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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김현임 칼럼 … 잔치에의 기대

by 호호^.^아줌마 2010. 6. 10.

김현임 칼럼잔치에의 기대


드디어 선거가 끝났다. 자신의 최선을 다했으나 안타깝게도 실패의 쓴잔을 마신 패자에겐 깊은 위로를 보낸다. 두 스푼의 감격과 여덟 스푼의 사명감이 어우러져 포장된 소중한 선물이다. 참으로 귀한 차라는 은향녹차(銀香綠茶)에 버금갈 것이다.

 

지역주민의 염원과 기원이 가득 담긴 그 경건한 잔을 건네받은 승자에게 더 이상 축하의 말은 그만 사양하련다. 여기저기서 귀가 얼얼하도록 들었을 터, 하니 그에게 이명(耳鳴)의 피로감을 덧보태 줄 까닭이 없다. 

 

연일 술렁이던 거리 곳곳이 잔치 뒤끝처럼 허전하다. 그러나 바야흐로 진정한 잔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 아닌가. 포만감에 뒤뚱거릴 만큼은 아니지만 그가 우리를 위해 차려낼 성의 깃든 잔칫상을 은근히 기대하리라. 무엇, 무엇 정성껏 차려 내 대접해 올리겠노라던 약속, 승자는 자신이 내민 슬로건을 차근차근 실천할 차례다.

 

목마른 우리를 이끌어 단물 솟는 샘터로 데려가 줄 이, 아니 우리의 환부를 어루만져 후련히 치유해주는 유능한 주술사가 될 그다. 이제 그는 그가 아니다. 허락된 임기 동안 혼신을 다해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이완(弛緩)의 태도라던가. 이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타인, 즉 앞으로 자신이 연기할 인물을 받아들이라 요구하는 토속 굿판의 용어다. 남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맡기는 무리한 일이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냥 생긴 대로, 특별히 잘하려고 하지 말라 권한다. 그저 욕심 없이 자신의 직분을 묵묵히 보여주면 된다. 자신의 모두를 비울 수 없는 무당은 남의 영혼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의뢰인의 아픈 곳을 치유하고 위로할 수 없단다. 이번 선거의 승자에게 바라는 우리의 기대치에 이만큼 적확한 표현이 없다.

 

‘의심하면 쓰지 말고, 선택한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疑人不用, 用人不疑)’ 이는 삼성 이병철 회장의 인재론이다. 그런가하면 서로 마음을 합하여 아름다운 일을 이루라는 합심위선(合心爲善)이라는 말도 있다.

 

가끔 어린아이 심술부리듯 나무 위에 올라가라 해놓고 흔들어대길 즐기는 경박한 품성의 우리, 그를 가르치는 화기치상(和氣致祥)이란 옛 사람들의 사자성어도 떠오른다. 눈 부릅뜨고 이모저모 꼼꼼히 살펴 고른 우리의 일꾼이다.

 

재즈를 모르는 자에게 재즈의 맛을 알려 주기 어렵다고 한탄한 것은 재즈의 대가 루이 암스트롱이다. 술에 취해 얻은 정취는 깨어있는 자에게 전할 수 없다고 투덜댄 건 이태백이고, 난초그림의 오묘한 법칙은 아는 자만 안다고 단언한 추사다.

 

이렇듯 아는 자는 알고 모르는 자는 모르는 경지가 분명히 있다. 족적 큰 사람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런 넋두리를 부디 간과하지 말자. 혹여 마땅치 않아 그를 외면했더라도 공연한 딴지는 금물이다. 잘 걸어가려는 사람의 발목 걸어 넘어뜨리는 훼방꾼이 성실한 도보자의 가장  두려운 존재다.

 

대신 잘 지켜 볼 것이다. 그리고 훗날 우리는 또 이 경험을 바탕으로 냉혹한 선택을 할 것이다. 우리야말로 이 잔치의 비싼 대금을 치른 엄연한 주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