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내가 못 사는 사회
아침마다 출근길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는데 특히, 변상욱 대기자의 기자수첩이 압권이다. 며칠 전 방송에서는 ‘한 사람의 시민은 하나의 민주주의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국민 개개인이 자기 안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찾아 살아 움직이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야 포퓰리즘과 반포퓰리즘을 외치는 정치인들을 넘어서 주체적인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그러더니 엊그제 아침에는 ‘한 사람의 목마름은 전체의 목마름이다’는 말과 함께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정신을 얘기했다.
우분투! 남아프리카의 코사족과 줄루족 등 수 백개의 부족들의 인사인 이 말의 뜻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인종차별이 심한 남아프리카는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흑인들이 모멸과 죽음을 당해왔다. 그런데 1994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인종차별정책이 무너졌으니, 사람들은 그 밑바탕에 우분투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흑인들은 자신들을 차별하던 백인들에게마저 “우분투,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다”는 말로 백인들의 영혼과 마음을 움직였던 것을 아닐까?
임연화 의원이 시정질문에서 임성훈 시장에게 “소문에 시장이 사석에서 도박한 공무원 보다 신고한 사람이 더 나쁘다는 식의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튿날 이어진 임성훈 시장의 답변이 걸작이다. “시정질의를 하실 때는 사실 확인을 하시고 질문하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근거 없는 소문을 가지고 의정질문을 한다면 신성한 의회가 나주의 고질적인 병폐이고 나주를 망치는 주범인 유언비어 확산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이어지는 보충질문에서 임 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시장이 의회를 모독했다. 사과하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참으로 초등학생만도 못한 수준의 말싸움이다. 동네 선술집 뒷담화도 아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역사에 남는 의회의 본회의장에서 ‘누가 그랬다던데’ 하는 발언을 하는 의원이나 이에 발끈해서 의원을 면박하는 시장이나, 여기에 맞장구쳐 두 시간 가까이 정회소동을 빚은 의원들이나 다들 ‘너 때문에 내가 못 사는’ 관계의 전형이다.
또한 ‘지나간 정책에 대한 시장의 무분별한 정치적 비판’을 질타하는 정찬걸 부의장의 의중은 정작 어디에 있는 것일까?
종합운동장, 지역축제, 공산면 화훼단지 변상판정 요구... 모두 전임 시장시절에 추진했던 핵심사업들로 지금도 틈만 나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활화산 같은 현안들이다. 이를 두고 현 시장이 전임시장에 대해 정치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판단컨대 이번 논쟁에서 정 부의장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컸다. 정 부의장의 시정질문 요지는 ‘과거를 묻지 마세요’ 였는데 임 시장은 종합스포츠파크가 불합리하게 조성이 됐으며, 앞으로의 활용가능성도 전망할 수 없는 ‘계륵(鷄肋)’이라는 푸념을 하는데 장시간을 소요했다.
현재를 위해 논쟁으로 하고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도 부족한 지경에 과거에 발목이 잡혀 쟁점을 일삼는 나주사회,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우분투’ 강의라도 청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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