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리고 정치...중독
누가 대한민국 아줌마 아니랄까봐 드라마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밖에서 일을 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누군가 전화를 걸어 말이 길어진다 싶으면 '앗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 여보세요,여보세요...뚝" 크하하하하....
요즘 드라마에 ‘대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나주향교가 나오는 것 때문에 빠진 드라마가 ‘성균관 스캔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잘금4인방’ 가운데 한명인 남장 유생 김윤식의 별명이 ‘대물’이다.
그런데다 나주예총 김진호 회장이 부패 정치인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아예 간판이 ‘대물’이다. 새벽기차로 서울과 나주, 장흥을 오가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대물’은 그 배경이 동료기자의 고향이라서 더욱 구미가 당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가운데 정치드라마 ‘대물’은 애초에 작가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쓴 건지는 모르지만 주인공이 박근혜 의원이라는 얘기도 있고, 박영선 의원이라는 얘기도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한 의원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 서혜림이가 박영선 의원을 그려놓은 것 같다고 했다. 기자로서 당차던 모습, 의원 안하겠다고 버팅기던 거, 옳다싶으면 밀어부치는 것 등이 그렇단다.
하지만 작가가 바뀌고 급기야 담당PD까지 바뀌었다더니 주인공은 서서히 박근혜 의원으로 행하고 있는 것 같다. 유세현장에서 괴한에게 납치당했다가 폭행을 당하고 혼절해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 깨어나자마자 한 첫마디가 “유세장은요?” 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6년 5월 지방선거 직전에 대전 지원유세를 나갔다가 면도날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깨어나서 첫마디로 “대전은요?” 였다는 말에 선거판도가 확 뒤집어졌다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관심을 잡아끈 건 국민 서혜림의 절규였다.
“내 남편은 아까운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켰는데, 왜 나라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습니까?” “왜 일본은 미국 눈치 안 보고 자국의 노력으로 인질들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돌려받았는데, 우리나라는 죽은 시신마저 돌려받지 못하느냐?”며 대통령에게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주라고 절규하던 모습...
그래서 나라도 나라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지하 7백m 갱 속에 갇혀 있다가 69일 만에 구출된 칠레 광부들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화제의 인물들이었다. 우주선처럼 생긴 캡슐을 타고 지하에서 구출되는 광부들의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지켜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느 신문의 제목처럼 ‘60억이 지켜본 감동의 휴먼 드라마’였다.
그런데 우리의 천안함 장병들은 어땠는가? 왜 그들을 구해내지 못했느냐고 항변한 겨를도 없이 천안함 침몰원인조차 오리무중이다. 아니, 오히려 원인이 밝혀질까 봐 오히려 더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도 정치 나름이다. 따라서 국민도 국민 나름이다. 국민이 제 권리를 침해받지 않으려면, 스스로 정치인이 돼야 한다. 아니, 그 이상이 돼야 한다. 정치인의 논리에 놀아나지 않는 진정한 자주국민이 되려면...
최소리 '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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