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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순천 금둔사 홍매화 향기 짙어갈 때

by 호호^.^아줌마 2010. 3. 9.

순천 금둔사 홍매화 향기 짙어갈 때 

 

 

 

이제 경칩이 지났으니 계절적으로 봄이 맞다. 하지만 봄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겨울의 흔적을 지우기엔 그리 만만치만 않다. 아직은 봄과 겨울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고 있는 셈이다. 봄의 기운이 센가 싶더니 겨울인 듯 찬바람이 불어오기도 한다.


봄은 더디게 온다. 그렇게 밀당하다가 어느 순간 겨울을 완전히 밀어내고 우리 곁에 와 있기 일쑤다. 계절 감각이 무딘 이들이 봄이 왔음을 느낄 즈음이면 온누리에 봄기운으로 충만해 있다.

 

 금둔사 들어가는 길


그 봄을 마중하러 간다. 봄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순천이다. 순천은 해마다 붉은 옷고름 날리며 맨 먼저 달려와 봄소식을 전하는 홍매화가 피는, 금둔사가 있는 곳이다. 금둔사는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668m)이 품고 있는 절이다.


금둔사는 백제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유재란 때 흔적도 없이 불에 탄 것을 지난 1980년대 초에 다시 지었다. 절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대웅전과 설선당, 3층석탑, 석불비상이 단아하게 어우러져 멋스럽다. 3층석탑과 석불비상은 보물 제945호, 제946호로 지정돼 있다.


선암사 승선교를 닮은 돌다리를 건너면 대웅전이다. 대웅전과 선방 사이 담장을 따라가는 오솔길이 정겹다. 바위에 새긴 비로자나마애불이 아기자기한 절집에서 자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갑작스런 분홍 빛깔을 눈이 먼저 알아챈다. 홍매화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먼 길을 달려온 봄이 홍매화 꽃을 피워 봄의 길목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분홍색이 황량하던 마음에 금세 봄빛 들게 한다.


봄비를 머금은 홍매의 모양새가 성글다. 향기도 짙다. 하얀 꽃이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덮는 섬진강변 백매의 화사함에 미치지 못할지만 고혹적인 매력이 있다. 남보다 앞서 봄을 느끼고 싶은 풍류객들이 금둔사에 들르는 이유다.


“꽃은 향기가 생명인데,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금둔사 중건 당시 홍매의 씨앗을 가져와 직접 심었다는 금둔사 주지 지허 스님<왼쪽 사진>의 얘기다. 스님은 전통차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금둔사 홍매는 토종매화다. 엄동설한 납월에 꽃망울을 틔운다고 해서 ‘납월매’라고 한다. 납월은 음력 섣달의 다른 표현이다. 지허 스님은 “아마도 여기 있는 홍매가 전국에서 유일한 납월매일 것”이라고 말한다.


금둔사 홍매, 납월매는 이 절집에서 3월말까지 피고지고를 거듭하면서 붉은 자태를 뽐낸다. 이곳 홍매가 질 무렵 섬진강변의 백매가 꽃을 활짝 피워 봄기운을 널리 퍼뜨린다.


금둔사 홍매를 보니 지천에 봄꽃 흐드러질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봄마중하려는 여행객들의 가슴이 설레는 것도 당연한 일. 그 마음처럼 우리네 일상도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만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자


금둔사에서 지척인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매화도 봄을 가득 머금고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과 돌담길 옆으로 늘어선 다른 봄꽃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여서 흡사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안겨주는 낙안읍성은 사적 제302호로 지정돼 있다. 고풍스런 누각과 우람한 성곽 그리고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초가집도 정겹다.


금둔사에서 10여㎞ 떨어진 선암사에도 눈길 끄는 매화가 있다. 무우전 돌담에 서있는 수령 600년을 넘긴 매화나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화려한 꽃을 피워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고매(古梅) 또는 절 이름을 붙여 ‘선암매’라 불린다. 누구라도 첫손에 꼽는 우리나라 최고의 매화다.


태고종 본찰인 선암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8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돌다리와 해우소까지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사찰의 옛 모습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금둔사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승주나들목 - 낙안읍성 방면 - 죽학삼거리 좌회전 - 금둔사(전남 순천시 낙안면 상송리 2-1번지 ☎ 061-754-6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