있다. 어쩔 땐 아빠가 주최하는 행사장에서 동생과 내 학교 주소를 틀리게 적어 동생에게 가야 할 엽서가 내게 오고 내게 와야 할 엽서가 동생에게 가는 글을 학교로 보낸다. 내용은 간단하다. “공부 너무 하지 마라. 잘 먹어야 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영화를 봐라.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해라.” 누군가 읽어 보아야 된다는 듯이 나는 그런 아빠의 사랑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학에 유독 흥미가 없는 나와 내 동생이 낮은 점수를 받아올 때면 엄마는 모르는 척 선생님의 탓으로 돌리신다. “나는 우리 딸, 아들을 잘 안다.” 그러면 우리는 괜스레 오해받은 선생님께 미안해 스스로 더 반성하게 된다.
우리 엄마가 나와 동생에게 훈계와 질책을 보냈다면 ‘신뢰’와 ‘믿음’을 전제로 한 지금의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었을까? 엄마는 우리를 통해 자신의 거울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부족한 것이 내 자식들에게 간다는 것을.
아빠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성공이라는 것은 돈, 명예,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이루어야 할 꿈을 향해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해야 한다.”
아빠는 화가의 길을 가고 엄마는 교육자의 길을 가면서 우리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것. 이처럼 자신의 길을 가는 부모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사회가 바로 가정이고, 세상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리더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일 것이다. 좋은 환경의 사회에서 올바른 리더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것은 ‘식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함께 밥을 나눠 먹는다는 뜻이다. 가정은 결혼을 전제로 하여 엄마와 아빠만 있으면 되지만 가족은 아이들도 있어야 하고, 할머니도 있어야 하며, 외할아버지도 있어야 한다.
어느 잡지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어느 우물에 물고기 두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먹을 것이 부족해 서로 간간이 나누어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매우 허기가 지고 먹을 것이 부족해져서 하나의 먹이를 두고 서로 다툼이 일어났다.
결국, 먹이를 빼앗긴 물고기는 죽고, 남은 한 마리는 빼앗은 먹이를 맛있게 먹었다. 더는 먹을 것도 없어져 버린 남은 물고기는 계속 그 우물 안에 살다 자신이 죽인 물고기의 시체 때문에 고인 물이 함께 썩어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물고기 두 마리의 관계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없어 희생의 결과를 부르곤 한다. 하물며 더 많은 수가 모여 사는 가족이라는 공간 안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없다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최근 뉴스에 보험금을 타기 위해 노부모를 살해하고, 큰 아빠나 사촌 오빠에게서 강간을 당했다거나, 외부로부터 쌓인 스트레스로 아동폭력을 일삼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많이 보도된다.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소외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충분한 믿음과 사랑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가정의 중요성은 깨지지 않는 것이고, 가족의 소중함은 사랑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사랑으로, 진정한 사랑으로 살고자 하는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가 아닐까. 부당한 행위가 아닌 이유를 묻는 아빠, 질책이 아닌 격려를 보내는 엄마, 더 하고 싶은 컴퓨터를 내어주는 동생, 할머니 할아버지를 공경하는 가족이 이 세상 곳곳을 밝혔으면 좋겠다.
‘가화만사성’이라고 내 가족을 사랑하면, 내 이웃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면,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일석삼조의 바램도 함께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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