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다시 들어보지만...
왜 바꾸려는 것인지...
<2009.12.11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용섭 위원 :국가보훈처장에게 질의하겠습니다. 내년이 그야말로 서러운 일이지요, 5.18 민중항쟁 30주년이 되는 해이지요?
국가보훈처장 김양 : 예.
이용섭 위원 : 5.18 기념식장에서 지금까지 불려지고 있는 추모곡이 어떤 곡입니까?
국가보훈처장 김양 : 임의 행진곡입니다.
이용섭 위원 : 임을 위한 행진곡이지 않습니까?
국가보훈처장 김양 : 예.
이용섭 위원 : 그런데 지금 정부가 이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까?
국가보훈처장 김양 :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단체들로 하여금 우리가 의견 타진 중입니다. 우리 정부가 총 13개의 정부 행사가 있는데 5.18이 지금 30년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5.18만의 기념곡이 없습니다. 모든 13개 행사에는 다 각자의 곡이 있는데 거기만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것을 제안을 했습니다.
(생략)
이용섭 위원 : 그러면 새로운 추모곡을 공식으로 지정을 하는데 그때 '임을 위한 행진곡'도 그중의 하나의 대상으로 검토가 됩니까?
국가보훈처장 김양 : 글쎄요, 그것도 대상이 될 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생각하시는 게 그 노래가 좋다 또 더 좋은 노래가 나올 수가 없다, 그랬을 때는 그 노래를 쓰는 것도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5.18은 5.18 나름대로의 색깔을 갖고 그 정신을 갖다가 계승시키는 어떤 노래를 갖는 것이 좋지 않으냐,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아무 데도 5.18이라는 단어도 없고 그 5.18에 연결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용섭 위원 : 그것은 우리 처장 생각이고요,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많은 국가적 과제들, 세종시다, 혁신도시다, 4대강이다, 정부가 스스로 갈등을 만들고 있거든요.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5.18 공식 추모곡 선정과 관련해서 새로운 갈등을 자아내지 마십시오. 이 노래를 없앤다고 하면서 많은 국민들, 특히 광주 쪽 시민들은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 이건 민주주의 역사를 지우고 민주개혁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민주개혁세력의 맥, 5.18의 혈맥을 단절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립5.18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몰아내고 나면 민중의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순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거 현실화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공무원 노조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기가 포함된 민중의례를 금지시켰습니다. 이런 우려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키면서 추진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고요.
시대가 변화되면 추모곡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은 정부가 주도할 일이 아닙니다. 민중항쟁은 시민들이 주도했던 것입니다. 이건 시민의 몫으로 놔두어야 된다,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에 5.18이라는 말이 없다고 그러는데 이건 역사가 들어 있고 5.18의 정신이 녹아 있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저는 5.18민중항쟁의 공식 추모곡으로 이 노래가 과연 타당한가 이것부터 먼저 검토를 하시고요, 만약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라 시민 주도로 이루어져야 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얘기를 그냥 흘려듣지 말고 이것이 새로운 불씨가 되지 않도록 과정과 절차를 충실히 하세요.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목표만 정하면, 목적만 좋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게 다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참고로 말씀을 드리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는 당초에 시민혁명군의 노래였다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연스럽게 공식화 됐습니다. 미국의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도 한 사람의 시에서 출발해서 해군 군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117년 뒤인 1931년 3월 3일에 미국의 공식 국가로 인정된 것입니다. 프랑스나 미국의 사례처럼 일정 시간을 거치면서 다중들의 선택을 받은 노래는 숱한 이야기를 품은 역사라고 해야 되는 것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의 고된 여정을 품고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듣지 말고 이것도 반드시 대상 곡으로 감안해서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럴 용의 있습니까?
국가보훈처장 김양 : 예, 잘 알겠습니다.
임을위한 행진곡 / 박진광
[성명서] 5·18 새 추모곡 제작은 민주주의 역사를 지우려는 정치적 의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시작 부분이다. 이 노래는 5·18민중항쟁의 ‘사실상 공식 추모곡’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정하는 과정 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불려지다가 마침내는 ‘공식’의 지위를 획득한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그런데 MB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른 노래로 교체하려 하고 있다.
5·18민중항쟁 30주년을 맞아 “국가기념일의 위상에 걸맞는 추모곡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공모를 거쳐 변경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추모곡이 엄연히 있음에도 “추모곡이 없다”고 인식하는 MB정부의 태도가 놀랍다.
국가기념일의 위상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그 의도마저 의심하게 된다. 이미 5·18기념식장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불려지고 있는데 왜 국가기념일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프랑스의 국가(國歌) ‘라마르세예즈’는 당초에 시민혁명군의 노래였다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연스럽게 공식화되었다.
미국의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도 한 사람의 시에서 출발해 해군 군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117년 뒤인 1931년 3월3일에 미국의 공식 국가로 인정되었다.
프랑스나 미국의 사례처럼 일정 시간을 거치면서 다중들의 선택을 받은 노래는 숱한 이야기를 품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민중들의 애국가라는 ‘임을 위한 행진곡’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고된 여정을 품고 있는 ‘역사’에 다름 아닐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노래를 없애려는 MB정부의 태도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민주개혁세력의 맥을 단절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립5·18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몰아내고 나면 ‘민중의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순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성을 추인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굳이 다른 노래로 대체하려는 것은 결국 면면이 이어오는 5·18의 혈맥을 끊고 민주개혁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정부주도의 새 5·18 추모곡 제작’에 반대한다.
설령 시대 변화와 함께 새 추모곡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시민들의 몫이어야 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싸우자던 뜨거운 맹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첫 대목의 옛 가사는 ‘싸우자던’이었고, 지금 가사는 ‘나가자던’이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격한 언어를 은유적으로 풀어내는 지혜로움을 광주시민과 국민들이 발휘했다는 증거다.
이처럼 시대적 의미와 역사적 상징성 그리고 5·18의 정신이 녹아 있는 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중항쟁의 공식 추모곡으로 추인하는 문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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