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자는…
굳이 기도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십계명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세 번째 계명이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나 여호와는 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 하는 내용이다.
신약으로 넘어와 예수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남긴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최근 지역의 몇몇 단체들이 민생예산을 찾겠다며 시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시민들을 위해서 쓰여야 할 예산을 나주시의회 의원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삭감하는 바람에 민생이 도탄에 빠질 지경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정치적인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를 표방하며 민생을 염려하는 사람들이라면 본질을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말 그대로 시급히 추진돼야 할 사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밤을 새워가며 예산파행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는 예산을 깎자고 주장하는 의원들 보다 집행부 예산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 주자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더 안타까웠다는 사실이다.
교수 신분의 어떤 이는 한 라디오 방송에 대고 “어린이집 보일러가 고장 나서 그걸 고치겠다고 500만원을 세웠는데 그것마저 깎아버리니 이 엄동설한에 어린 것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지경”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예산심사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민주당의 한 의원이 “그 어린이집에 올해 1억원이나 들여 전체적으로 개보수를 했는데 보일러 수리비를 또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설명이었으며, 이에 대해 무소속 의원들은 한마디 이의제기도 없이 삭감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무슨 복이 많이 그 어린이집은 2년 연거푸 1억3천만원이나 지원을 해주더니 보일러 수리비까지 지원해주느냐”는 것이다.
시민단체를 표방한다면 말 그대로 정치에 대한 야욕 따위는 던져버리고 여론집단으로서 시민권익활동에 충실할 것이며, 오히려 나주시의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예산을 분석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본분이 아닐까 싶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여러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바라건데 수신(修身)이 제대로 된 사람들이 출마하기를 바랄뿐이다. 속담에 ‘거적문에 돌쩌귀’라는 말이 있는데 자질과 능력이 모자란 자가 시민을 대표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더불어 시민이니, 민생이니 하는 말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을 삼가주기를 정중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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