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축제를 열어야 하는가?
‘772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천안함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슬픔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가운데 한 네티즌의 천안함 실종자의 귀환을 기원하는 글이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전직 해군전우라고 밝힌 김덕규 씨가 쓴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라는 제목의 이 글을 읽으며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 저녁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어쩌면 그 배를 타고 근무했을 해군장병 출신 조카가 지난 연말 제대한 것이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또 현역 해군장교인 지인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으로 내 할 일은 다 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실종된 수십 명의 군인들 중 단 한명의 시신만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사고 직후 69시간의 생존할 수 있는 시한이 있었다지만 이제는 구조작업에서 인양작업으로 넘어간다는 뉴스에, 이제는 그들이 영영 차가운 바다에 수장돼버린 것이 아닌가 해서 다시 또 뜨거운 눈물이 솟구친다.
내 자식이 아니라고, 내 일가친척이 아니라고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 천지에 있을 것인가. 지난 4일 영산강 둔치체육공원에서 열린 영산강마라톤대회에서 으레 해왔던 국민의례,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다시 한 번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순국선열과 호국전몰 영령 그리고 금번 서해 백령도 해안을 지키시다 실종되신 해군장병을 구출하던 중 불행히도 순직하신 한주호 준위님을 위한 묵념을 하겠습니다.’
어찌 한 준위뿐이랴. 이제는 마흔 여섯 명 그 청춘들의 명복을 빌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2일 금남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관한 한수제 벚꽃축제를 앞두고 많은 분들이 전화로, 또는 사무실을 방문해서 의견을 주셨다.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축제를 한다는 말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차라리 비바람이 몰아쳐서라도 축제가 취소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속 궂던 날씨가 화창하게 갠 이날 축제는 열렸고 성황리에 끝났다. 차마 그 자리, 그 현장에 있기가 민망해 개막식이 시작하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했지만 가슴 한 켠 미안한 마음이 사무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천년고도 목사고을이면서 의향(義鄕)을 자랑하는 나주라면 과감하게 축제를 접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엔 지역주민들끼리 화합을 다지는 차원에서 주머니추렴을 해서 벌이는 축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 예산 천만 원을 외상으로 끌어다 벌이는 축제라니... 벚꽃은 피지도 않고 오직 오락과 유흥과 관람객 끌기용 사은품만이 만발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코앞에 닥친 홍어축제의 숙제가 크다. 이미 시에서는 지난해 명분 없고 실익 없는 축제를 퇴출하겠다면서 대표축제개발을 위한 용역까지 추진하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슬그머니 이 축제, 저 축제 다 벌이고 있는 속셈은 무엇일까? 당시 용역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나주시의회 김양길 의원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망할 집은 굿하다 판난다.”
'나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줌마, 봄을 느끼다 (0) | 2010.04.06 |
---|---|
초록문화학교 회원들 나주 봄나들이 (0) | 2010.04.05 |
나주시, 오불관언(吾不關焉) 놀이하나? (0) | 2010.03.27 |
당신들도 칼레의 시민처럼 (0) | 2010.03.21 |
도대체 자네라는 말이 어쨌다고들 그러시는지... (0) | 2010.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