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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

오페라 『無等둥둥』

by 호호^.^아줌마 2011. 8. 18.

 

오페라 『無等둥둥』

 

   Ⅰ. 논의에 들어가며


  국문학사 ―이를 ‘한국문학사’라 쓰든 ‘민족문학사’라 명명하든― 는 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일까. 이 의문을 보다 외연적으로 넓게 접근하면, ‘역사 학습의 목적은 무엇인가’로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역사 그 자체를 배운다는 의미와 역사를 통하여 배운다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전자가 과거 사실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실들을 통하여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학사 교육을 함으로써 학습자의 능동성을 보장하고 최근 강조되고 있는 ‘국어 문화’의 심층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학이란 본래 정신적 가치를 내포한 개념이며, 민족문학 또한 그에 상응하는 의미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명색이 민족문학이라면 민족을 외면하고는 성립되지 않을 터이니, 민족 다수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를테면 민중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는 데 의미를 갖는 그런 내용을 요망해야 할 것이다. 또 명색이 민족문학이라면 민족적 정감에 소원해서는 되지 않을 터이니, 민중의 생활과 그 속에서 우러난 사상을 진실하고 아름답게 표출해서 깊은 감명을 줄 수 있는 그런 내용과 형식이어야 한다. 즉 민족문학의 궁극적 이념은 ‘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런데 민족문학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위에서와 같은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뿐 아니라 그것이 성장한 현장, 즉 우리의 문학사를 들여다보는 구체적 인식 차원에서의 역사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학사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방금 민족문학의 궁극적 이념은 ‘민주주의’라고 하였는데, 이는 최치원 이래 우리 문학사 전반에서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온 ‘현실주의(리얼리즘)’의 이데올로기와 인식을 같이한다. 물론 KAPF 등을 중심으로 한 1930년대 문학 풍조 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한국문학에서의 ‘현실주의’는, 엥겔스의 명제가 보여주는 특정한 시대의 서구 문예사조로서의 개념이기에 우선하여 보다 보편적 성격을 띠는 문예창작상의 원칙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예창작의 원칙은, 1960년대 김수영과 신동엽 등의 참여시 운동과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 노동문학 등으로 현대문학에서도 꾸준히 그 맥을 이어온다.

  이에 본 수업 모형에서는, 1980년 신군부의 군사 독재에 대항하여 싸웠던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하여 민주주의를 노래한 시인 10여 명의 시를 극으로 탈바꿈한 오페라 『無等둥둥』을 바탕으로 국어교육과 연관짓고자 한다. 오페라 속에 등장하는 여러 시인들의 시를 분석함으로써 문학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작품 수용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비슷한 주제로 씌어진 일련의 시들에 플롯(plot)을 씌우고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비단 문학사 교육뿐 아니라 국어교육에서 추구하고 있는 표현·창작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또한 본 수업 모형에서는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의 지향안을 흡수하고자 한다. 즉 7차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일컫는 ‘재량활동’을 십분 활용하며, 타 교과(역사과)와의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여 문학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Ⅱ. 수업 모형에 관여하는 요소 분석


1. 오페라『無等둥둥』과 국어교육

  오페라 『無等둥둥』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19주년을 기념하여 1999년 만들어진 창작오페라이다. 김선철이 작곡을 맡고, 시인 (故)조태일과 김준태가 대본을 썼다. 빛소리오페라단 창단 공연으로 연주되었으며, 처음 공연되었을 때 나타났던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이후로도 계속 수정을 가했다고 한다. 본고에서는 초연 당시의 대본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시는 [붙임] 참조)


서곡  ‘5월 광주’의 비극과 시민 봉기를 예언하는 시인의 노래(조태일 詩 ‘겨울소식’)가 비장하게 울려 퍼진다.

1막 1장  무대 가운데 나온 어머니가 아버지 곁으로 다가서며 풍문으로만 들었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가 출가한 딸의 출산일을 손으로 꼽아본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세월이 하도 어수선하다는 것을 예감하며 지나간 시대의 역사, 즉 1894년의 동학 혁명과 1950년의 한국전쟁을 회상하며 그 때를 살았던 사람들처럼 피어린 노래를 부른다.(이은봉 詩 ‘우금치 흙’, 김지하 詩 ‘황톳길’)

1막 2장  신군부의 우두머리들이 유독 광주를 타켓으로 삼아 전국적 시위를 잠재우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들 신군부 일당은 광주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소위 신정권의 권좌 위에 오르려는 음험한 계략을 꾸미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신군부의 작전이 가시화되면서 전국은 냉각기에 접어들지만, 그야말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무력진압을 당하기 시작한 광주 시민들은 마침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일어나 봉기의 횃불을 높이 치켜든다.(신경림 詩 ‘갈 길’) 시민들과 계엄군 사이에 공방전이 전개된다. 대학생 아들은 무력 항쟁의 절실성을 부르짖으며 항쟁의 전열에 서서 ‘시민군’에 들어가 활동한다. 그러나 각종 최신 무기들을 소지한 계엄군에 대항하여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시민군이 싸운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내맡기는 거나 다름없다. 광주에서의 잔학상은 사람들의 목격담을 통해 확인된다.(김남주 詩 ‘학살’)

1막 3장  임신 8개월째인 출가한 딸은 계엄군의 자동소총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임신한 딸이 자신의 남편에게 전하는 말이 노래(김준태 詩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부분)로 이어진다.

2막 1장  광주시민군이 된 아들은 초등학교 교사 신분이지만 분에 치를 떨며 총을 든 한 교사와 손을 마주잡고, 계엄군들에 의해 공포에 짓눌린 도시가 된 광주 시가지 한복판에 서서 “죽음과 죽음 사이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광주”가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영원한 청춘의 도시”임을 노래한다.(김준태 詩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부분) 민간 경찰들도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하며, 아버지를 비롯하여 주위 시민들이 계엄군을 향하여 화살처럼 날아가자고 외친다.(고은 詩 ‘화살’)

2막 2장  시위 군중에 밀려 계엄군이 물러가고 광주는 10일 간의 ‘해방 광주’를 맞는다. 항쟁의 중심지요, 계엄군의 집단학살이 자행되었던 금남로 일대는 대동세상을 갈구하는 시민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인정과 민심이 천심을 이룬다.(김준태 詩 ‘금남로 사랑’, 곽재구 詩 ‘대동세상’)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열차와 비행기, 신문과 방송이 끊기고 시 외곽이 완전히 봉쇄된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삶의 신명성이 곳곳에서 되살아난다. 금남로 일대에 운집한 시민들은 신군부와 계엄군을 성토하면서도 ‘농부가’, ‘강강수월래’ 등을 함께 부르면서 시민공동체를 확인한다.(이도윤 詩 ‘5월 농부가’)

2막 3장  광주시민군의 본부인 전라남도 도청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집중공격으로 무너지고,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죽고 살아남은 자는 어딘가로 멀리 트럭에 실려간다. 사랑도 명예도 남김없이 그렇게, 어머니와 아버지는 폭격을 당한 듯 무너지는 전남도청을 향해 울부짖는다.(임동확 詩 ‘매장시편’)

2막 4장  계엄군에 학살된 구두닦이 소년의 망령이 나타나 노래한다.(문병란 詩 ‘어느 구두닦이 소년의 죽음’) 이어서 상여를 맨 상두꾼들이 나타나, “북망이 멀다더니~” 운운하며 시작되는 ‘광주만가’(조태일 詩)를 부른다.

2막 5장  무대는 망월동. 둥근 달이 떠 오른다. 달은 여전히 망월(望月;달을 바라보다)동의 무덤들을 비춘다. 스님, 신부, 목사, 시인이 입을 모아 이 땅은 ‘모조리 망월동’(조태일 詩)이었다는 듯이 노래를 부른다.

맺음막  장면은 바뀌어 1999년 광주. 시인은 역사의 고향에 돌아와(조태일 詩 ‘풀씨’) 광주와 대한민국이 영원하기를 노래한다.(문병란 詩 ‘광주여 영원하라’) 이와 함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詩)이란 노래가 합창으로 연주되는 가운데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막이 내린다.


  문학작품은 현실에 대한 의미 있는 반응이므로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인 상황을 파악해야만 작품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 상황이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발자취이며, 작가는 특정한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하여 자신의 의도를 전달한다. 따라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문화적 상황은 작가의 창작 동기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작가의 창작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작품 해석에도 도움이 된다. 본래 오페라 대본은 문학 범주에서 다루는 ‘희곡’ 갈래와 같지 않지만, 이 오페라에 삽입된 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거나 혹은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줄거리를 살핌으로써 국어교육에 있어 오페라 대본이 지닌 맹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목표와 내용은 작품에서 사회·문화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작가가 작품을 창작한 동기를 추론하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활용하기 등의 학습 요소를 담고 있다. 따라서, 작품 전체의 배경이 되는 사회·문화적인 상황이 드러나는 곳을 찾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작가의 창작 동기를 관련지어 발표하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활용하여 해석하기 등의 활동을 통하여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적극 활용하도록 지도할 수 있겠다.



2. 통합교육과정의 교육적 의의

  흔히 21세기는 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라고 말한다. 이는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가져오는 중심기제가 정보요 지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보사회 혹은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실제의 삶에 효율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유익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21세기의 학교교육은 이러한 지식·정보의 창출과 활용 능력을 학습자에게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학교교육의 내용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와 그것을 어떻게 조직하고 가르칠 것인가 하는 교육과정 연구·개발의 근본적인 물음으로 환원된다. 이에 지식·정보의 창출 및 활용 능력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형태로 등장한 것이 통합교육과정이다.

  전통적으로 학교에서는 지식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교과주의를 채택하여 왔다. 그러나 교과주의에 입각한 교과중심 교육과정은 분과적으로 접근하여, 실생활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학습자에게 길러주는 데 약점을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대안적으로 통합교육과정은 전체 교육과정 가운데 통합적 조직의 원리를 적용한 몇몇의 통합교과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통합성의 원리는 교육내용의 수평적 조직에 관한 원리에 해당하며, 이 원리에 의거하여 교육과정을 조직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을 도모할 수 있다. 즉, 동일한 시기에 제공되는 여러 교과 안에 있는 학습내용들이 서로 관련성을 갖도록 구성·조직하여 한 교과에서 배운 학습경험이 다른 교과에서 배우는 학습경험에 적용되거나 그에 대한 선행학습요소로 기능하도록 하면 학습의 효용성과 적절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통합교육과정에서는 학습경험의 통합을 통하여 학습자의 인성적 통합, 즉 전인교육을 의도한다.

  7차 교육과정 이래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 개발 및 설계’가 강조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이란 국가에서 고시한 교육과정 기준과 시·도 교육청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을 근거로 하여 지역의 특수성과 학교의 실정, 학생의 실태에 알맞게 각 학교별로 마련한 ‘당해 학교의 구체적인 실행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학교 교육과정은 교과서 중심이 아닌 ‘교육과정 중심’ 학교교육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교사에 의해 교육과정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수업은 교과서가 아닌 학교 교육과정에 의존해야 하며, 교과서는 단지 이러한 수업을 운영하기 위한 보조 자료로 간주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수업 모형에서는 ‘교육 내용의 재구성’을 시도하고자 한다. 즉 교과서에 제시된 심화학습이 아닌 교과서 밖의 텍스트를 수업에 끌어들이고, 여러 교과에 걸쳐 범교과적으로 관련된 특정 주제를 다른 분과(역사과 ―‘국사’ 혹은 ‘한국 근·현대사’)의 협조를 구해 시의성에 맞추어 통합적으로 가르치고자 한다. 즉, 지능 영역이 통합된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개별 교사의 전문성을 고려한 ‘팀티칭’을 운영한다.



3. 재량활동의 운용

  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하고,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 및 학생의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재량활동’을 하나의 교육과정 영역으로 학교급에 따라 신설 혹은 확대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6차 교육과정에서 이미 3~6학년에 주당 1시간 정도로 신설되었던 ‘학교 재량 시간’을 전학년으로 확대하면서 주당 2시간으로 증가시켰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는 재량활동 영역을 처음으로 신설하여 중학교는 주당 4시간을 배당하고, 고등학교는 1학년에만 12단위를 배당하였다.

  재량활동은 교과 재량활동과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구분된다. 교과 재량활동(고등학교의 경우 10단위, 주당 평균 5시간)은 중등학교의 선택과목 학습과 국민 공통 기본 교과의 심화·보충학습을 위한 것이며, 창의적 재량활동(고등학교의 경우 2단위, 주당 평균 1시간)은 학교의 독특한 교육적 필요, 학생의 요구 등에 따른 범교과 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한 것이다. 재량활동 영역이 설정됨으로써 학교는 교과를 심화·보충하거나 학교 나름의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본 수업 모형에서는 이 중 창의적 재량활동을 운용함으로써 범교과 학습을 시도하고자 한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관련된 영상물 ―드라마 『제5공화국』의 관련 부분(2회 분량) 혹은 이에 관한 다큐멘터리― 을 보여주고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이후 국어 수업에서 다룰 오페라 『無等둥둥』의 작품 속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Ⅲ. 수업 개관


1. 대상  고등학교 1학년 한 학급 단위(30명)


2. 단원  “국어(상) 8. 언어와 세계 - ⑵ 삼대” 의 심화학습


3. 학습목표

  ⑴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작품 수용에 능동적으로 활용한다.

     ◦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파악하고 작품을 읽는 경우와 파악하지 못하고 작품을 읽는 경우의 차이점에 대하여 토론한다.

  ⑵ 역사과(‘국사’ 혹은 ‘한국 근·현대사’)와의 통합교육을 통해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한다.


4. 수업 개관

  앞서 Ⅱ장에서 언급하였듯이, 본 수업에 앞서 한 달 전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주당 평균 1시간씩 주어져 있는 창의적 재량활동을 활용하여 5․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관련된 영상물 ―드라마 『제5공화국』의 관련 부분(2회 분량) 혹은 이에 관한 다큐멘터리― 을 보여주고 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2~3주 정도) 그리고 본 수업이 이루어지기 바로 전 주에 역사과(‘국사’ 혹은 ‘근.현대사’)에 협조를 구하여 역사과 교사가 역사과 수업 중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해 학문적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한다.(1주) 이렇게 한 달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국어과에서 오페라 『無等둥둥』의 대본을 텍스트로 삼아 수업을 하기로 한다.

  본 텍스트에서는 11명의 시인이 쓴 17편의 시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학생들이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과 관련지어 분석하도록 한다. 학생 수와 분석해야 할 시 텍스트의 수가 일치하지 않으나, 각 개인이 한 편의 시를 분석하여 소개하는 것보다는 여러 개인들이 각각 모든(혹은 몇 편의) 시를 함께 분석하고 생각을 나누는 편이 교육적으로 더 좋으리라 판단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에 제시할 수업 모형의 실제에서도 후자를 따른다.)

  본 수업 모형이 이루어지기에 앞서 전 시간 ‘8.⑵ 삼대’의 기본 활동이 끝났을 때, 본 텍스트가 유인물의 형태 ―사이버클래스(e-class)를 활용하든 직접 인쇄물을 제시하든― 로 학생들에게 미리 배부되고 또한 다음 수업에 관한 소개가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 개개인이 모두 17편의 시를 분석해 오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task)로 여겨지는 바, 교사가 임의로 다섯 명씩 여섯 조로 나누고 조마다 개인 활동을 통해 3편의 시를 분석해 오도록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본 수업이 작품 속에 드러난 사회·문화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니만큼 타 요소보다도 여기에 주목하도록 학생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수업 모형은 작품 속에 드러난 사회·문화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작가가 작품을 창작한 동기를 추론하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활용하기 등의 학습 요소를 담고 있다. 따라서, 작품 전체의 배경이 되는 사회·문화적인 상황이 드러나는 곳을 찾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작가의 창작 동기를 관련지어 발표하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활용하여 해석하기 등의 활동을 통하여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적극 활용하도록 지도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각자 조사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조 안에서 각자의 의견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마련하며,(1차시) 다시 다른 조에게 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2차시) 1차시는 주로 교사보다도 학생 간 활동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며, 2차시에서는 학생들의 발표와 다른 학생들의(혹은 교사의) 평가가 번갈아 이루어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교실”의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내용 지식의 이해를 심도있게 파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학습에 대한 적극적인 주창자가 된다.




   Ⅳ. 교수-학습의 실제


<1차시 교수-학습 지도안>

소단원명

심화학습

차시

1/2

학습목표

◦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작품 수용에 능동적으로 활용한다.

학습흐름

교수-학습 내용

시간

학습 자료

도입

♠ 주의 획득

♠ 학습목표 제시

▷ 학생들에게 이미 앞에서 다루었던 「삼대」의 학습목표를 상기시키고, 이를 1980년대의 시대상으로 확장한다.

♠ 선행지식의 회상

▷ 한 달여 동안 운용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보았던 5․18 광주 민주화 항쟁 관련 영상물의 내용을 떠올려보게 한다.

▷ 역사과 수업에서 들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관련 지식들을 상기시킨다.

▷ 몇몇 학생이 자신이 기억하는 당시 사회·문화적 상황을 발표한다.

10분

 

 

 

 

 

전개

♠ 문학작품 텍스트의 줄거리 회상

▷ 지난 시간에 유인물의 형태로 배부된 텍스트의 줄거리를 떠올려보게 한다.

▷ 재량활동과 역사과 수업을 통해 내면화된 당시 사회·문화적 상황에 대한 지식들을 문학작품 텍스트의 줄거리와 연관짓는다.

▷ 몇몇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텍스트의 내용을 정리한다.

5분

 

♠ 학생 간 조별 분임 토의

▷ 직전 수업 시간 말미에, 교사가 임의로 다섯 명씩 여섯 조로 나누고 조마다 ‘개인 활동’을 통해 텍스트 내부에 삽입된 3편의 시를 분석해 오도록 한다.

▷ 교사는 각 조에 다음과 같은 활동들을 수행하도록 지도한다.

 -작품 전체의 배경이 되는 사회·문화적인 상황이 드러나는 곳을 찾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작가의 창작 동기를 관련지어 발표하기

 -작품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작품 수용에 활용하여 해석하기

▷ 학생들이 각자 조사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조 안에서 주어진 세 편의 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누어본다.

▷ 개인별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 교사는 조별 분임 토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생들을 관찰하고 필요할 경우 도움을 주기도 한다.

30분

학생 개인의

포트폴리오

정리

♠ 학생들의 소감 발표

▷ 몇 명의 학생들을 지적하여 조별 분임 토의를 하면서 작성한 포트폴리오의 내용이나 소감을 짧게 발표하도록 한다.

♠ 교사의 정리

♠ 다음 시간 과제 제시

▷ 조별 분임 토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조에게 문학작품(시)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소개하기 위한, 3~5분 동안 발표할 수 있는 발제문을 작성하도록 한다.

5분

 



<2차시 교수-학습 지도안>

소단원명

심화학습

차시

2/2

학습목표

◦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작품 수용에 능동적으로 활용한다.

학습흐름

교수-학습 내용

시간

학습 자료

도입

♠ 주의 획득

♠ 학습목표 제시

♠ 선행지식의 회상

♠ 문학작품 텍스트의 줄거리 회상

5분

 

 

 

 

 

전개

♠ 학생들의 조별 발표

▷ 1차시에 이루어졌던 조별 분임 토의의 결과를 다른 조에게 소개한다.

▷ 교사는 발표 중간중간마다 각 시들에 오페라의 플롯을 씌우고 줄거리를 상기시켜 줌으로써 한 편의 이야기로 이끈다.

▷ 다른 조의 발표를 듣는 학생들은 각 조의 발표에 대한 소감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작성한다.

▷ 각 조의 발표가 끝나면, 교사와 학생들은 창의적 재량활동과 역사과 수업을 통해 획득한 선행지식을 바탕으로 발표자들이 발표한 내용의 적절성을 평가한다.

▷ 한 조에 배분된 시간은 학생들의 발표와 교사의 강평 시간을 포함하여 각 5~7분 내외이다.

40분

학생 개인의 포트폴리오

 

조별 발표자료

(발제문)

 

평가지

정리

♠ 학생들의 소감 발표

▷ 몇 명의 학생들을 지적하여 다른 조의 발표를 듣는 동안 작성했던 포트폴리오의 내용이나 소감을 짧게 발표하도록 한다.

♠ 교사의 정리

5분

 




   Ⅴ. 결론


  전술한 바와 같이, 현실주의(리얼리즘)는 우리 문학사 전반에 걸쳐 꾸준히 맥을 이어온 문예창작 원칙이다. 이러한 문예창작의 원칙은, 1960년대 김수영과 신동엽 등의 참여시 운동과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 노동문학 등으로 현대문학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본 수업모형에서는 그 중에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하여 민주주의를 노래한 시인들의 시를 엮어 희곡의 형태로 만든 오페라 『無等둥둥』의 텍스트를 국어과 수업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문학사 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오페라 대본이 국어교육에 있어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오페라에 삽입된 시들을 사회·문화적 상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줄거리를 살핌으로써 이러한 맹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다.

  본 수업모형이 지닌 의의 중 다른 하나는 현행 교육과정의 특징을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생활 중심 교육과정, 인간 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통합교육과정을 수용하였으며, 7차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창의적 재량활동의 취지를 살려 범교과적 학습을 시도했다. 프로젝트에 기초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능력을 획득하고자 시도했다는 점 또한 본 수업모형의 장점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들이 기존 학자 사이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교육학자들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들이며, 본 수업모형은 그러한 오랜 연구물들을 국어교육에 적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쌩뚱맞은’ 생각을 독창적이라고는 하지 않으며, ‘창의성’이 연습과 훈련, 오랜 배움의 결실이듯, 기존 이론들을 연구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좋은 교수-학습 모형이 빠알간 열매처럼 하나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열매를 빛내 줄 좋은 내용까지 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익히고 또 익히고, 모르는 것은 늘 다시 묻곤 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배움의 길이 또한 우리가 가려 하는 가르침의 길이 아닐까, 되물으며 이 글을 갈음한다.




  참고문헌


조태일․김준태, 『5․18 민중항쟁 19주년 기념 창작오페라 “無等둥둥”』, 빛소리오페라단, 1999.5.17~5.19.


교육인적자원부,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② 국어』, 교육인적자원부, 2001.

구인환 외, 『문학교육론』, 삼지원, 1998.

김대행 외, 『문학교육원론』,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0.

김재춘 외, 『교육과정과 교육평가』, 교육과학사, 2005.

나간채 외, 『기억 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 역사비평사, 2004.

민족문학사연구소, 『민족문학사 강좌』, 창작과 비평사, 1995.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고등학교 국어(상) 교사용 지도서』, 교육인적자원부, 2002.

윤여탁, 『시교육론 ―시의 소통 구조와 감상』, 1996, 태학사.

정재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2004, 역락.

최현섭 외, 『국어교육학 개론』, 삼지원, 2005.

한국교육과정학회(편), 『교육과정 : 이론과 실제』, 교육과학사, 2002.
































[붙임] 오페라 『無等둥둥』에 삽입된 시



(1) 조태일, 겨울소식

광주를 온 몽에 흠뻑 적셔와서

그 친구는 터벅터벅 서울에 와서는

외롭고 힘없는 내 손을 꼬옥 쥐고

손과 눈빛으로 광주를 건네주었네.

찬 바람 속에서도 광주는

큰 애를 뱄다더라고.

찬 눈에 덮여서도 무등산은

그렇게도 우람한 만삭이더라고.

광주를 온몸에 흠뻑 적셔

터벅터벅 서울을 떠나버리는 친구!

광주는 옥동자를 낳으리라는

함성이 터리지라는

그 눈빛 그 마음 놓아두고 떠났네.







*** “무등산은 큰 애를 뱄다더라”는 역사적 상상력 속에서 5․18의 비극과 승리를 예언한 시이다. 원시에서 ‘민주주의’ 혹은 ‘민주화의 기운’을 ‘친구’로 표현하고, 여기에 ‘터벅터벅’이라는 의태어를 붙인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다.

(원시는 다음과 같다.)


광주를 온몸에 흠뻑 적셔

터벅터벅 그 친구는 서울엘 와서


늘 외롭고 힘없는 내 손을 쥐고

눈과 손으로 광주를 건네주지만


내 허전한 마음까지 건네면 쓰나

내 찌든 몸까지 건네면 쓰나


찬바람 속에서 광주는

큰 애를 뱄다더라.


찬 눈에 덮여서도 무등산은

그렇게도 우람한 만삭이더라.


광주를 온몸에 적셔서

서울의 내 곁에 사알짝 놓아두고


터벅터벅

서울을

떠나버리는 친구!



(2) 김지하, 황톳길(부분)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따라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밤마다 오포산에 불이 오를 때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총칼 아래 쓰러져간 나의 애비야

*** 일제 식민지와 6․25 한국전쟁 중에 숨져간 아버지들 혹은 아들들을 노래한 시이다. 오페라에서는 아버지의 아리아로 등장하는데, 그 애절한 가락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 이 아리아 전에 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가 슬픈 가락의 합창으로 나오고, 이어서 이은봉 시 ‘우금치 흙’이 민요조 가락으로 아버지(바리톤)·어머니(소프라노)·아들(테너)의 삼중창 형식으로 불러졌다. 우금치는 1894년 갑오동학혁명 당시 서울을 향해 진격하던 동학군이 관군·일본군과 최후의 격전을 벌이던 곳이다. 이 시들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지나온 피어린 역사를 보여주고, 이를 다시 다가올 슬픈 시간(5․18)과 연장선상에 두고 있다.


(3) 김남주, 학살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떨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 80년 5월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시인이 5․18의 전후상황을 꿰뚫어 노래한 시이다. 오페라에서는 교사, 아버지, 신문기자, 방송국 아나운서, 시민군 1·2·3의 7중창으로 불러진다. 지금도 머리 속에 남는 부분은 처음에는 저음으로 시작되던 노래라 점차 고음으로 올라가다가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를 외치는 소프라노의 강한 부르짖음이다. 이 시는 다른 시들보다도 조선 후기 시가에서 나오는 서사적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 이러한 서사적 경향은 당시 사회상을 고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4) 고은, 화살

우리 모두 화살이 되여

온몸으로 가자

허공 뜷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년 동안 가진 것

몇 십년 동안 누린 것

몇 십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 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 민주주의를 위해 수 차례 투옥된 시인의 비극적 의지와 사랑을 ‘화살’로 표현한 시이다. 오페라 내부에서는 2막 1장 첫머리에 전라남도 도청 앞 분수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군중들이 쏟아져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장면에서 합창으로 연주된다. 합창 자체도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그 때의 강렬한 모습을 전달해주고자 했는지, 상당히 정련되지 못한 격한 느낌을 준다.



(5) 문병란, 어느 구두닦이 소년의 죽음

저는 그냥 죽었어요

이유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고

어느 날 저는 갑자기 죽었어요

어느 날 정오

태양이 빛나게 떠 있고

하늘과 땅 화안하게 아름다운 날

모란꽃도 장미꽃도 피어 있는 날

커다란 손과 발길들이

그 꽃들을 밟아 버렸어요

그 꽃들을 총살해 버렸어요

그 꽃들 곁에 누워 그 떨어진 꽃잎처럼

저는 그냥 죽었어요

이유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고

어느 날 저는 갑자기 죽었어요

*** 1막 3장에서는 김준태의 ‘아아 광주여 우리 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의 일부를 삽입하여, 계엄군에 학살된 임산부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다. 왼쪽 시는 2막 4장에 삽입된 시인데, 아무것도 모르던 구두닦이 소년도 계엄군에 학살되었음을 고발한 시이다. 오페라에서는 초등학생 소년소녀합창단 단원의 독창으로 연주되는데,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아이의 가녀린 음성이 기억난다.


(6) 조태일, 광주만가(輓歌)

북망산이 멀다더니 도청 밖이 북망이요

저승길이 멀다더니 금남로가 저승이요 충장로도 저승이네

황천수가 멀다더니 광주천이 황천수요 극락강도 황천수네

저는 이 길 가지마는 잘 있소 광주여 무등산도 잘 있소

헤~헤 헤헤헤야 어~허 어허어허 애고애고


저는 가요 당신 두고 저 세상에 저는 가요

팔뚝 같은 쇠사슬에 꼭꼭 묶여 총검에 찢겨가며 저는 가요

상무대 철창으로 끌려가며 돌아보며 끌려가요

당신 두고 가는 이몸 절통하고 분통합니다

헤~헤 헤헤헤야 어~허 어허어허 애고애고


한 손에 태극기 들고 또 한 손에 총을 들고

민주·평화·자유 찾아 북망산천 찾아가요 황천길 걸어가요

광주 땅을 하직하고 무등산에 절을 하고

저는 이 길 가지마는 잘 있소

부모님도 안녕 안녕

헤~헤 헤헤헤야 어~허 어허어허 애고애고


저는 기왕 가지마는 광주 무등 조국이여 자손만대 번영하소

헐벗은 사람 옷을 주어 훈훈공덕 쌓으소서

배고픈 사람 밥을 주어 활인공덕 쌓으소서

묶인 사람 풀어주고 훨훨세상 세우소서

헤~헤 헤헤헤야 어~허 어허어허 애고애고

*** 만가(輓歌)는 서양의 레퀴엠과 같은 ‘상여소리’로, 5․18 항쟁으로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는 진혼곡이다. 마지막 연이 인상적이다.



(7) 조태일, 모조리 망월동

전 국토에 달이 뜨니

이 땅 모두 망월동이 아닌가요

의로운 몸 땅속에 누워

푸른 넋 파릇파릇 돋게 하니

이 또한 부활 아니던가요?


오월, 오월,

부끄럼 한 점 없이

하나뿐인 몸과 얼 바쳐

이 땅 일으키니

이 세상 일으키니

이것이 바로 참 해방이지요!


5.18을 뒤집어보세요

8.15가 아닌가요?

외세 독재 분단 뒤집어 보면

자유·민주·통일 아니던가요?


오월, 오월,

어허, 석가도 공자도 예수도 한몸 되어

뒤집기를 하니

몇천년 어둠에 묻혔던

이 땅 어둠을 털고 일어서지 않았는가요?


전 세계에 달이 뜨니

이 세상 모두 망월동이네

구천에 하늘에 극락에 떠도는 넋이여

망월동은 겨레의 파수꾼이로세

겨레의 광명이로세

*** 개인적으로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이다. 표현기교가 인상적이었다. ‘망월(望月)’은 ‘달을 바라보다’는 뜻으로 광주 망월동 묘지에는 80년 5월에 산화한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다. 오페라에서는 스님, 신부, 목사가 손을 맞잡고 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나온다.



(8) 조태일, 풀씨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그 곳이 나의 고향,

그 곳에 묻히리.


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그 곳이면 어떠리.

그 곳이 나의 고향,

그 곳에 묻히리.

*** 1999년 역사의 고향에 돌아와 부르는 시인(아버지)의 노래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조태일 시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9)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 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 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오페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합창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2막 처음에서 제시되었던 고은 시 ‘화살’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매우 격했다. 오월에서 자유, 평등을 넘어서 통일까지 확장을 함으로써,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뜻을 미래의 관점에서 세우고 있는 시이다.