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 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 나주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업무에 대한 중압감을 호소해왔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자칫 성과주의 행정에 대한 부작용이 아니었을까 염려가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에 따르면 딱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나주시 민선5기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아 공직사회가 소리 없는 아우성에 휩싸여 있다. 사무용품 비리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상태에서 자칫 그 결과에 따라 단체로 옷을 벗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더구나 벌써 20여일 째 감사원 직원 5명이 나주시에 상주하며 감사를 벌이고 있다. 주된 내용이 전임 시장 당시에 발주한 종합스포츠파크 수의계약의 문제점과 현 시장이 발주한 산포면 배수펌프장 수의계약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하니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시민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임기 내내 송사에 시달리느라 시장으로서 제대로 일을 못했다는 전임 시장의 하소연을 들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사자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자금 관련 사실을 보도한 지역 언론사 대표를 고소해 실형을 받은 일이 엊그제 일이다.
어떤 이들은 나주가 원래 송사(訟事)하기 좋아하고 남 잘되는 것 못 보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결론짓자니 살고 싶은 정이 떨어진다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정치적인 보복이냐, 사필귀정이냐를 따지기 전에 이제는 나주라는 사회가 내편, 네 편이 아니라 우리가 한 편이 되어 함께 사는 사회로 이끌어가야 할텐데 그렇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나주시 민선5기 행정부와 제6대 나주시의회가 출범 1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묻는 자료를 요청하자 기획기사를 쓰고도 남을 분량의 치적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시민들이 매긴 성적표가 아니라 스스로 “이 만큼 일했다”하는 자기평가라는 점에서 일단 사족을 다는 것은 다음기회를 기약한다.
그렇더라도 이 한마디는 꼭 하고 싶다. ‘남아의 한 마디 말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한다(男兒一言重千金)’는 속담이 있듯이, 지도자, 공인이라면 큰 인물이라면 아무리 처한 처지가 딱하고 궁하더라도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할 말을 가려서 참으로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말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 말을 실천하기가 어렵다(其言之不怍 則爲之難:憲問)”고 말하며 실천할 의지 없이 큰소리치면서 해대는 말의 결과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렵고 불행을 당하게 되는가를 일찍이 경계한 바가 있다.
공자시대에 그랬거늘, 요즘처럼 선거를 통해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고 정권을 잡게 되는 시점에야 표를 의식해서 참으로 허황된 소리를 그냥 외쳐대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졌다. 실행할 의지나 실천할 계획도 없이 오직 유권자의 표만 의식하여 유권자들에게 달콤한 말, 즉 감언이설만 떠들어 대다보니, 나중에야 실행과 실천이 불가능해져서 세상은 시끄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실속 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부끄럽지 않다”는 말, 그리고 “마음속에 실천할 의지가 있었다면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라는 옛 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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