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바로잡고 의혹 가려내려면...
편집국장 김양순
무공인지악(無攻人之惡)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잘못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라 한다.
전남일보 정유철 기자가 자사 신문에 ‘漢字이야기’라는 코너를 운영하며 그때그때 메일로 보내준 내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공자의 제자 번지(樊遲)가 제천단에 있는 곳에서 공자를 모시고 노닐다 스승에게 질문을 했다.
“감히 묻자옵니다. 덕을 숭상하고 잘못을 바로잡고 의혹스러운 것을 가려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좋은 질문이구나. 일을 먼저 하고 성과를 얻는 것을 뒤로 미루는 것이 덕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先事後得 非崇德與) 자기의 잘못만을 따지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따지지 않는 것(攻其惡 無攻人之惡)이 잘못을 씻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일시적인 분한 것을 참지 못하고 몸을 그르쳐 걱정을 부모에게까지 끼친다면 멍청한 짓이 아니겠는가?”
공자의 말뜻을 곰곰이 곱씹어 본다. 먼저, 자기가 해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 무엇인지 그것을 결정하고 행한 다음 얻는 바는 택한다. 힘들고 괴로운 일은 남보다 먼저 하고 이익과 녹은 남보다 나중에 한다. 이것이 덕을 높이는 것이다.
한 때의 분노를 참지 못해 자기 몸의 신세를 잊어버리고 자기 부모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다 남을 탓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관대하게 한다면 그렇게 분노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이야기라 했다.
어찌 공자가 제자에게만 주는 말일까.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나와 우리에게 주는 말이고, 아울러 지금 우리 지역사회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에 빚어진 예산파행이 결국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네 탓’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 있었던 전라남도 인사와 관련해서도 어김없이 ‘네 탓’공방이 일고 있다.
이광형 부시장이 시의회의 예산심사가 늦어지자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항명을 했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모 정당 소속 의원들이 도지사를 찾아가 인사를 요구하자 선거를 앞둔 도지사가 어쩔 수 없이 이 부시장에 대해 불리한 인사를 했다는 시나리오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떤 의도로 퍼뜨려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인사 뒤 끝에 떠도는 소문치고는 가는 이나 오는 이나 유쾌하지 못한 후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는 인사권자인 도지사와 단체장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 문제를 두고 박준영 도지사가 직무정지 중인 신정훈 시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결론은 이 부시장은 떠나고 새로운 부시장이 임명을 받았다.
나주시 홈페이지에 이를 두고 도지사에게 공개질의가 올라왔다 사라지고, 또 어떤 단체에서는 이것을 기정사실화해서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결론은 ‘네 탓’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인 계산으로 논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주사회가 더욱 추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네 탓’으로 돌리며 꼬투리 잡는 정치, 이젠 거둘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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