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야, 어디로 갔느냐?
나주뉴스 사무실이 시장통에 있다 보니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더구나 주변에 곰탕집들이 있다 보니 지역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들르는 사람들로 늘 분주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할아버지 한 분이 보따리장사를 하러 나오신다. 곰탕집 부근에 좌판을 벌이고 장사하는 분들이 대부분 할머니들인데 할아버지가 나오시니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겠는가? 어떤 날은 고사리 삶은 걸 갖고 나오시고, 어떤 날은 취나물, 죽순, 상추... 철에 따라 딱 한 가지만을 들고 나와 펼쳐놓고 계시다 다 팔리면 주섬주섬 짐을 꾸려 들어가시는, 한마디로 ‘반짝상회’ ‘나홀로사장님’이시다.
시장통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할머니들이신데, 내외하시는 건지 나란히 자리를 못하고 늘 길 건너편에 따로 자리를 잡고 앉으신다. 하루는 우렁이 두 바가지를 놓고 계셨다.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낡은 우산을 받치고 앉아계시는 모습을 보고 사무실에 있는 식혜음료를 하나 들고 나가 이런저런 얘기를 여쭈었다.
우렁이를 어디에서 잡으셨냐 하니 다도 동네 냇가에서 직접 잡으셨다 한다. 그 먼 길을 어떻게 나오시냐는 말에 “운동 삼아 나온다”며 굳이 곤궁함을 토로하시지는 않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 깊게 팬 주름이 그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연세가 채 일흔이 안 되셨다는 말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팔순은 너끈히 넘으셨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사를 하셔야 하는지 자초지종을 캐물으니 이렇다.
집안에 환자가 셋 있는데 작은아들은 언어장애가 있어서 바깥출입을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고, 할멈은 노환이 깊어 누워 지내신다 한다. 할아버지도 다리를 제대로 못 쓰기 때문에 농사도 못 짓고 쉬엄쉬엄 희망근로사업을 하는데 지금은 그것도 어려워 이렇게 나물 몇 자밤씩, 우렁이, 다슬기를 해갖고 나와 팔아서 용돈을 하신다 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지만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서민생활 안정’ ‘능동적 복지’를 운운해오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능동적이라는 것일까? 지금 돌아가는 시국을 보면 한마디로 ‘너 알아서 사세요’ ‘억울하면 부자 되세요’하는 형국이 아닌가?
현재 복지예산과 정책, 제도하에서도 수많은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들이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사회안전망도 미비하고 그나마 있는 안전망 밖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음에도 정부는 ‘실용주의’를 외치며 멀쩡한 강바닥 뒤집는 일에 수천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정부야 그렇다 치고 나주시는 어떤가? 7월부터 장애연금이 도입된다는데 이 할아버지는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기초생활에도 못 미치는 생활수준이 눈에 보이는데도 칠순 노인이 할멈 병수발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적어도 저 할아버지 가족의 끼니걱정, 의료비 걱정이 해결되지 않는 이 나라, 이 지역사회의 복지는 말짱 ‘꽝’이라고 밖에 평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현실의 남의 일 같지가 않으니 어쩐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지역의 소상공인들, 금고에 돈이 들어와야 할 텐데 국민연금이니, 건강보험이니 각종 공과금 독촉장만 날라오고, 뼈 빠지게 농사지은 보리수매가는 올해 또 6%나 깎였다고 한다. 이러니 서민들이 살맛이 나겠는가? 미래가 노랗게 보인다는 넋두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복지야,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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