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심향(深香) 그리고 굴기(屈起)
겨울의 길목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래도 가을의 막바지라고 해두자.
함평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향대전 막차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개장 앞두고 얻어놓은 입장권이 핸드백 안에서 내내 잠을 자다 발견됐는데
아니, 오늘이 마지막 날 아닌가?
가자! 그래도 해마다 거르지 않고 봐왔던 남도의 대표축제 아니냐...
그렇게 마음 먹고 떠난 것이 오후 3시무렵.
아니, 그런데 카메라가 없는 것이 아닌가.
오늘 영산강살리기 희망선포식 한다고 대통령께서 오신다더니
거기에 공출돼 나갔다.
아뿔사, 그렇다고 가던 발걸음 되돌릴 수도 없고...
에라 까짓것,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핸드폰 카메라가 있지 않은가?
晩秋의 深香 그리고 屈起
가을 국화의 깊은 향기를 맡으며 희망을 갖고 일어나라는 의미라 한다. 애쓴 뜻은 이해되지만 너무 어렵다.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4계절 내내 볼거리가 풍성한 관광 함평을 만들기 위해 2004년 가을에 시작됐다.
그때는 거의 동네축제 수준이었는데, 6년 만에 나비곤충엑스포와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우뚝 서게 됐다.
공원 정문 입구 가수 김흥국 노래비 옆에 가로 30m, 폭 3m, 높이 7m 규모로 세워진 '마법의 성'
행사장에서 자원봉사 하시는 함평 선비 어르신들과 함께
현애작 3,500여 점으로 연출되는 10m, 12m 규모의 대형수목형 국화탑.
조형물 하나하나에도 자연을 생각하는 생태적인 요소를 도입해
정말 자연이 살아 숨쉬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함평의 또 다른 명물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이다.
설명이 구구하니 기사자료로 대신한다.
황금박쥐 전시관을 나와
작은 언덕배기를 올라가니
와~
억새밭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해 낸다.
억새밭 위로 또 하나의 볼거리.
마치 그랜드 캐년을 축소해놓은 듯한
돌산이 자연 그래도 우뚝 솟아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
어찌 안 오르고 배기랴.
돌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엑스폰전시관
돌산을 내려와 장수풍뎅이가 끄는 기차를 탔다.
은강이가 공짜라고 해서 탔는데
아이 한 명 면제해주고 천 원 더 깎아서 7천원 달란다.
하지만 본전이 생각나지 않은 선택이었다.
엑스포공원 주변 함평천 둔치와 습지공원, 자연생태공원의 583천㎡의 면적에는
형형색색의 국화가 만개해 광활한 수채화 빛 국화들녘을 연출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645㎡ 규모의 그린어메니티관은 슈퍼호박, 관상호박 등의 이색 농산물과
농특산품 전시판매와 함께 꽃, 나비, 곤충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 작가와
대학생들의 일러스트 작품, 함평군 사진동호회원의 작품이 선보였다.
단순히 행사장 볼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평의 대표 농산물과 가공제품들이 총출동했다.
결국은 농민이 수지 맞는 행사가 진짜 의미있는 축제가 아니겠는가.
찰올벼쌀 천원 에누리해서 두 봉지에 9천원 주고 샀다.
공원 잔디광장에는 지난 해 처음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가로 14m, 폭 6m, 높이 8m 규모의 숭례문 국화 조형물이 길이 160m, 높이 3m 규모의 한성 성벽과 함께 재현됐다.
실제 숭례문 크기의 1/2 크기로 제작되는 이 조형물에는 국향, 천황, 승강자원 등
13종의 국화품종 1만여 주가 소요돼 화제가 되고 있다.
에펠탑,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첨성대 등의 세계 풍물기행 작품 5점과 사슴벌레, 나비, 여치, 딱정벌레 등의 곤충모형 특수작 10점은 공원 내 주요 관람동선을 따라 전시돼 관광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국향대전의 주인공은 하위직 공무원들
국향대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선전이 그 어느때보다도 눈부셨다는 후문이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2009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엑스포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엑스포조직위원회의 최호균, 모국원, 김재승, 이본형 씨 등 엑스포공원의 4총사.
2008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의 성공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김재승(27) 씨와 이본형(26) 씨는 비정규직 공무원이다.
그럼에도 초화류나 국화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전문가 못지않은 노하우와 지식을 가지고 있어 형형색색의 국화가 만발한 드넓은 행사장을 자랑하는 국향대전의 행사장도 직접 식재하고 관리한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됐다.
또 원예치료관, 다육식물관 등의 다양한 식물들도 이들이 직접 식재했으며, 행사 기간 중에도 물 주기와 전시관 및 수목 관리에 애쓰느라 밤을 새기 일쑤다.
이들은 유명 꽃 박람회 못지않은 조경으로 찬사를 받았던 2008 엑스포 때도 비닐하우스 4동을 관리하며 꽃양귀비, 안개초 등 초화류 육묘 50만 본을 파종하고 키워냈다.
주어진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난 모국원(39) 씨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출근하는 직원이다.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무슨 일에든지 솔선수범하고 늘 웃는 인상의 서글서글한 외모도 단연 으뜸인 그는 출근하자마자 행사장 내의 쓰레기통을 수거하고 환경 정리 등 행사장 관리에 나선다.
특히 그는 시설물 관리, 기계 조작 및 수리 등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만능맨으로 엑스포공원 내의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 하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원이다.
또 엑스포공원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최호균(46) 씨, 그는 화훼를 전공했을 뿐 아니라 오랜 농장근무 경력도 갖고 있다.
행사장 구석구석의 국화 조형물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에는 정성어린 그의 손길이 베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행사장 주요 동선가에 놓여진 400여 개의 원형 및 사각 국화 조형물도 그가 직접 구조물 틀을 짜 국화를 식재하고 유인해 만들었다. 그는 매일매일 이 국화 조형물에 물을 주면서 생육 상태 등을 확인하며 관광객들에게 최상의 국화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다.<함평군 보도자료>
온갖 볼거리가 즐비했으나
약속이 있다며 재촉하는 어떤 사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이렇게도 아깝고 아쉬운 축제장이 또 있을까?
노을을 등지고 돌아오는 길목에
하나 둘 불 밝히는 가로등에 내년을 기약한다.
내년 봄 나비곤충엑스포 때 다시 오마.
가을 국화향 그윽할 때 좀 더 일찍 서둘러 오마.
.
.
.
그러면서 부러움과 시샘에 겨워 한 마디 더 남긴다.
함평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특히,
이석형 군수, 이 양반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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